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제 어떻게 살고 싶은지 결정해야 해 [도서]

글 입력 2021.09.01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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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삶이 아닌 다른 삶을 살아본다면 어떨까?

그 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난 어떻게 살고 있을까?


현재의 삶이 힘들거나 지난날의 후회로 마음이 괴로울 때마다 상상했다. 내가 살고 있는 삶과 전혀 다른 삶을 살아보는 것을 말이다. 상상에는 대부분 나의 마음과 욕구가 들어가는 만큼 상상 속의 나는 매우 행복해보였다.


내가 한 상상을 직접 경험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의 주인공 노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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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 헤이그 작가의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과 호평을 받은 작품이라고 한다. 영화 ‘어바웃타임’의 제작사에서 이 작품을 영화로 만든다는 소식도 있다. 노라의 이야기가 영화로 어떻게 표현되었을지 궁금하다. 개봉하면 꼭 보고 싶다.


나는 이 작품을 책이 아닌 오디오북으로 만났다. 문장을 눈으로 천천히 담을 수 없게 됐지만 대신 많은 것을 얻었다. 라디오를 듣는 것처럼 좀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 책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과 실감나는 효과음과 성우의 연기력 덕분에 노라의 이야기가 더욱 생생하게 다가왔다. 특히 오디오북만이 갖고 있는 장점은 판타지 소설만의 색을 돋보이게 했다. 그래서 더 재미있게 들을 수 있었다.

 

 
“삶과 죽음 사이에는 도서관이 있단다. 그 도서관에는 서가가 끝없이 이어져 있어. 거기 꽂힌 책에는 네가 살 수도 있던 삶을 살아볼 기회가 담겨 있지.” -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中
 
 
“후회하는 일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하나라도 다른 선택을 해보겠니?” -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中
 


내가 정말 부러워했던 이 책의 주인공 노라는 자신이 세상에서 불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더 이상 살 이유가 없어서 약을 먹고 자살 했다. 노라는 절실하게 죽음을 바랐다. 노라의 바람과는 달리 눈을 떴을 때는 천국도 지옥도 아닌 삶과 죽음사이에 있는 자정의 도서관이었다. 도서관 안에 있으면 시간이 00:00:00에서 멈춰있다. 이상하지만 신비로운 그 곳에서 어릴 때 대화를 많이 했던 사서 엘름부인을 만났다. 그 부인은 노라에게 위로와 응원을 주고 자극을 주기도 한다.


“이제 어떻게 살고 싶은지 결정해야 해.”


죽고 싶은 사람에게 어떻게 살고 싶은지 결정하라니. 엘름부인은 처음부터 끝까지 노라의 죽음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오직 노라가 살아갈 삶에 대해서만 관심을 보였다. 아마 엘름부인은 노라가 다시 사는 것을 선택하리라고 믿어서 그랬던 것 같다. 결국 노라는 엘름부인의 설득에 다시 살 수 있는 두 번째 기회를 잡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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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를 잡으려면 어떻게 살고 싶은지 결정해야 한다. 그 결정을 도와주는 수많은 책들이 노라에게 있다.


노라는 아주 작은 것부터 큰 선택까지 후회하고 있는 것이 많았다. 특히 그녀는 약혼자였던 댄과 결혼하지 않고 헤어진 것을 가장 후회했다. 노라는 엘름부인에게 댄과 결혼한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엘름부인은 노라에게 진정으로 살고 싶은 삶을 발견하면 늙어서 죽을 때까지 그 삶을 살게 된다는 도서관의 룰을 알려준다.


노라는 자신과 헤어져서 댄이 술독에 빠졌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죄책감을 가졌다. 그러나 댄은 노라와 결혼한 삶에서도 여전했다. 일을 한다는 핑계로 술을 매일같이 마셨고, 다른 여자와 바람을 폈다. 댄은 노라에게 자신을 죄인 취급 한다며 오히려 뻔뻔하고 이기적인 태도를 보였다. 심지어 자신은 물론이고 노라를 합리화 시켰다. 일 때문에 다른 여자와 술을 마실 수  밖에 없다며, 바람을 핀 것은 실수일 뿐이라고.


