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예술가에게 배우는 삶의 태도 - 예술가의 일 [도서]

글 입력 2021.09.25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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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일, 이 책의 제목이다. 예술가의 일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을 때 비교적 간단히 대답할 수 있었다. 자신의 창작물을 세상에 내보이는 것 아닐까. 그런 마음을 가지고 가볍게 책을 펼쳤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한 대답은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갖은 냉대를 받으면서도 활동을 계속했던 예술가, 그리고 결국 시대를 바꾸어낸 작품의 가치를 거론하기에 한없이 가벼운 문장이었다. 중요한 무언가를 까먹은 것 같아 찝찝했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 작가의 말을 읽었다. 앞서 읽을 때는 가볍게 읽었던 문장이 새삼 묵직하게 다가왔다. 그도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한 것 같다. 문장에서 무게를 느낄 수 있었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예술가의 일’을 이렇게 설명했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식상한 표현입니다. 그런데 이 상투적인 문장을 피해서 예술가의 일을 설명하려니 그게 또 쉽지 않습니다. 예술가들 역시 제각각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을 한 사람들입니다. 누군가는 고독하게 일했고, 누군가는 시끌벅적하게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어떤 예술가의 결과물은 결국 인류의 유산으로 남았습니다. 우리는 이 유산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p.6 작가의 말

 


찝찝했던 마음이 조금은 개운해진 기분이 들었다. 예술가의 결과물은 오래 남아 당대의, 또 후대의 사람들에게 울림을 준다. 그것이 수준 높은 작품이든 삶의 태도든 가치관이든 말이다. 이 책은 예술가의 작품에만 주목했던 시선을 돌려 예술가라는 '사람'에게 향하도록 한다.

 

 


1. 예술가 : 꿋꿋한 외골수들



작가는 예술가 33명을 삶의 태도에 따라 여섯 챕터로 구분해 서술했다. 기존의 틀을 깬 예술가, 예술만을 위한 삶을 살았던 예술가, 개인적인 아픔을 이겨낸 예술가, 시대의 외압에도 굴복하지 않았던 예술가, 편견을 예술로 이겨낸 예술가, 마지막으로 고독을 예술의 재료로 승화시킨 예술가다. 덕분에 그들의 작품에 더해, 삶의 태도와 결정 하나하나에 집중하게 된다.


그들의 공통점은 모두 외골수이자 혁신가라는 점이다. 생전 이단아로 평가받았던 이들은 굴하지 않고 작품 활동을 이어나갔다. 결국, 미술부터 음악, 건축, 그리고 영화와 무용까지. 문화예술의 세계는 더욱 확장될 수 있었다. 각자 조명받은 시기는 달라도 그들은 모두 예술계를 넘어 인류의 문화에 선명한 발자취를 남겼다.


각 시대는 모두 저마다의 흐름을 가지고 있다. 그 흐름 속에서 사람들은 예술 활동을 하고 작품을 발표한다. 시대를 잘 타고난 누군가는 운이 좋게도 작품을 발표하자마자 대중의 기대를 받고, 시대를 너무 앞서나간 누군가는 세상을 떠난 후에야 진가를 알게 된다. 작품은 그대로인데 말이다. 이는 작품의 결과나 예술가의 삶에 대한 평가 기준이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괴짜, 이단아, 추방자에서 한 시대를 빛낸 아이콘이 되기까지”


이들의 태도에서 외부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는 초연함과 열정을 배우게 된다.


 

 

2. 예술계의 여성



예술계에서 여성의 이름을 드물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예술가가 아니라 뮤즈라는 직함을 달고 있다. 뮤즈는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는 특별한 존재다. 현재도 특정 예술가를 언급하면 바로 이름이 떠오를 정도로 유명한 인물도 있다. 하지만 뮤즈는 직접 예술을 하는 주체가 아니다. 뮤즈로서 여성이 예술에 이바지할 수는 있어도 그것은 자신만의 공로가 아니었다. 여성은 남성에게 종속된 수동적인 존재로 다루어졌기 때문이다.


19세기에 들어 여성의 참정권이 인정되었다. 여성도 자신의 권리를 펼칠 수 있는 주체적인 존재라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후에도 가부장적인 가치관과 여성에 대한 편견은 여성 예술가들의 활동에 큰 걸림돌이 되었다.


책에는 다음과 같은 여성 예술가들의 아픔이 기록되어 있다. 생전 디에고 리베라의 아내로 더 유명했던 프리다 칼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투자를 받지 못하고 녹음 기사에게 욕을 먹었던 한국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 박남옥, 전쟁 중에도 뒤샹과 피카소 등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지켜내고 공유했지만, 섹스 중독자라고도 불리는 페기 구겐하임, 이혼녀라는 꼬리표에 재기조차 할 수 없었던 나혜석, 같은 화가이면서도 자신의 창작 활동을 막은 남편 에드워드 호퍼의 성공을 지켜볼 수밖에 없던 조세핀 니비슨까지.

  

과거에 비해 나아졌지만, 아직 개선해야 할 점이 남아있다. 책에 따르면, 영화 관련 학과의 성비는 5대5지만 현장에서 활동하는 여성 감독의 수는 현저히 적다. 또한, 2017년 영화진흥위원회 기준 지난 5년간 제작비 10억 원 이상 혹은 스크린 수 100개 이상을 차지한 한국 상업 영화가 1년 평균 73편인데 그중에서 여성 연출작은 5편이라고 한다.


몇 년 전 미국 할리우드에서 시작되어 한국 사회를 흔들었던 ‘미투운동’도 예술계에 만연했던 성적인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높은 지위나 유명세를 이용해 피해자를 성적으로 모독했던 가해자가 밝혀지고 죗값을 치렀다. 속도는 느려도 사회는 점점 변하고 있다.

 

 

 

3. 동시대의 사람들에게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예술가는 예술 작품을 창작하거나 표현하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을 뜻한다. 즉, 자기 생각을 정립하기 위한 풍부한 지식과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표현력, 창의력을 갖추어야 한다. 게다가 운까지 필요하다.


이렇게 많은 능력이 요구되지만, 꼭 성공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살아있을 때 부귀영화를 누리는 경우도 많지 않고, 누군가의 인정이 필요하다. 이는 비단 예술계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성공 혹은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기꺼이 감내해야 할 과정이다. 그래서 예술을 꿈꾸지 않는 사람들도 이들의 삶에서 존경과 감동을 느끼는 건 아닐까.


동시대의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위로이자 용기가 되었으면 한다.

 

 

[최예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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