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향에 대한 최근의 생각. 오브뮤트(OVMUTE)의 슬리핑 듀(Sleeping dew)와 함께

글 입력 2021.08.30 19:22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DSC07589-2.jpg


 

2017년 내가 처음으로 내 돈을 주고 산 향수는 진한 꽃 향과 파우더 향이 났다. 집 앞 올리브영에서 산 패션 브랜드의 향수지만, 당시 나로서는 나름대로 거금을 주고 산 것이었다. 그때의 내가 향을 선택하는 기준은 지속력이었다. 향수 냄새를 풍기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집에서 뿌리고 나가면 오래오래 내가 지나는 자리마다 향을 남길 수 있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 향수는 만족스러울 만큼 파급력이 있었다.

 

향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내가 고른 첫 향수는, 더운 계절이 오기 시작하면서 점점 손을 떠났다. 진한 향은 때로는 답답하고 때로는 울렁거리기도 했다. 조금만 뿌렸는데도 나에게서 나는 향에 질리는 기분이었다. 가장 큰 원인은, 내가 선호하던 향이 파급력이 큰 향들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향이 내 몸에서 퍼져나가는 정도, 머무는 정도 모두 강력한 향들이었다. 취향이나 생각은 쉽게 변하진 않았다. 그 뒤로도 몇 번의 소심한 시도가 있었지만 잘 맞는 향수를 찾지 못했다.

 

향에 관한 생각이 큰 변화를 맞은 시점은 코로나19와 연관이 있다.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나는 외출을 위해 사던 것들에 대한 소비를 멈췄다. 주로 화장품과 옷에 대한 소비가 변하거나 줄었다. 옷이나 신발은 거의 사지 않게 되었고, 두꺼운 피부화장용 화장품 대신 얇은 선크림을 사기 시작했다. 남들에게 보이는 모습에 대한 고민이 줄었다. 오히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집중하게 되었다는 것은 어쩌면 코로나19가 가져온 몇 안 되는 장점인지도 모르겠다.

 

향수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전에 주로 향을 선택하는 기준은, 내가 다른 사람에게 보이고 싶은 이미지와 연관이 되어있었다. 그래서 주로 꽃이나 파우더 향이 나는 향수를 사곤 했다. 그러나 당연히 강하고 명확한 향들이 나에게 편안한 향으로 느껴지는 것은 아니었다. 다행히도, 나는 향으로 스스로와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행위를 일찍이 그만두었다. 그렇다고 향에 관한 관심을 아예 그만둔 것도 아니었다. 나는 향을 즐기는 방법을 잘 몰랐던 것뿐이다.

  

집에서 향을 즐기기 시작하면서, 나는 나에게 편안하게 느껴지는 향, 내 기분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향에 중점을 두기 시작했다. 편안함이 크게 느껴지는 나무 향, 허브 향, 아로마 향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 향을 외출 직전 대신 잠이 들기 전, 샤워한 후에 주로 사용했다. 새로운 기분, 편안한 기분을 끌어내기 위한 시도였다. 관심을 가지는 제품군 역시 조금은 변했다. 진한 향수 대신 바디 미스트나 스프레이, 디퓨저나 멀티퍼퓸에 관심을 두었다.

 

 

DSC07540.jpg

 

 

이번에 아트인사이트를 통해 오브뮤트(OVMUTE)의 슬리핑 듀(Sleeping dew)를 사용해보고 싶다고 마음을 먹은 이유 중 하나는 이 제품이 멀티퍼퓸이라서다. 멀티퍼퓸은 보통의 향수처럼 몸에 직접 뿌리는 것이 아니라, 공간이나 옷에 뿌려서 향을 즐기는 제품이다.

 

몸에 직접 뿌리지 않고 즐기는 향은 특징이 있다. 나와 향 사이의 간격이 어느 정도 유지된다는 것이다. 내 몸에서 바로 발산하는 향이 아니라 내가 이용하는 공간이나 옷에서 나는 향이다. 몸에 뿌리면 꼼짝없이 네다섯 시간을 붙어있어야 하는 향수와는 좀 다르다. 그러다 보니 사용하게 되는 용도나 내가 향에 대해 느끼는 기분도 조금 달랐다.

 

주로 공간이나 옷에 소량 뿌려서 사용하다 보니, 적절한 순간 기분을 바꿔주는 용도가 되었다. 잠시 외출했다가 방에 돌아왔을 때, 샤워하고 잠옷으로 갈아입을 때, 멀티퍼퓸의 향은 필요한 순간에 적절히 등장하게 된다. 덕분에 쉽게 향에 질리지 않는다는 것이 장점이었다. 매일 똑같은 방 안 생활에서도 스스로 분위기를 바꾸고 싶을 때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 향을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 좋은 제품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DSC07532.jpg

 

 

슬리핑 듀의 향은 차갑고 시원하다는 인상이 강했다. 첫 향은 소나무나 민트의 느낌이 가장 강했다. 동시에 꽃집이나 꽃시장에서 나는 생화 그대로의 향이 느껴졌다. 푸릇푸릇한 향 덕분에 차가운 인상이 들었다. 익숙하고 맡아본 듯한 향은 아니었다.

 

조금 뒤에는 좀 더 따뜻하고 편안한 향으로 바뀌게 된다. 주요한 향 중 하나인 은방울꽃 향은 생화 향에서 따뜻한 향으로 넘어가는 동안 깔려있는 느낌이다. 덕분에 흔히 떠올리는 꽃 향의 향수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달콤하거나 진한 향보다는 시원하고 맑은 느낌의 꽃 향이다.

 

지속력이 그렇게 짧은 편은 아니라, 은은하게 즐기고 싶은 마음에 조금씩 뿌려가며 즐겼다. 방에 들어서거나, 옷을 입을 때마다 시원한 느낌의 향이 살짝살짝 느껴지는 것이 매력이었다. 좋은 인연이 될 운명이었는지 이 제품을 한참 비 내리고 날이 흐리던 중에 받았다. 평생 햇빛 안 드는 비 오는 하늘, 답답하고 축축한 공기가 싫다고만 생각했는데, 운 좋게도 받아본 향과 잘 어울리는 날씨였다. 답답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생기 있게 밝혀주는 에너지가 있는 향이었다.

 

무더위가 내내 가시지 않는 한여름에도 이 시원함이 잘 어울리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겨울에 차가워진 방에서도 잘 어울릴 향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가 언제까지 사람들을 방에 가둬 둘 작정인지 나는 알지 못하지만, 나가지 못하는 겨울날이 있다면 좋은 기분전환이 되어줄 향일 것 같다. 시원한 공기에 차가운 향을 더하는 생각만으로도 좀 더 다른 기분이 되는 느낌이다.

 

 

DSC07782.jpg

 

 

이 제품을 타인을 위한 향에서 나를 위한 향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은 모두에게 권해보고 싶다. 첫 향의 신선하고 낯선 느낌과 끝 향의 부드럽고 익숙한 느낌은, 새로운 시도를 유연하게 건너게 해줄 다리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조금 더 추가하자면, 방 안의 오랜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지는 사람들, 혼자 머무는 시간이 답답하게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기분전환이 되어줄 수 있는 향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끊임없이 자신을 챙기면서 길고 지루한 시간을 편안하게 건너가길 바라며.



 

박경원 컬쳐리스트.jpg

 

 

[박경원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