[오피니언] 친구란 뭘까? [사람]

평생친구와 얄팍한 우정
글 입력 2021.09.29 14:1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우정이란 뭘까?’

‘친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유튜버의 영상에서 그들이 던진 질문에 달달 떨고 있던 다리가 뚝 멈췄다. 질문에 대한 생각을 조곤조곤 나누는 그들을 보며 나는 가만히 앉아 깊은 상념에 빠져들었다.


 

 

제 1장. 평생친구의 관문



 

휘수 : 로망이 있었어. 고등학교 친구가 평생친구란 얘길 하잖아요. 어른들이. 그게 왠지 모르게 사회에서 만난 인연을 저평가하게 되는 말이었던 것 같아. (중략) 근데 요샌 생각이 바뀌었어.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

 


고등학교 친구가 평생친구라는 말, 살면서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대학이나 사회에 나가서 만나는 친구들은 그때 친구만큼 막역하지 않고, 이익관계를 따지게 된다고 했다.


정말 그런가? 잘 모르겠다. 막역하지 않은 게 아니라 나눌 수 있는 얘기의 종류가 다른 것 같다. 고등학교 친구들만이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있고 대학 친구들만이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그냥 그 정도 차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친구와는 당연히 진로나 취업 얘기를 더 하게 되고, 사회에서 만난 친구와는 그때 가진 고민과 현실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되기 마련이다.

 

물론 고등학교 시절의 추억과 그때만의 감성에 젖을 수 있는 관계는 특별할 수 있다. 오래되어 이미 흐려진 (그 때문에 약간은 미화된) 이야기는 낭만적이고 눈물겹다. 하지만 오히려 호시절을 함께한 친구이기에 더 나눌 수 없게 되는 말들이 있다.

 

 

친구.jpg

 

 

평생친구, 막역한 사이, 손익을 따지지 않는 순수한 관계...


도대체 친구란 무엇일까? 나에게 좋은 친구는 나만이 아는데, 남들이 정의한 친구관계에 해당되지 않으면 우리는 친구가 아니게 되는 걸까? 우정이란 평가될 수 있는 감정인가? ‘좋은 친구’에 대한 이미지는 어디에서 왔을까?

 

 


제 2장. ‘친구’라는 환상의 동물



 

우나 : 우정은 아주 얄팍한 것, 친구관계는 생각보다 얄팍한 게 아닐까? 그냥, 대단해보일 수 있는데 대단하지 않은 그런 감정인 것 같아.

 


‘친구’라는 관계에 무심코 갖게 되는 기대가 있다.

 

고등학교 시절 친구에게 그런 말을 했다. ‘나는 우리가 드라마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이 밤마다 전화를 걸어 시시콜콜한 얘기를 나누는 그런 친구 사이가 됐으면 좋겠어.’ 친구는 ‘뭐야, 네가 주인공인거야?’ 하며 웃었지만 나는 퍽 진심이었다.

 

드라마에 쉬이 등장하는 별거 아닌 일을 사사롭게 공유하고, 조언을 해주고, 위로해주고, 의지하고, 의지되는 관계가 부러웠다. (지금 생각해보니 조연인 친구에게는 조금 피곤한 관계였을지도 모르겠다)

 


KakaoTalk_20210929_143123795.jpg

 

 

사실 우정은 연애와도 비슷하다. 하지만 그 우정이 나에게만 한정되는 1:1관계가 아니라는 점에서 연애보다 어렵다. 우리는 서로를 얼마나 독점할 수 있을까? 서로에게 어느 정도까지 요구해도 괜찮은 걸까? 우정에 더 큰 환상과 기대를 갖게 될수록 실망과 배신감은 커진다.


그러다보니 운명의 친구라는 관계는 환상의 동물로 느껴진다.


어쩌면 우정은 가지고 있는 인상에 비해 꽤나 얄팍한 것이 아닐까?


 

 

제 3장. 우정이란 뭘까?



얼마 전 생일을 맞았다. 오랜만에 친구에게서 꽤 긴 편지를 받아 읽었다. 수많은 문장들 가운데 단 하나의 문장에 시선이 멈추었다. 그날 밤, 자려고 누운 자리에서 그 문장을 곱씹는데 눈물이 났다.


‘연주는 내 친구 중에서도 가장 똑똑하고, 영리하고, 지혜롭고, 야무지고, 차분하고, 능력이 있어 꼭 성공할 것 같아.’  별 의미 없이 늘어놓았을지 모르는 단어들과 막연한 칭찬에 불과한 그 문장이 위로가 되었다. 칭찬이어서, 기분 좋은 말이어서가 아니라 그냥 그 근거 없는 믿음에 눈물이 났다.

 

지금의 나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닌데, 원래는 그런 사람이었던 걸까 하는 기대를 갖게 했다. 어찌 보면 조금은 무책임할 수 있는 그 문장에 무기력하다가도 힘이 났다. 이런 게 우정의 단맛인가 싶었다. 그렇다면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Q. 우정이란 뭘까?


우정의 사전적 정의는 ‘친구 사이의 정’. 친구는 단순히 마음이 이어진 관계라고 생각한다. 깊이 있는 감정의 교류나 오랜 역사가 없어도 친구가 될 수 있다. ‘친구 사이는 모름지기 이래야한다’는 생각들이 우정에 프레임을 덧씌워 원래의 모습이 무엇이었는지를 잊게 하지만, 본질은 하나다. 마음이 통하는 사이.


서로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이가 아니더라도, 모든 것이 온전하게 맞아들지 않더라도 마음이 통할 수 있다.



Q. 친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단호하게 ‘친구는 꼭 필요해.’라고 말하긴 어렵다.

 

주변과 깊은 관계를 맺지 않고도 잘 사는 사람이 있고, 긴밀한 관계 속에 안정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보통 사회에서 얘기하는 ‘평생 친구’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마음이 통하고, 교류할 수 있는 관계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서로에게 유일하지는 않더라도 함께할 수 있는 관계는 꽤 중요하기 때문이다.


모든 감정과 다가오는 고난을 온전히 혼자 감당하기엔 조금 벅찬 날들이 있지 않을까? 매일매일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고 푸념하는 친구는 아니더라도 가끔 만나 행복을 나누고, 슬픔을 나누는 친구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손.jpg

 

 

궁극적으로 내가 이 글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은 친구가 꼭 필요하진 않다거나 우정에 환상을 가지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저 관계 짓기를 두려워하지 말되 그러한 관계에 너무 연연하지 말라는 거다. 비슷할지 몰라도 전혀 다르다. 친구 관계는 결과가 되어야지 목적이 되어선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같은 반이라면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친구라는 관계에 인색해진다. 그러면서도 순간순간 외로워지곤 한다.

 

당신에게 친구란 어떤 의미인가?

 

 

 

고연주.jpg

 

 

[고연주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