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수많은 예술가의 공통점 - 예술가의 일 [도서]

글 입력 2021.09.26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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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알고 싶은 게 있을 때는 같은 분야이더라도 각각 다른 사람이 쓴 책을 여러 권 읽어보라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예술을 배우는 사람이자, 예술을 하고 싶은 혹은 하는 사람으로서 틈만 나면 예술 관련 도서를 둘러보는 게 취미이다.


물론 예술이라는 것은 단순히 책을 읽는다고 해서 체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네모난 책에 정갈히 적힌 여러 예술 이야기들은 언제나 내 마음을 끌어당긴다.


<예술가의 일>은 시기 혹은 장르별로 예술가들을 분류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생각한 나름의 공통점을 기준으로 그들을 묶어낸다. 생각보다 두껍지 않은 책임에도 작가는 무려 서른세 명의 인물이나 소개하고 있다.


읽기 전에는 이 한 권에 이들의 이야기를 모두 담아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오히려 각 예술가의 분량이 짧았기 때문에, 장르와 시대를 막론하고 자신의 예술성을 펼친 사람들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한 인물에 깊게 파고들지는 않으면서도 그의 일생, 주요 작품, 주변 환경까지 다루고 있기 때문에 그 사람에 대해 가볍게 관심 가지기에 좋은 책이다. 어떤 궁금증이 생겼을 때, 직접 찾아보는 것이 가장 기억에 오래 남는다는 말이 있듯,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책 또한 그런 효과가 있다.


본문에 나온 작품임에도 사진과 같은 추가 자료가 없는 경우가 꽤 있어, 직접 찾아보며 책을 읽었는데 다 읽고 나니 그러면서 새롭게 빠진 예술가가 꽤 되었다. 그중 인상 깊었던 몇 예술가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자하 하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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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P 야경, 출처: DDP 공식 홈페이지

 

 

'서울 한복판에 착륙한 우주선'

 

DDP는 건물을 올리기 전부터 수많은 비판을 받았다고 한다. 천문학적인 공사비와 더불어 서울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곳에 들어설 건물치고는 너무나도 전위적이라는 이유로 말이다. 그러나 현재는 'DDP'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명실공히 서울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건축은 사람들이 생각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하게 해야 한다."

 

- 자하 하디드

 

 

DDP처럼 자하 하디드의 삶 또한 그리 순탄치 않았다고 한다. '여성', '아랍계', '종이 건축가'라는 딱지는 번번이 하디드의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독립 후 10년이 넘도록 조그만 건물 하나 세우지 못했던 하디드는 현재 프리츠커상을 단독으로 받은 유일한 여성 건축가가 되었다.

 

그는 자신을 향한 수많은 의심과 조롱에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주류에 맞춰 변화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DDP만 보아도 그러하다. 한국의 정서에 맞지 않고, 너무 전위적이라며 비판을 받았던 DDP는 사실 한국의 미를 듬뿍 담고 있는 건물이다.

 

정원과 산책로를 품고 있으며, 탁 트인 전통가옥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낸 뚫린 공간이자 24시간 꺼지지 않는 한국의 불빛을 가지고 있는 곳. 이를 어찌 한국적이지 않다고 할 수 있겠는가. 단지 하디드는 남들과는 다른 시선으로 한국의 미를 해석했을 뿐이다.

 

 


장국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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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정전>, 1990

 

 

장국영은 어릴 적 아버지의 바람대로 영국에서 섬유 공부를 했다고 한다. 그렇게 영국에서 10대를 보내며 데이비드 보위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던 장국영은, 그저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이유 하나로 방송국 가요제에 참가한 이후 덜컥 스타가 된다.

 

당시 홍콩 인기 가수들처럼 장국영도 연기에 도전하였지만, 처음에는 별 주목을 받지는 않았던 듯하다. 그러던 중 <영웅본색>, <천녀유혼>을 만나 배우로서도 크게 성공하게 된다. 잠깐의 휴식 후, 장국영은 왕가위 감독을 만나 '불안한 청춘'의 대변자가 되어 당시 홍콩의 청춘들을 위로해준다.

 

사실 나는 왕가위 감독의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장국영을 잘 알지 못했다. 그저 과거에 유명했던 영화배우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어쩌다 그의 영화를 몇 편 보고 나니 단번에 사람들이 왜 그렇게 좋아했는지 알 것만 같았다.

 

연기를 잘한다, 혹은 외모가 멋있다는 것과 같이 콕 집어 말할 수 있는 좋음이 아니라 왠지 그의 눈빛에 홀리는 느낌이었다. 그저 연기를 잘한 것인지, 혹은 타고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장국영의 눈빛에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여기는 것'

'사람들의 반응이 어떻든 나를 믿고 나만의 것을 보여주는 것'

'세상에 없던 것을 선보이는 것'

 

 

태어난 시기도, 나라도, 자란 환경도. 거기에 장르까지 각기 다른 사람들이지만 책에서 소개한 사람들 대부분은 위와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기존에 있던 것을 부수고, 이때까지 보지 못했던 것을 보여 준다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내 것이 옳다는 생각이 들면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는 상관없이 내 길을 걷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바로 진정한 예술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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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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