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연중무휴의 사랑' [도서]

올해 읽은 에세이 중 가장 좋았다고 말하면 나와 비슷한 고민을 했던 친구들에게 내 마음이 전해질까?
글 입력 2021.09.28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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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한 감상을 읽다 보면 문장의 주인이 어떤 마음으로 책에 대해 평했는지 절절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누군가의 인생을 관통하며 강렬한 흔적을 남긴 책, 그래서 감상평 속에 함께 읽자는 목소리가 담긴 책. 그런 책을 접하게 될 때면 본능적으로 나에게 큰 영향을 줄 거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주저없이 책을 읽었고, 역시 직감은 정확했다.


임지은 작가의 <연중무휴의 사랑>은 총 4부로 구성되어있고, 페미니즘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에세이다. 특히 앞선 1부부터 3부까지에 배치된 글들이 특히 좋았다. 에세이 책이 많이 출판되는 지금, 삶 전반에 대한 에세이는 많고 흔하지만, 페미니즘 앞에서 멈칫거렸던 순간들의 감정을 모두 잡아낸 임지은 작가만의 글쓰기는 흔치 않고 소중해서 앞서 배치된 글들에 나는 이미 마음을 다 주고 말았다.


페미니즘이라는 세계를 알게 된 1년, 인지부조화에 시달렸던 1년, 세상의 모든 일이 무 자르듯 나뉠 수 없다는 걸 인정하고 깨닫게 된 1년. 이러한 과정들을 거치며 여성 의제에 대한 내 생각을 표현하는 글을 쓰는 걸 점점 꺼리게 되었다. 물론 그 시점이 직접 글을 쓰는 것보다, 손이 게을러지며 나와 생각의 결이 비슷한 작가들의 글을 찾는 것이 더 좋아진 시기와 맞닿아있기도 하지만 말이다.

 

활활 타오르는 불꽃같았던 처음의 마음들이 가라앉고, 시간이 지날수록 멈칫거리는 순간들이 많아졌다. 페미니즘은 여성들의 경험을 토대로 하기에 무엇보다 역동적이고, 하나의 개념으로 정의되기 어렵다. 같은 여성이고 페미니즘적 사고를 추구하고 있다고 해도 서로의 입장은 엇갈리곤 했다. 이 사람 저 사람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주억거리게 되는 순간일수록 점점 발언하기 망설여졌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세상이 복잡함과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는 걸 체감하기도 했다. 예를 들면, 과거의 나는 여성이라면 모두가 여성을 위할 줄 알았고, 일종의 연대 의식을 기대하곤 했다. 최소한 내 주변의 사람들은 불합리함에 저항적인 목소리를 낼 줄 알고, 나와 생각의 범위가 비슷했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몇 새로운 여자들을 만나면서 여성이라도 모두가 여성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여적여’라는 옹졸한 말을 질색하고 허상이라고 여겼지만, 그것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신했던 나를 어리석다고 느껴지게 만드는 여자들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임지은 작가는 내가 겪은 그런 과정들을 더 깊게 겪어온 사람이다. <연중무휴의 사랑>은 지난 시간 나의 생각 과정들이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어 가끔은 이렇게까지 솔직하다고? 하며 불편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무척이나 통쾌했다. 생각들의 모순 속에서 나는 결국 기록하기를 포기했던 순간들이 있었는데, 임지은 작가는 ‘그러나’와 ‘하지만’이라는 접속사로 추구하고자 하는 이상과 어쩔 수 없는 현실 사이로 부유하는 감정들을 너무나도 적확하게 따라간다.


성폭행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의 발언을 던지면서도 딸들 손에 물 안 묻히려고 고된 일을 도맡아 하는 엄마를 향한 양가적 감정, 페미니스트인 여성들로부터 공격적인 비난을 받고 난 후에 작가가 받았던 상처, 어느 누구도 하나의 존재로 절대적일 수 없는 세상에서 무해할 수 없는 스스로에 대한 고민, 아무리 노력해도 여성의 삶에 대한 완전한 이해를 가질 수 없는 이성 연인과의 애정 관계.


무엇 하나 쉽게 감정의 상태를 정리할 수 없다. 세상은 복잡하고, 나라는 사람은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라 다양한 위치에서의 입장을 가지며, 감정이란 수시로 변하기 십상이다. 감정의 굴곡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는 작가의 글쓰기는 사람들을 쉽게 비난하지 않고 각자의 사정에 이해와 위로를 보낸다.

 

연중무휴의 사랑.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제목을 봤을 때 작가가 쓴 에세이의 태도와 닮은 단어의 조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이란 나이브한 개념 같아도,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서로의 유해함을 상쇄시키는 이타적인 태도를 설명하는 적절한 단어가 아닐까. 2021년 현재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여성인 작가가 바라보는 외부 세계에 대한 연중무휴의 사유와 성찰이 바로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읽은 에세이 중 가장 좋았다고 말하면 나와 비슷한 고민을 했던 친구들에게 내 마음이 전해질까? 이 글을 읽고 마음이 동한다면 주저없이 읽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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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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