뿐만 아니라 댄은 결혼 전과 후에도 자신의 꿈만 생각했다. 그리고 그 꿈을 노라가 함께 이뤄주기만을 바랬다. 상대방의 일 또는 꿈은 존중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일이나 꿈은 상대에게 인정받길 원했다.


노라는 댄과 왜 결혼하지 않았는지를 깨달았고, 댄의 이기적이고 뻔뻔한 모습에 크게 실망했다. 그러자 노라는 다시 자정의 도서관에 돌아왔다. 그리고 여러 삶을 살아보게 된다.


이야기의 후반부에서는 댄과 반대되는 애쉬가 나온다. 애쉬는 노라의 일 또는 꿈을 존중해줬고, 육아나 집안일도 서로 배려하며 함께 한다. 행복한 결혼생활이라고 느낀 노라는 그 삶을 다른 삶에 비해 길게 살게 된다. 노라가 댄과 결혼한 삶 그리고 애쉬와 결혼한 삶을 사는 것은 일부분이었지만 나는 그 이야기가 크게 와 닿았다.


유년시절에 아내에게 자신의 일을 같이 해주기를 바라고 안 해주면 불만을 가졌던 남편들의 모습을 많이 봤다. 결혼했으니 함께 해야 하는 건 당연한 거라고 말하면서 남편들은 아내의 일이나 꿈은 존중하지 않았다. 집안일이나 육아조차도 함께하지 않았다. 함께 같은 일을 하는 것을 보면서 그것을 부러워하고 비교하는 모습도 봤다.


그런 모습들을 볼 때마다 의문이 들었다.


‘부부니까 내 일을 도와줘야 하고, 부부니까 내 일을 함께 해야 더 잘되는 거라면, 그럼 내 일이 아니라 아내의 일을 도와주고 함께하는 방법도 있다는 것은 왜 생각하지 못하는 걸까?’


의문점에 대해 계속 생각해봤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모순이며 이기적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그래서 나한테 ‘아내’는 희생해야 사랑받고 인정받을 수 있는 역할로 보였다. 그래서 나는 누구의 아내가 되지 않기로 했다.


성인이 되고 다양한 경우를 보다보니 그 것은 나의 편견이었으며 내가 본 남편들의 모습은 극히 일부분이라는 것을 알았다.


노라가 댄과 결혼한 삶과 애쉬와 결혼한 삶처럼 정반대의 모습들을 보면서 편견이 생기고 깨졌던 지난날의 내가 떠올랐다.

 

 
“절대 사소한 것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지 마라.” -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中
 


그렇다면 노라는 애쉬와 결혼한 삶을 계속 살았을까?


아니다. 노라는 다시 자정의 도서관에 돌아오게 된다. 애쉬와의 결혼생활을 만족했는데도 다시 돌아오자 노라는 결과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노라는 왜 돌아온 걸까. 결혼생활에 만족하고 행복해했지만 그것은 진정한 행복이 아니었던 것이다.


노라는 항상 그 행복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평행우주에 사는 똑같은 ‘나’지만 노라에게는 애쉬와 연애를 하고 결혼한 것, 아이를 낳은 것 등 그동안의 추억이나 기억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노라는 원래의 삶을 살기로 한다. 본인이 직접 한 선택의 결과들이 있고, 그동안 살아온 하루들이 모여서 현재가 있는 삶으로 돌아간다.


그 후, 그녀가 어떤 삶을 사는지 나오지 않았다. 힘든 삶을 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어떤 쪽도 예상할 수 없다. 그러나 노라는 또 삶을 포기하는 선택은 하지 않을 거라는 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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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클립까지 들으면서 나는 더 이상 노라가 부럽지 않았다. 후회되는 선택을 바꾼다고 해서 모든 것이 다 좋아질 수 없고, 무언가는 잃을 수밖에 없다. 다른 삶을 살아보는 건 색다른 경험이긴 할 것이다. 그러나 그에 따른 리스크들을 감당하기에는 겁이 많다. 더구나 내 삶이 아니라면 굳이 감당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다른 삶을 살아보거나 다른 선택을 했을 때의 삶을 상상하는 일은 그만두기로 했다. 대신 그 시간을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으로 쓰기로 했다.

 

 

이미지 출처 : 윌라 홈페이지 내 광고영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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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득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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