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자신과 닮은 글을 써내는 사람

오예찬 에디터에게 '글'에 대해 묻다
글 입력 2021.09.2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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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에서 전문 필진으로 활동하며 시각예술에 대한 글을 쓰고 있는 오예찬 에디터를 만났다. 한 사람이 묻고 한 사람이 답하는 딱딱한 형식의 인터뷰가 아닌 당신과 나, 예술과 글에 대한 ‘대화’가 오고갔다.

 

필자가 아트인사이트를 처음 접한 건 우연히 알게된 오예찬 에디터의 블로그를 통해서였다. 취미삼아 틈틈이 글을 써오고 있었던 와중에 그를 통해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공고를 보게 되었고 운 좋게 활동 기회가 주어졌던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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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아트인사이트 에디터가 될 수 있었던 계기가 그였기에 혼자서 내적 친밀감을 느끼고 있었고, 그와 같은 곳에서 글을 쓰게 되었다는 데에 왠지모를 뿌듯함마저 들었다. 마치 내가 좋아하던 배우가 있었는데 그 배우와 같은 영화에 함께 출연하게 된 듯한 느낌이랄까. 실제로 만나보니 역시 예술에 대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고 같이 글을 쓰는 입장이었기에 자연스럽게 예술과 글에 대한 질문들로 대화가 이어졌다.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질문의 순서를 재배치했다.



 

예찬님은 글을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나요?

 

저는 2016년부터 아트인사이트 활동을 해왔어요. 사실 처음에는 [작품 기고] 파트에 지원을 했고, 캘리그라피 작업을 올렸어요. 그러다가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들은 ‘문화초대’ 기회가 있잖아요, 그렇게 문화초대를 받고 리뷰를 쓰면서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2017년부터 PRESS(프레스)로 활동하게 되면서 글을 더 제대로, 잘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럼 현재 6년째 아트인사이트에 글을 써오고 있는거네요. 글을 오래 쓰면 예전에 쓴 글을 봤을 때 어떤가요? 지금과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고 느낀다거나...

 

음... 저는 오히려 과거의 글에서 현재의 글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이 보여요. 그때는 어떤 것에 관심이 있고 그에 대해 질문하고 싶어하면서도 표현하는 방법을 잘 몰라서 글이 두서없었던 것 같아요. 그게 지금 와서 다시 명확해진 느낌이 들어요. 현재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게 우연이 아니라는 걸요. 그래서 글 쓰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과거부터 현재까지 제가 관심있는 것들이 일관적인 부분이 있다는 걸 느끼게 되서요.

 


이렇게 오래 글을 써왔으니 글감이 바닥날 법도 한데... 글감을 어디서 어떻게 얻나요?

 

무엇을 보든지간에 계속 반복되는 생각이 있어요. <관객 노트 Sigak>도 그렇게 탄생했는데, 미술을 공부하거나 전시를 볼 때 머릿속에서 반복해서 돌던 질문들을 붙잡고 쓰게 되는 것 같아요.미술 관련 책을 읽다가도 깊게 알아보고 싶은 부분을 잡아서 쓰고요.

 


<관객 노트 Sigak> 재밌게 읽었어요. 12편짜리 시리즈였는데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우선 <관객 노트 Sigak>이라는 제목은 ‘시각’이라는 단어에 꽂혀서 지어졌어요. ‘시각’이라는 단어가 시각적으로 보는 걸 의미할 수도 있고, 대상을 바라보는 태도를 의미할 수도 있는 점이 좋았어요. 제목을 지을 때부터 미술을 바라보는 태도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저는 예술 관련 책을 읽을 때도 미술 작품이나 예술가를 소개하는 글보다 “우리가 미술 앞에서 왜 이런 걸 경험하게 되지?” 이런 내용을 다루는 데 더 관심이 가요. <관객 노트 Sigak>도 그런 질문을 던지는 글이었고요.

 


그 시리즈를 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사실 앞서 말한 그런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 게 어렵긴 했어요. 정답이 없고... 철학적으로 접근하는 시도도 해봤는데 너무 어려워져서 (웃음). 사실 <관객 노트 Sigak>은 미술에 대한 어떤 답을 얻고자 하는 고군분투가 고스란히 담긴 글이에요.

 

시리즈를 시작한 후에도 방황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가 잠깐 쉬면서 나를 향한 질문을 많이 하고 그렇게 8편부터 방향을 확 바꾸게 됐어요. 내가 가진 관점을 나누는 식으로요. 그때가 되어서야 방향이 잡혔던 것 같아요. 연재가 보통 에너지가 드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됐어요.

