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미술은 어렵다? 오히려 좋아! - 1편 [미술/전시]

미술은 왜 어려울까?
글 입력 2021.09.03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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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를 전공했고, 늘 공부중이지만 미술에 대해 알아야 할 것들은 태산이고 전문가라 불리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 전문가가 아닌 내가 어떤 글을 쓸 수 있을까 싶다가도 전문가와 일반인 사이의 지점에서 오히려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으면서도 나만의 인사이트를 줄 수 있는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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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은 왜 어려울까”라는 글은 그렇게 탄생했다. 친구와 함께 전시를 보다가도 “미술은 역시 어렵다”는 말을 종종 듣는데, 그때마다 나한테도 어렵다며 본격적인 미술 이야기를 피한 적이 많았다. 그리고 얼마 전 예술을 더 즐기고 싶지만 예술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의 지식이 없는 것 같다는 친구의 말이 계기가 되었다.


우리가 미술을 어렵게 느끼는 이유는 뭘까? 보통 작품을 봐도 아무런 느낌이 없다거나, 무엇을 표현한건지 모르겠다거나, 왜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혹은 왜 유명한지 공감하지 못하겠다거나, 예쁘고 좋긴 한데 그 이상 할말이 없다며 미술이 어렵다고 결론짓는다.


여기에는 물론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 글에서는 필자가 생각하기에 주된 이유 세가지를 꼽아봤다. 미술이 왜 어려운지 짚어보면서 미술을 덜 어렵게 느끼기 위한 방법을 떠올려 볼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이 글은 두 편으로 나뉘어 1편에는 미술이 어려운 이유, 2편에는 어떻게 감상하면 좋을지에 대한 필자의 의견을 나눠보려고 한다.

 

 

 

1. 미술에도 언어가 있다


 

미술 작품 앞에 서면 눈에 초점이 흐릿해지고 머리가 비워지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예쁘면 예쁜대로, 난해하면 난해한대로 어떻게 감상해야할지 막막하다.


그 첫번째 이유는 미술에도 언어가 있기 때문에, 그리고 이런 언어에 친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언어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생각, 느낌 따위를 나타내거나 전달하는 데에 쓰는 음성, 문자 따위의 수단. 또는 그 음성이나 문자 따위의 사회 관습적인 체계"를 말한다.


언어는 생각이나 감정, 느낌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다. 말과 같은 음성언어, 글과 같은 문자언어가 있듯이 시각예술에는 조형언어가 존재한다. 말과 글 대신 형태, 크기, 색상, 질감, 구성 등의 조형언어를 통해 그림, 조각, 영상, 설치물 등 다양한 매체로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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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언어는 말이나 글과는 다르게 하나의 기호가 여러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물감이 치덕치덕 발린 캔버스 표면에서 활기찬 에너지를 얻을 수도, 절망과 고통을 느낄 수도 있으며 그림 속 여러 도형들의 조합에서 혼란을 경험할 수도, 리듬감을 느낄 수도 있다. 이처럼 조형언어는 명확한 하나의 생각이나 감정을 의미하지 않으며, 작품을 보고 느끼는 감정은 사람마다 비슷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미술 언어를 스스로 해석해 나만의 방식으로 작품을 이해하는 것인데, 주관적이고 다층적인 조형언어는 해석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작품을 보자마자 그 앞에서 내 생각과 느낌을 빠르고 정확하게 말하고 싶어하고, 그렇게 할 수 있어야만 제대로된 감상이라고 착각하곤 한다.

 

이는 조형 언어를 음성언어, 문자언어로 다시 번역하는 일인데, 얼마나 깊게 해석하고 정확하게 전달하고자 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시간이 걸리는 과정이다. 처음 보는 작가의 처음 보는 작품 앞에서 “이 작품은 작가가 이걸 표현한 것이군”하고 멋있게 한마디 던지는 장면을 기대한다면 아쉽지만 경험과 훈련이 필요하다.


또 하나는 회화, 조각 작품의 경우 내러티브(narrative)가 한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읽어나가기가 쉽지 않다는 어려움이 있다. 다시 말해서, 작품이 표현하는 스토리나 대상이 그림과 조각이라는 멈춰진 시간과 공간 속에 존재하기 때문에 그 내용을 스스로 ‘전개’ 시켜나가야 한다.

