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일을 사랑하고 싶은 당신께, 두 개의 유튜브 영상을 권합니다 [사람]

글 입력 2021.09.26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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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새로운 인턴을 시작한 나에게 가장 큰 관심사는 일이다.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나의 직업적인 가치관은 오래전부터 ‘좋아하는 일‘, ‘사랑하는 일’에 있었다. 상당히 단순한 기준이라고 믿어왔는데, 겪어보니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오늘은 이런 요즈음의 나에게 가장 많은 생각을 안겨주었던 유튜브 영상 두 개를 추천하고자 한다. 비슷한 고민을 한 모든 사람과 복잡한 짐을 나누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

 

 

 

빠더너스 BDNS

- 권정열과 함께 오지 않는 카레를 기다리며 上



화면 캡처 2021-09-26 140109.jpg
출처: 빠더너스 BDNS 유튜브 영상 캡쳐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건 환상인 걸까? 환상까지는 아니더라도 꿈꾸고 상상하던 모습과는 다른 게 분명하다.

 

빠더너스의 오당기(오지않는 당신을 기다리며) 시리즈는 배달 음식을 시켜 두고, 음식이 올 때까지 이야기를 이어가는 콘셉트이다. 추천한 영상은 이 시리즈에서 처음으로 게스트가 등장한 에피소드로, 10cm로 잘 알려진 가수 권정열이 함께했다.

 

이 영상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자, 가장 진지한 부분이 일에 관한 이야기이다. 유튜브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코미디언이자 이 채널의 주인공인 문상훈과 잘 알려진 뮤지션인 권정열. 자신의 재능을 십분 활용한 즐겁고 유쾌한 창작자들일 것만 같았던 이들의 일 이야기는 생각보다 발랄하지 않다. 의외로 주된 주제는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다.

 

두 출연자는 각자 자기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에어드랍’영상과 음악 ‘아메리카노’에 대해 이야기한다. 두 사례의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각자를 잘 알리고 유명하게 하는데 가장 혁혁한 공을 세운 창작물이라는 점이다. 동시에, 정작 본인들은 그다지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작업이기도 했다. 삶의 장난 같은 일이다. 나를 사실상 대변하는 작품이 정작 가장 적은 애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것은.

 

나를 유명하고 잘 알려지게 만드는 과정을 가장 잘하는 일이라고 규정해보자. 결국 그 일이 내가 원래 하고 싶었던 일과는 좀 달랐을 때 고민이 시작된다.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의 괴리가 평범한 회사원도 일을 구하는 대학생도 아닌, 코미디언과 뮤지션의 삶에서도 되풀이된다니. 재능 없이 밋밋한 내가 마냥 동경했던 삶에도 나와 다를 것 없는 고민이 있었다. 이상한 위로와 이상한 절망이 동시에 느껴졌다.

 

좋아하는 것만을 따라간다고 해서 반드시 멋있는 길을 가게 될까? 나의 일에 좋아하는 것만을 욱여넣는 것은 그저 고집과 아집의 결과물이 될 수도 있다. 뮤지션 권정열 역시 영상에서 하고 싶은 것만 잔뜩 쏟아부은 음악이, 막상 몇 개월만 지나도 별로라는 것을 느꼈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잘하는 일만 따라가게 된다면? 그래도 10cm의 음악이, 빠더너스 채널의 영상이 사랑받을 수 있었을까? 대중의 기호에만 맞춘 평범한 인스턴트 맛 창작물들로 가득 차게 되었을 것이다. 중요한 건 타협이고 균형이다. 다만 모든 타협과 균형의 기준을 오로지 내가 판단해야 한다는 것은 역시 모두를 괴롭게 한다.

 

그러니까 일을 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수만 가지 갈래로 갈라지는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해서 직업을 선택할 때는 그 거대한 갈림길들 앞에서 몇 가지 길만 선택하면, 그 방향대로 탄탄대로를 걸을 것만 같다. 막상 길에 들어서 보면 그 안에도 수천 수만 가지 길이 놓여있음을 깨닫고, 다들 종종 길을 잃는다. 좋아하는 일만을 하고 싶은 욕심이, 말 그대로 욕심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좋아하는 일에 대한 환상, 내가 현실에서 겪는 타협에 대해 같이 떠들고 있는 것만 같은 영상이다. 환상을 깨부수든 타협의 짐에서 마음의 짐을 덜어내든, 좋아하는 일의 현실에 대해 가까이 다가서고 싶은 분들께 가벼운 마음으로 시청하시기를 권해본다.