 


예찬님은 어려웠겠지만 저는 비슷한 생각과 고민을 하는 독자 입장에서 공감이 많이 됐어요. 제가 가지고 있는 고민, 질문과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저 스스로도 그런 이야기를 읽고 싶었어요. 제가 읽고싶은 이야기를 쓴거죠. 해석과 설명도 물론 필요하지만 “봐도 모르겠다”는 솔직한 목소리를 듣고 싶었어요. 그래서 글을 쓰면서도 이런 글을 써도 되나 싶고 위축되기도 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그것 뿐이라 올렸죠 (웃음).


 

글을 쓰면서 얻은 것이 있다면요?

 

글 쓰는게 쉽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얻은 게 있어요. <관객 노트 Sigak> 연재를 마무리하면서 저 스스로 미술을 어떻게 바라보는 사람인지 알게 된 것 같아요. 저는 전문적인 언어나 영역이 아닌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방식, 일상적인 방식으로 미술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를 바탕으로 이 글을 연재하면서 제가 미술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제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게 12편과 에필로그에 담겼습니다.

 


요즘은 어떤 글을 쓰고싶다거나 새롭게 관심이 가는 것들이 있나요?

 

요즘은 제가 관심있던 것들과 살짝 거리를 두고 스스로를 성찰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어요. 제가 경험 자체에 관심이 많다보니 미술 말고 전반적인 일상과 삶에서 새롭게 느끼거나 생각하는 것들을 기록하고 있어요.

 

기록에도 재미를 붙여서 긴 글보다 짧은 글을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에 올리고 있습니다. 요즘은 어떤 글을 연재하고 싶다기보다 내가 뭘 좋아하고 어떤 것에 관심이 있고,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에 집중하게 되는 것 같아요.

 


기록에 대해 언급하신 김에 질문을 드리자면 기록을 자주 하는 편인가요? 흘러가는 생각이나 감상을 어떻게 잡아두나요?

 

원래 이런저런 상상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좋아하는 심상이 떠오르면 계속 마음에 두고요. 그래서 머릿속에서 계속 반복되는 생각이 있으며 메모장이든 어디든 써놔요. 그러곤 한동안 잊어버리고 있다가 나중에 글을 쓰기 위해 메모장을 찾아보고 괜찮다 싶은 소재가 있으면 쓰기도 하고 그래요.

 


그래도 기록을 많이 하시나봐요.

 

내가 내 생각을 명확하게 하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때부터 쓰게 됐어요. 머릿속에 있는 걸 어떻게든 표현해내야겠다는 생각에요.


사실 요즘 무기력을 조금 느끼고 있었는데 그에 대해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그 시간을 살아도 결과물이 남지 않았을 때’ 사람들이 무기력을 많이 느낀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요즘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많은 생각과 고민을 했는데 그건 결과물로 남지 않잖아요. 그래서 기록을 해두면 어찌됐든 그 시간동안 생각하고 있었다는 걸 선명하게 남겨두는 것 같아서 최근에 기록에 더 마음을 두게 되었어요.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일기처럼 쓰기도하고, 관찰한 것들을 적어두기도 해요.

 


생각한 시간의 흔적을 남기는 거네요.

 

네. 뭐라도 남겨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요. 나에 대한 무언가를 남기고 싶다는 욕구가 큰 것 같아요. 캘리그라피 작업을 했을 때도 그렇고... 뭘 보더라도 설명을 읽는 것도 좋지만 “내가 이렇게 이해했다” 하는게 더 중요하게 느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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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예찬 에디터는 자신의 분위기와 닮은 밝은 노란색의 노트를 꺼내 보여줬다. 최근 서울국제도서전을 다녀와 느낀 것들, 지금 하는 고민들, 떠오른 아이디어들, 취업 준비와 관련된 메모들이 담겨있었다. 조그마한 일러스트들도 함께 노트를 채우고 있었다.

 

 

제가 알기로는 아트인사이트 외에 블로그도 하고 인스타그램 계정도 몇 개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선호하는 스타일의 플랫폼 혹은 나랑 잘 맞는 플랫폼이 있나요?

 

글을 길게 쓰는게 여전히 익숙해서 블로그나 아트인사이트가 잘 맞는 것 같아요. 글을 처음 시작하게 된 게 아트인사이트여서 긴 글이 먼저 자연스럽게 익숙해진 것 같기도 해요. 짧은 형식 안에 써야되면 어디서 뭘 어떻게 덜어내야할지, 덜어내기 아까운 생각도 들고 (웃음).