 

필자는 그런 점에서 미술이 시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스토리가 있지만 시라는 장르 안에서만 유효한 시적 언어와 표현이 있어서 한 번 훑고서 완벽히 이해하기 어려운 것처럼 미술도 그렇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소설이나 영화는 스토리가 명확하다. 시간의 흐름이 있고, 관객은 주어진 시간을 따라가면 되기 때문에 비교적 수월하다. 그래서 회화, 조각, 설치 등은 그 안에 스토리가 있다면 관객이 더 적극적으로 찾아내야하며 추상 작품처럼 이야기나 대상이 없다면 그에 맞는 또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2. 지식이 필요하다


 

문소영 미술 전문기자는 “현대미술의 이해는 (...) 일상적이고 장기적인 공부로 쌓은 지식을 필요로한다”라고 쓴 적이 있다.

 

“예술은 그냥 느끼면 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필자도 미술을 공부할수록 미술 감상에도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작품을 직접 보고 느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풍부한 해석을 위해서는 미술사적 지식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뭐가 대단한지 모르겠다”, “나도 그리겠다”와 같은 말들은 오히려 미술사의 필요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같은 발언의 대상이 되는 작품들은 대부분 '전통과 규범'을 깬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그 '전통과 규범'에 대해 알지 못한다면 작품의 가치와 의의를 깨닫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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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샹은 기성제품인 변기를 미술관에 가져다 놓고서는 ‘샘(fountain)’이라 이름지었다. 너무 자주 등장하는 작가와 작품이라 우리에게는 대단치 않아보인다.

 

하지만 20세기 초 변기를 미술관에서 마주한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충격이었을까 상상해보자. 지금까지도 거의 모든 미술 책에서 뒤샹이 언급되는 이유는 미술의 개념 자체를 확장했기 때문이다. “이게 예술일까?”를 처음으로 고민하게 만든 사람이다.

 

이처럼 미술가들은 새로운 매체, 새로운 표현 방식, 새로운 개념을 세상에 내놓는다. 모네 이전, 피카소 이전, 뒤샹 이전의 역사와 맥락을 모른다면 그들의 시도가 얼마나 신선한지 알 수 없고, 그 이후의 미술사를 모른다면 이들이 후대에 어떤 영향력을 미쳤는지 알 수 없다.

 

 

 

3. ‘옳은 해석’에 대한 강박과 ‘틀린 해석’에 대한 두려움


 

‘정답’이 중요한 삶을 살아온 우리에게 정답에 대한 집착을 버리기란 쉽지 않다. 필자도 늘 “이게 맞는 해석일까?”를 자문한다.

 

진부하게 들리겠지만 예술을 감상하는 데 있어 맞고 틀리고는 중요하지 않다. 정답(의도)이 있는 경우라 할지라도 정답을 맞추는 건 둘째 문제고, 정답을 맞추려고만 하는 태도와 접근도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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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이미 작품 앞에서 재미있는 질문들을 던지고 그 속에 숨겨진 요소들을 찾아내며 스스로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자신의 해석이 틀릴까봐 입을 꾹 다물고 작품 설명을 읽으며 역시 예술은 어렵다고 말한다. 옳은 해석에 대한 강박과 틀린 해석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만 줄여도 다양하고 참신한 이야기들이 많이 생겨날 것이다.

 

작품은 작가만이 아니라 관객에 의해서도 창조되기 때문이다.

 

 

 

미술은 어렵다? 오히려 좋아!


 

“미술은 어렵다”에서 마침표를 찍는 것이 아니라 이를 첫 단추로 삼아보고자 했다. 미술이 왜 어려운지 몇가지 이유를 알았으니 2편에서는 미술에 덜 어렵게 접근할 수 있는 (대단치 않은) 팁을 나눠보려 한다.

 

요즘 “오히려 좋아”라는 말이 유행하면서 여기저기 쓰이고 있다. 일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 좋다는 의미로 부정적인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는 태도가 반영된 말인데,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며 말버릇 처럼 사용되기도 한다.

 

필자는 미술이 어렵다는 말에 “오히려 좋아!”를 외치고싶다. 정답이 없고, 오래 봐야하고, 열심히 생각해야하며, 꾸준히 배워야하기에 어렵지만 정답이 없어서, 오래 관심을 가져주어야해서 오히려 좋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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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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