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불안을 사랑합니다

이 다음으로 나아가기 위해
글 입력 2021.09.10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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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스물 두 살이다. 스무 두 살의 3분의 1만이, 즉 4개월 정도가 남은 2021년 9월의 나는 대학에 오고 난 뒤, 그 어느 때보다 불안하다.

 

대학교 2학년까지 마치고, 1학기 휴학을 했다. ‘더 이상 못하겠다.’고 생각했다. 휴학을 한다고 해서 매일을 놀지는 못하겠지만, zoom으로 매일 강의를 듣는 일상에서는 벗어날 수 있었기에 망설이지 않고 1학기 휴학 신청을 하였더랬다.

 

그렇게 1학기 휴학 신청을 하고 난 뒤에서야 나는 약 8개월간의 휴학 생활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 중 첫 번째 계획이 ‘아트인사이트 에디터에 지원하기’였고, 내가 휴학 때 이루려고 했던 계획 중, 그 어떤 것보다 먼저 이룰 수 있었다. 두 번째 계획은 ‘토익 일정 점수 이상 받기’였다. 한 달 정도를 공부하여 인생 첫 토익 시험을 봤고, 다행히(?) 내 목표 점수에 딱 맞는 점수가 나와, 기분이 참 좋았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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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계획은 출판사 서포터즈 활동을 해 보는 것이었다. 1전공이 철학이고, 2전공이 신문방송학과였던 나는 무작정 ‘출판사 관련 대외활동을 하나라도 해 보면, 나의 커리어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였고, 총 세 곳의 출판사에 서포터즈 활동을 지원하였다. 그 결과, 두 군데의 출판사의 서포터즈가 되어 바로 서포터즈 활동을 시작해 볼 수 있었다.

 

휴학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실행해 나가는 과정은 빠른 시간 안에 이루어졌고, 나에겐 참 즐거운 경험이었다. 그리고 솔직하게 말하면 ‘내가 세운 계획 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니, 자존감이 매우 높았고 무슨 일이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휴학 생활의 마지막 달이었던 지난 8월, 나는 내가 다니는 대학에서 주관하는 교내 진로캠프에 참가하였다. zoom으로 이틀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를 꽉꽉 채워서 진행되는 진로 프로그램이었다. 그 이틀은 매우 빡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에게 맞는 직무와, 나의 적성, 성격 등을 객관적으로 확인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고 나에게 맞는 직무가 무엇인지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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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나에게 잘 맞는 일이 무엇인지도 잘 알았으니 이제 그 다음 단계인, ‘내가 나중에 지원할 직무에 도움이 될 활동을 해 보는 것’을 실행할 차례였다. 휴학을 신청하고, 휴학 계획을 세우던 올해 초의 나와 다르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말 그대로 번-아웃이 왔다. 아무 것도 하기 싫었다. 대외활동도 열심히 하고, 에디터로서 글도 한 주에 한편을 쓰고, 아르바이트에 영어 공부까지 멋지게 해내던 그간의 나는 어디 갔는지, 정말 아무런 생각도 하기 싫었고 그 무엇도 하고 싶지 않아졌다.

 

하지만 휴학을 끝낸 뒤의 나는 ‘대학교 3학년’이었다. 본격적인 취업 준비를 해야 하는 4학년이 되기 딱 1년 전인, 한 마디로 ‘학생’과 ‘예비 직장인’의 기로에 놓여 있는 중요한 포지션이 지금 나의 자리였다. 그러니 더 이상 뭘 할지 망설일 시간이 없는데, 나에게 도움이 될 활동이 무엇인지 어서 찾아서 뭐든 해봐야 하는데…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조급했지만 막상 실제로 뭔가를 하는 것은 별로 없었다.

 

그냥 대학교 1학년 때처럼 학교 공부만 하고, 아르바이트만 하고 싶었다. 서포터즈 활동이든, 동아리든, 무엇이든 어느 곳에 ‘내가 이러한 사람이고, 이러한 활동을 하고 싶다.’를 이야기하고 지원하고, ‘붙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조마조마해야 하는 이 과정을 또 겪기엔, 이미 지쳐버렸다고 생각했다. ‘이젠 아무래도 지쳤다.’는 생각이 나의 마음 가장 밑에 있는, 나의 진짜 마음이라고 생각했다.

 

자, 그럼 이제 하나의 질문을 나 자신에게 던져 보자.

 

지쳤으니,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지친 게 회복이 될까?

 

답은, 당연히 ‘아니’ 였다.

 

잘 생각해 보니, 이 지침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은, 내가 휴학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실행하여 그것을 이뤄 낸 것처럼 ‘내가 뭔가를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이었다.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고 그 어느 때보다 지쳤지만, 지쳐서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은 마음보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아서 불안한’ 마음이 훨씬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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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불안’과 ‘지침’으로 차 있는 것이 현재 나의 마음 상태이다.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 교착 상태에서 빨리 벗어나는 방법은, 그저 ‘불안을 사랑하는’ 것이다. 불안을 나의 ‘원동력’으로 삼는 방법밖에 없다.

 

지친 것보다 불안한 마음이 더 크기에, 지금의 나는 지친 나의 마음을 잘 달래어 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 할 것이다. ‘불안’한 마음이 없다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이 ‘지금’을 그냥 속절없이 흘려 보냈을 것이다.

 

불안함을 느끼는 나 자신에게 고맙다. 지친 것보다 불안한 것이 더 커서 고맙고, ‘불안하기에’ 그 자리에 가만히 멈춰 있지 않고 ‘불안하기에’ 무언가를 해내려 또 다시 노력해 주어서 고맙다.

 

지금 잠깐 멈춰 있는 이 교착 상태에서 벗어나, 이 다음으로 어서 나아가야지.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기꺼이, “불안을 사랑한다.”


 

[김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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