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술 그 너머에 있는 것 [미술/전시]

2021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를 다녀와서
글 입력 2021.09.22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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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들이 있다. 무등산과 5·18기념행사, 비엔날레와 디자인 비엔날레. 얼마 전 오랜만에 카메라를 챙겨 2021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에 다녀왔다. 디자인 비엔날레는 광주에서 2년에 한번 열리는데, 비엔날레와 번갈아가며 개최된다.


비엔날레와 디자인 비엔날레는 자칫하면 같은 범주에 묶어져 같은 성격의 전시로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도 별 차이가 없으니 두 비엔날레를 합치라는 요구가 있기도 했다. 때문에 각 전시의 성격을 분명히 하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디자인 비엔날레는 특히 실용성과 산업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펼쳐진다.

 

이번 2021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의 주제는 「d-Revolution」으로, 디자인을 통한 혁명의 표현으로, 과거의 발명에 의한 혁명이 아닌 재발견, 재정립, 재생산에 의한 혁명을 의미하고 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로 인한 일상의 변화, 기술의 발전, 변화하는 세대와 가치관, 우리는 일상의 혁명 속에서 어떤 변화들을 마주하게 되고, 어떻게 그들을 받아들여야 할까?

 

 


제 1장. 기술 그 너머에 있는 것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의 시작인 주제관의 컨셉은 ‘d-Revolution 그 너머’다.

 

새파란 조명 아래 펼쳐진 인간의 형상과 폐허된 고대 기둥의 잔재. 선명한 푸른빛을 받은 흰색 석고조형은 밝게 빛나다 못해 기괴하기까지 하다. 작품의 이름은 XTRA로, 뮤직 비디오에나 나올 것 같은 사이버펑크한 이미지가 녹아든 공간을 연출해 보는 이들로 하여금 k-pop현장에 들어온 것처럼, 메타버스 같은 환상을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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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기술의 발전을 접하며 우리는 그들을 기술 그자체로만 대하고 만다. 4차 산업혁명 하면 다양한 미래기술과 인공지능이 떠오른다. 하지만 이전의 글에서도 언급했듯, 4차 산업혁명은 단순히 기술로 한정하기엔 그 영향력이 과히 크다.


기술은 인간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기술의 기저에는 인간의 본능과 욕구가 담겨 있다. 그런 점에 착안해 주제관의 작품들은 첨단기술의 아날로그적 해석을 선보이고 있다. 화려한 빛의 향연 속을 거닐며 기술력과 그 뒤에 숨은 아날로그를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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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장. 당신이 잃어버린 것은 무엇입니까?



이번 디자인 비엔날레는 체험할 거리가 많았는데, 특히 AI관에서 다양한 기술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로 당겨진 기술의 혁신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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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가 설치된 컴퓨터 화면에 ‘코로나 시대에 인간은 얼굴을 잃어 버렸다. 당신은 또 무엇을 잃어버렸는가?’하는 질문이 나타난다.

 

나는 ‘대학생활’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화면에 마스크 안의 얼굴이 나타난다. 생각보다 우습게 나온 얼굴에 웃음을 터뜨리다 코로나가 앗아간 많은 것들 중 하나를 돌려줬다는 생각에 기술의 따스함을 느꼈다.


다음으로 기억에 남는 전시는 ‘나의 기계 엄마’인데, 지나치게 사실적인 모습이 무섭기까지 하다. 중년여성의 얼굴을 한 상반신 로봇이 반대쪽에 선 나의 행동과 표정을 따라 그대로 움직인다.

 

머신러닝을 통해 인간의 표정을 학습하며 그들의 감정을 구현하는 이 작품은 가끔 공포로 다가오는 인간형 로봇에 대한 낯섦을 융해하고 관계를 구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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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와 인간은 서로를 이해하고 관계를 쌓아갈 수 있을까? 감정의 이해는 그들은 우리를 흉내 내는 것에서 시작되고 있다.


정적인 작품 전시를 볼 때는 그에 담긴 의미를 상상하곤 하는데, 직접 체험을 하는 작품들은 보다 의미가 직관적으로 느껴져 색달랐다.

 

 


제 3장. 전시는 어렵다



짐짓 진지한 듯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지만, 사실 단순히 전시관을 거니는 것만으로 그러한 감상을 갖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학교 전공수업의 과제로 보고서를 쓰기 위해 디자인 비엔날레에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작품을 느끼기 보단 분석하려는 중압감으로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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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어렵다. 막연히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보기엔 단순한 기성품처럼 보이는 사물들이 작품이 되어 전시되고, 난해하고 복잡한 조형물이 단순한 제목을 달고 있을 때, 예술은 역시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재밌다. 내가 보지 못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자못 어려워 보이는 작품을 보며 예상했던 해석이 작가의 의도와 맞아들 때, 이유모를 쾌감이 느껴진다. 전시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예술에 대한 전문가가 된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다양한 예술을 접하고 그에 대해 맘껏 상상하는 것도 전시의 재미요소다.


이런 점들이 모여 전시는 즐거운 문화생활이 된다. 예술에 대해 공부하고 해석하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막연히 분위기를 즐기며 상상 속에 녹아드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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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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