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미술의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다 - 벌거벗은 미술관

글 입력 2021.09.10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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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가 아니라,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의 가이드



미술에 대한 독서는 굉장히 흥미롭다. 어떤 책에서는 기호학 및 도상 연구를 활용한 분석적 관점을 선보이고, 어떤 책은 미술품이 가진 사연(도난, 화가와 얽힌 이야기)을 소개해 준다. 그리고 어떤 책은 미술 작품을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한다. 그래서 미술 작품들과 관련된 책들을 보고 있으면 하나의 작품을 보고도 여러 갈래로 나뉘는 이야기들이 기대된다.

 

이 모습은 우리 안에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평론가, 창작자, 역사학자, 사회학자, 기호학자, 예술을 바라보는 관점이 뚜렷한 전문가가 아니라도, 전시회장 안에서 우리는 그렇게 여러 갈래로 나뉜다. 같은 전시를 보아도, 각자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작품이 다르고, 어떤 작품은 소개 글 한 줄에 더욱 감명받고, 어떤 작품은 소개 글이 없어도 그 앞에 오래 서게 만든다. 그러니 미술을 바라보는 관점은 모두 다르다. 그렇다면 미술사는 어땠을까?


미술사에 대한 책들을 읽어보면, 아무래도 확실히 더 학술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사실이다. 고전부터 르네상스, 현대까지 거슬러 오다 보면 중간쯤 벅차오르는 것이다. 미술 역시 역사적 사건들에 의해 영향을 받고 변화해왔기 때문에, 외적인 분석이 들어가면 더욱 포괄적으로 서술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미술 사조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화가들의 이름, 작품들을 우리는 교과서에서부터 암기해왔기에 공부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미술사 관련 도서들은 특히 어렵게 다가왔던 것 같다. 수많은 시간이 쌓여 만들어낸 작품들을 한 권으로 요약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리고 본 책은 '미술사'에 관한 책으로 다가왔다. 확실히 본 책의 흐름은 고전에서부터 르네상스, 바로크, 근대를 콕 포인트를 짚어가며 시대적 흐름에 맞춘 서술 방식을 따른다. 그러나 다른 책들과 다르다고 할 수 있는 건, 그 시대를 바라보는 '관점'의 제시다. 새로운 방식의 가이드가 등장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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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빈치, <모나리자>

 

 

 

당신은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본 책은 미술 작품을 바라보는 여러 관점들을 던져주고 있다. 1장에서는 '벗은 몸', 주로 조각들을 중점으로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다. 우리가 어떻게 아름다움의 비율을 찾아내었는지, 그리고 그 미적 탐구가 어떻게 고전미술에서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미의 기준을 모호한 고전미술에서 정의 내릴 수 있는지, 화두를 던졌다.


2장의 주제는 '미소', 작품들 속 표정을 중점으로 시대적 흐름을 보여준다. 미소가 없었던 과거, 미소와 권위가 공존했던 시기, 익살스러운 미소가 작품 속에 녹아들기까지. 작품 속 '미소'는 꾸준히 변화해왔다. 본 책에서 언급되는 모나리자의 미소는 참 유명하다. 그러나 한 번도 그러한 미소의 변천사를 깊게 생각해 보았을까. 본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을 꼽으라면 2장을 뽑겠다. 어떤 시대가 우리에게 가장 자유로운 미소를 선사하였는지, 우리의 현재는 어떤 표정을 선물하고 있을지, 본 책에서 언급된 작품들 그 이후의 표정이 더욱 궁금해지는 대목이었다. 미래의 작품 속 미소가 궁금해지는, 생각 못 한 관점을 본 책을 통해 소개받은 것이다.


그리고 3장에서는 '박물관'을 통해 미술의 역사를 서술한다. 박물관들이 어떻게 변화해왔고, 그들이 가진 예술품들은 어디서 왔는지, 앞으로 박물관들은 어떻게 변화할지, 이야기한다. 우리가 미술 작품을 만나기 위해 찾은 공간에 대한 고민, 그 고민은 더욱 우리의 삶 속에 미술 작품들이 어떻게 스며들게 할지에 대한 방법을 제시할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전시장은 작품 속에 이머시브하게 빠져들 수 있도록 공간을 연출하기도 하고, 어떤 전시장은 제3자의 시선으로 작품을 볼 수 있게 공간을 연출하기도 한다. 공간은 계속 시대에 따라 변화해왔으니 앞으로의 공간이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4장은 '질병', 미술을 둘러싼 재난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가장 작품 외적인 관점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어쩌면 재난 상황을 마주한 창작자들은 그 재난 속에서 작품을 만드니, 또 큰 영향력을 지녔다고 볼 수 있다. 흑사병에 대한 이야기가 깊게 다뤄지는데, 흑사병을 통해 수많은 좌절을 겪었던 창작자들은 변화했다. 또 흑사병으로 인해 자가격리를 당한 작가는 이야기를 썼다. 현 시국과 과거 흑사병의 이야기는 어떻게 이어질까. 서로 가닿기 어려운 사회, 창작자들은 계속 자신의 작품을 소통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새로운 소통 방식의 등장은 언젠가 후일 미술사의 남길 발자취가 되지 않을까.


본 책은 정답을 주는 책은 아니다. 사실 정답이 필요하지 않다. 여러 가지 관점들을 던지고, 우리들은 그 관점을 따라가며 미술의 새로운 면모들을 바라보는 것이다. 이렇게 미술이 영향을 받는구나, 또 이렇게 변화하고 있구나,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책이 질문을 던져준다는 것도 참 큰 가치다. 책을 통해 더 넓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책이 가진 엄청난 매력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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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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