 

 

 

유 퀴즈 온 더 튜브

- 신입만 n번 한 진기주 자기님! 프로 이직러들의 이직 결심 공통점.z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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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유 퀴즈 온 더 튜브 유튜브 영상 캡쳐

 

 

일을 찾아가는 과정은 어렵다. 특히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다간 더더욱 그렇다. 멈추고 정착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일에 대한 지수도 차라리 연봉처럼 명확히 나타나 있으면 좀 낫지 않을까? 이번 영상을 추천하면서는 이직을 거듭한 ‘프로 이직러’의 이야기를 통해 멈춰야 할 타이밍에 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

 

배우 진기주는 처음 대기업 신입사원에서 시작해, 기자를 거쳐, 현재에 이르렀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배우의 길에 접어들었다는 점. 그것도 남들이 선망하는 대기업과 기자의 길을 걷다 포기하고 돌아섰다는 점이 눈에 띈다. 대기업 사원, 기자, 배우 이 세 직업에 유난히 연결고리가 없어 보인다는 점도.

 

사실 바꿔 말하자면 세 가지의 목표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뤄오는 데 성공한 셈이니, 꽤 질투 나는 삶이 아닐 수 없다. 그 과정에 들여온 노력과 허망함은 보이지 않고 결과만이 보이니 할 수 있는 생각이다. 동시에 한 가지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건, 나와 같은 시선 때문에 그녀가 이전의 직업들을 내려놓기가 얼마나 힘들었을 지이다.

 

도전을 선택할 수 있는 건 용기이다. 용기 있는 사람의 선택은 말끔하고 통쾌했을 것만 같지만, 진기주는 솔직하게 그렇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마음속 깊은 곳에만 배우의 꿈을 품고, 그와 다른 회사생활에 점점 지쳐갈 때였다. 그만둬도 괜찮다는 엄마의 말에 오히려 짜증이 났다고 한다. 과정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어렵고 지겹다. 그걸 알기 때문에 생기는 고민도 모두에게 공평하지만, 그녀는 기꺼이 어렵고 지겨운 선택을 한 것뿐이다.

 

그렇게 두 번의 이직을 거친 결과가 마냥 행복하기만 했으면 좋을 텐데.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여전히 넘어가야 할 산은 많다. 반복되는 오디션이 자신을 주눅 들게 하고, 과거와 비교되는 불안정함이 벽으로 다가온다. 그것조차 내가 선택한 결과이니 받아들여야 한다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당연하다고 해서 잔인하지 않은 건, 두렵지 않은 건 아니다. 사실, 선택 이후에 몰려올 모든 책임이, 결심과 결정이 필요한 순간을 가장 두렵게 하는 게 아닐까?

 

그런데도 이 영상은 좋아하는 일에 대한 차가운 현실보다는 희망을 느끼게 하는 영상으로 느껴졌다. 배우가 된 이후 더는 아침 출근 전 침대 위에서 괴롭지 않고, 더는 다른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딱 두 가지 말 때문이었다.

 

나는 이전에 생각지 못하게 인턴을 하게 된 경험이 있다. 광고 회사였는데, 사람들도 좋았고 일도 괜찮았다. 다만, 오랫동안 문화예술을 동경하던 나에게는 지금의 ‘좋음’이 끊임없이 아쉬웠다. 막상 일하다 보면 별생각이 없었는데, 아침 출근 전은 유난히 괴로운 시간이었다. 자신을 달래고 억지로 일으키기 위해서 아침 스트레칭과 명상을 시작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차라리 몸부림이었다. 그 경험 이후로, 아침 침대 위 눈꺼풀의 무게는 일의 만족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그 때문에 배우 진기주의 영상 속 한마디가 그토록 강렬했는지 모른다. 아침에 눈이 번쩍 떠지는 그런 일이 어디 있겠냐는 마음속의 비웃음이 찔린 느낌이었다. 그런 일이 정말 있다는 것에 대한 희망과, 헛된 희망은 아닐까 싶은 두려움이 동시에 밀려왔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멈춰야 하는 걸까 움직여야 하는 걸까?

 

그녀가 멈출 수 있었던 건, 배우라는 직업이 진기주라는 사람에게 그런 선택지여서도 있겠지만, 여러 번의 용기 있는 이직으로 다른 선택지를 충분히 지워봤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멈춰야 할 타이밍을 만들 수 있는 것도 자신의 선택이다. 영화처럼 운명이 직업을 점지해주는 사람도 있겠지만, 일단 최소한 나는 아니니까. 별수 없이 성실하게 나의 타이밍을 찾아 나서는 수밖에 없겠다. 어쨌든, 희망적인 것은 그런 타이밍이 어딘가에는 있다는 것.

 

오늘, 혹은 미래의 직업적인 선택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 인생의 신호등 앞에서 이것이 멈춰야 하는 신호인지 계속 가야 하는 신호인지 읽어내기조차 벅찬 사람들과 함께 보고 싶은 영상이다. 그 신호가 어떤 신호일지 물론 나도 잘 모르긴 하지만 같이 이야기해보면 혼자보단 낫다. 누군가에겐 한없이 가벼운 유튜브에도 많은 정답이 떠돌아다닌다고 믿는 이유이다.

 

 

 

박경원 컬쳐리스트.jpg

 

 

[박경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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