그런데 요즘은 긴 글을 읽는 사람이 많지 않잖아요. 긴 글을 완성해야한다는 압박감에 저 스스로도 피곤하기도 하고. 그래서 짧은 글 쓰는 연습을 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껴서 인스타그램에 뭔가를 올릴 때는 짧고 명확하게 쓰려고해요.

 


글을 짧게 쓰는 것도 어려운 것 같아요.

 

짧은 글은 짧은 글 대로, 긴 글은 긴 글 대로 어렵더라고요. 다양한 형식의 글을 편하게 쓰고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저는 아트인사이트에 글을 쓰면서 혼자 쓰고 혼자 읽는 글이 아니다보니까 독자를 의식하게 되었어요. 명확한 독자층이 있는 건 아니라서 어떤 글을 써야할 지 처음에는 어렵더라고요. 예찬님은 독자를 생각하면서 글을 쓰나요? 어떤 사람이 본인의 글을 읽으면 좋을 것 같나요?

 

처음에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글을 쓰고 싶었는데 그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미술에 대한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이 가볍게 읽다가 넘겨도 좋고, 저만큼 미술에 애정이 있는 사람들은 제 글을 통해 생각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미술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사람을 설득하거나 전문가처럼 미술을 해설하는 건 못할 것 같아서 제 글은 그냥 누군가가 가볍게 읽고 “그렇구나”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거나 “이런 생각도 있구나”라는 걸 알고 가면 그걸로 됐다고 생각해요.

 

 

책을 많이 읽는 것 같던데 원래 책을 많이 읽는 편인가요?

 

최근들어 책에 대한 관심이 더 많이 생겼어요. PRESS 활동도 도서를 많이 하는 이유가 책은 분야에 대한 경계가 없으니까 다양한 지식을 습득하고 그에 대한 글을 쓰는 과정 자체가 저에게 도움이 될 거라 느껴졌어요. 그 덕에 무조건 한 달에 한 권은 읽게 됐죠.

 


어떤 장르의 책을 좋아하나요?

 

특정한 장르보다는 책마다 관점이 있는데 “이 관점에서 본 이 이야기는 궁금하다” 싶은 책을 고르게 되더라고요. 얻고 싶은 통찰이 담겨있을 것 같은 책을 주로 선택하고 휴식을 위한 책도 읽어요.

 


도서 리뷰는 에세이와 완전히 다른 스타일인데 저는 예찬님 리뷰도 참 좋았어요. 책을 읽으면서 리뷰를 어떻게 쓸 지 생각하나요?

 

아트인사이트 활동을 하면서는 보통 리뷰를 쓸 생각을 하고 책을 읽기 때문에 읽으면서 인상깊은 부분 태깅도 하고, 메모도 하면서 읽어요. 그 책만이 주는 특정한 느낌이 있다면 바로 메모하고요. 책 속에서 계속 반복되는 어떤 것, 작가가 일관되게 말하는 것들을 중심으로 리뷰를 씁니다.


처음 리뷰를 쓸 때는 제가 느낀 것들 위주로 썼었어요. 그러다가 PRESS는 책을 직접 선택해서 컨택을 하고 소개를 해야하는데 내 생각만 쓰지 말고 책 소개를 신경써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은 어떻게 소개하면 좋을지 생각하면서 읽게 되었어요.


정보 전달도 중요하지만 그건 이미 보도자료가 하고 있으니까 저는 에디터로서 관점있는 얘기를 하는 게 좋겠다 싶었어요. 책 소개와 내 생각을 어떻게 잘 녹여낼지 고민을 많이 해요.

 


앞으로는 어떤 일을 하고싶나요? 글 쓰는 일을 하고싶나요?

 

어떻게든 글은 계속 쓸 것 같아요. 일이 아니더라도 개인적으로 계속해 나갈 것 같고. 글 쓰는 사람이면 누구나 그렇듯 언젠가는 책처럼 묶어볼만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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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시간, 을지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우리는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서로를 알아갔고, 서로의 이야기에 공감했고, 그렇게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인터뷰 후 다시 읽어본 그의 글은 그와 참 많이 닮아있었다.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전 잠깐의 시간을 들여 답을 준비하는 그의 태도에서 그의 글이 탄생하기까지의 성찰과 사유의 시간을 엿볼 수 있었다. 가식 없는 그의 대답도 진정성있는 그의 글과 마찬가지로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계속해서 글을 쓰고싶다는 오예찬 에디터. 그의 글을 계속해서 읽고 싶은 한명의 독자로서 애정과 기대를 담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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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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