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인간 되기? 이미 우리가 인간인데! - 윌리엄 웨그만 展

윌리엄 웨그만 BEING HUMAN 비잉 휴먼
글 입력 2021.08.27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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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8일부터 9월 26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윌리엄 웨그만 BEING HUMAN 비잉 휴먼>展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를 개최한 이엔에이파트너스는 자신의 반려견을 모델로 삼아 독특한 작업 세계를 구축한 현대사진의 거장, 윌리엄 웨그만 특유의 연출력과 상상력이 돋보이는 윌리엄 웨그만의 작품이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지친 현대인들에게는 웃음을, 천만 반려동물 가구에는 공감을 건네는 힐링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윌리엄 웨그만은 그의 반려견인 바이마라너를 모델로 한 사진 작품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사실 그는 1970년 서부 개념미술을 이끈 주요 인물이며 초창기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로서 독창성을 인정받은 예술계 거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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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예술계를 향해 가진 애정은 그의 반려견인 “만 레이” 이름에서부터 드러난다. 그의 반려견 이름이기도 한 “만 레이(Man Ray)”는 다다와 초현실주의 작가로 활동한 미국의 사진작가이자 화가로 당대의 가장 창의적인 사진작가였다. 만 레이는 1921년 무렵, 광선사진(레이요그래피) 기법을 발명했는데 이를 통해 재치 넘치는 포토 아상블라주를 창조했다고 알려졌다.

 

윌리엄 웨그만은 1970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만 레이'를 모델로 한 상징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한 후 대형 폴라로이드(61 x 51cm) 사진으로 매체를 확장하여 여러 마리의 바이마라너 모델을 꾸준히 프레임에 담고 있다. 또한, 그의 독특한 유머 세계를 반영한 비디오 작업은 NBC 방송국의 '생방송 토요일 밤(Saturday Night Live)'과 PBS 방송국의 '세서미 스트리트(Sesame Street)'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성인은 물론 어린이들을 위한 십 수 권의 저서를 집필하기도 한 웨그만의 다채로운 작품은 전 세계 미술관과 갤러리에 전시되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웨그만은 [Being Human 비잉 휴먼] 전시를 통해 세계 각지의 관람객에게 유쾌하고 신선한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전시는 총 9가지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의 섹션은 “우리 같은 사람들”, “가면무도회”, “입체파”, “환각”, “색채면”, “보그”, “누드”, “이야기”, “앉아! 가만있어!”로 구성된다. 전시를 구성하는 9가지의 모든 섹션이 그의 반려견과 사람을 이야기하고 있고 전시에서 말하고 있는 내용이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고 겪는 일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깊은 고민이나 생각 없이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또한, 윌리엄 웨그만 작가 본인의 미술을 향한 관심도 전시 섹션과 작품에서 느낄 수 있다.

 

전시 측에서 뽑은 윌리엄 웨그만 작가의 대표작은 <캐주얼>과 <키>이다. 윌리엄 웨그만의 대표작답게 <캐주얼>과 <키>는 전시장 입구를 장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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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주얼>,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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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2017

 

 

그 중 <캐주얼>은 첫 번째 섹션인 “우리 같은 사람들”의 작품으로 작품 속 반려견은 캔디이다. 캔디는 평소에 매우 동적인 성격이지만, 이 작품 속 캔디 모습은 정적이라는 점이 작품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작품 사진만 봐도 알 수 있듯 몸에 걸친 옷이 캔디에게 정말 잘 어울린다. 온통 빨간색을 몸에 두르고 있지만 캔디의 몸짓과 표정 때문인지 어딘가 공허해 보이기도 하고 무념무상이 떠오르기도 하기에 “이것 봐라? 어떻게 이런 표정을 지었지?”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윌리엄 웨그만 대표작인 <캐주얼>과 <키> 외에 개인적으로 재미있다고 느꼈던 작품이 있었다.   첫 번째 작품은 다섯 번째 섹션인 “색채면”의 작품인 <흘린 모양새>이다. 웨그만의 작품 <흘린 모양새 Cursive Display>에서는 색면회화와 동시대에 발생한 미술 사조인 추상표현주의의 영향도 엿볼 수 있고 영리한 바이마라너의 모습에서 비평가들은 잭슨 폴록의 제스처 기법이 연상된다고 말했음이 전시장 벽면에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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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린 모양새>, 2013

 

 

개인적으로 잭슨 폴록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잭슨 폴록의 기법이 연상된다고 하니까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작품은 사진에서 보이듯 파란 배경에 끈이 위에서부터 아래로 던져지고 있는 모습과 그 끈을 피하려는 듯한 그의 반려견 바이마라너의 모습이 담겨 있다.

 

어째서 이러한 바이마라너의 모습이 잭슨 폴록의 제스처 기법을 연상시킨다고 비평가들이 평가했는지 고민해본 결과 <흘린 모양새> 작품을 볼 때 금방이라도 끈과 바이마라너가 움직일 것 같다고 느껴지는 점이 잭슨 폴록의 “액션 페인팅” 즉,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작가의 몸짓이 느껴지는 기법이 자아내는 효과와 같기 때문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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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기념품을 파는 곳에서 <흘린 모양새> 작품을 표지로 하는 노트까지 구매했을 정도로 이번 윌리엄 웨그만 전시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다.

 

두 번째, 세 번째 작품은 모두 여덟 번째 섹션인 “이야기”의 작품으로 <유괴범>과 <한 덩어리>이다. <유괴범>은 작품 설명을 읽고 흥미롭다고 느껴 관심을 두게 된 작품이다. <유괴범>은 검은 옷으로 손과 얼굴을 제외한 모든 부분을 가리고 있는 한 강아지가 다른 강아지를 안고 있는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사진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작품 속 새끼 강아지를 안고 있는 강아지의 표정이 자신의 자식을 안고 있는 존재라고는 볼 수 없을 만큼 애정 없는 시선과 안겨있는 강아지의 표정과 몸짓이 낯설고 불편하다는 점이 이 작품의 제목인 <유괴범>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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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괴범>, 1993

 

 

작품 설명에서는 “페이(안고 있는 강아지)의 표정에서 팔에 안고 있는 새끼가 자기 자식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페이는 유괴범일까?”라고 쓰여 있는데 마지막 질문이 작품을 감상하던 나에게 꽂혔다.

 

이 사진을 보는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자기 자식이 아닌 새끼를 안고 있는 모습을 유괴범이라고 할 수 있는가?

 

마지막으로 인상 깊었던 작품은 <한 덩어리>이다. 이 작품은 작품 설명에서부터 윌리엄 웨그만의 반려견을 향한 애정이 느껴져서 웃음이 자아졌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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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덩어리>, 1999

 

 

<한 덩어리>는 그의 반려견 춘도가 한 덩어리의 각설탕을 향해 시선을 고정한 채 머그잔을 손에 쥐고 있는 일촉즉발의 모습이 드러난다. 작품 설명에서도 “지난 몇 달 동안 각설탕을 멀리하고 밍밍하지만 건강한 티를 마셔왔건만 눈앞에 놓인 저 각설탕 한 조각에 춘도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 춘도는 이대로 각설탕의 유혹에 무너지고 마는 걸까?”라고 쓰여 있다.

 

이 작품은 여느 반려견을 키우는 집에서라면 볼 수 있는 “간식 갖고 훈련하기”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작품 설명을 보자마자 웃음이 나왔다. 물론, 한 덩어리의 각설탕 유혹을 우리 인생사에 적용한다면 다양한 사례가 나올 것이고 각각의 사례는 진지할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작품을 봤을 때 고민하기보다는 웃으며 지나갔다. 깊게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냥 이날은 가볍게 생각하고 싶었고 무엇보다 사진이 담고 있는 장면이 반려견 키우는 친구 집에서 자주 목격했던 장면 그 자체였기 때문에 그저 웃음이 나왔다.

 

*

 

평소에 무엇을 보든 제목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윌리엄 웨그만의 전시인 BEING HUMAN 역시 제목을 “인간이 되기”로 지은 이유가 궁금했다. 전시 명이 “인간(Human Being)”이 아닌 인간“되기(Being Human)”이기 때문에 ‘과연 전시에서 인간이 되는 과정이 잘 드러났는가?’를 끊임없이 생각하며 전시비평을 작성하기 이전에 전시장에서 찍은 사진과 전시 작품 설명을 반복해서 읽으며 고찰했다.

 

아무리 고민하고 생각해도 단순히 전시장 첫 번째 섹션인 “우리 같은 사람들”과 두 번째 섹션인 “가면무도회”에서 사람 이야기가 등장했다고 전시 전체를 아우르는 “Being Human”이 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성공적이지 못한 전시라고 평가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내 생각은 일반 대중이 올려놓은 사이트나 전시 평가를 보고 바뀌었다. 어떤 누군가는 <무엇을 할까>라는 작품을 보고 “표정이 정말 무엇을 하나 하는 표정이라서 현실 웃음이 터져버렸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는 <차우차우>라는 작품을 아들이 가장 좋아한 작품으로 꼽으며 “아들이 가장 좋아한 작품입니다. 차우차우라는 제목도 기억할 만큼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이유를 물었더니 털이 복슬복슬한 게 귀엽다고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전시리뷰를 보면서 “인간이 되어간다는 것은 거창하고 대단한 것이 아니라 그냥 이런저런 다양한 이야기 자체를 말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라는 결론을 얻었다.

 

전시를 구성하던 섹션 중 “입체파”와 “색채면” 모두 인간이 가졌던 욕망과 욕구로부터 탄생한 예술이고 전시를 관람한 관객 모두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됐다는 점을 보면 이 전시는 “Human Being”이 아닌 “Being Human”을 잘 드러냈다.

 

이런 결론을 내리는 동안 머릿속에 “소울”이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영화 “소울”을 보고 나서 인상 깊었던 관객의 평가가 있었다.

 

한 관람객은 영화를 “인생은 목적이 있어서, 여유가 있어서 사는 게 아니라 사는 그 자체가 인생의 목적과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게 마음이 어딘가 슬프고 벅찬 느낌이 들었다. 나는 왜 태어났지, 내 인생의 불꽃은 뭔지 그걸 꼭 알아내고 찾아야만 의미 있는 인생이라 생각하지만, 누구나 살아야 할 준비가 되어 있고 삶의 소소한 일상에서 오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그것만으로 충분히 삶의 목적이 된다는 게 정말 여러 가지로 생각이 깊어지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딱히 내가 살아야 할 목적이 없더라도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멋진 삶이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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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 <윌리엄 웨그만 BEING HUMAN 비잉 휴먼> 역시 영화 “소울”처럼 인간이 되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고 그저 인간인 우리가 느끼고 생각하는 모든 것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전시이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인간답게 살자.” 라는 말을 참 많이 한다. 다양한 경우에 우리는 “인간답게”라는 말을 쓰며 우리에게 엄격한 기준을 내세운다. 그러나 이 전시는 우리에게 “인간답다”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질문만 던지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입체파와 색채 면처럼 우리가 살아가며 느끼고 원하는 모든 것이 예술이 되었듯 인간인 우리가 살면서 느끼고 행하는 모든 것이 인간이 된다고 대답한다.

 

이 전시는 어쩌면 “인간 되기”라는 아주 거창한 제목 아래 숨겨진 “인간인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것이 인간이 되기 위한 과정이자 인간 되기 결과 그 자체”라는 사실을 드러내는 전시일 수도 있다.

 

삶에 지쳤고 이 나라에서 1인분 구실 하기에도 벅찬 사람에게 이 전시를 추천하고 싶다. 이 전시는 자신에게 엄격한 잣대를 내세우는 모든 사람에게 “네가 인간인데 뭐가 더 필요해!”라고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이세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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