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백예린의 바다 3부작 [음악]

나를 바다라 불러 주는 너
글 입력 2021.08.27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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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은 새벽만의 무엇이 있는 듯하다. 필자는 새벽을 떠올리면 파랑, 고요한 바다 등 조용하고 차분한, 동시에 ‘파아란’ 것들이 떠오른다. 새벽의 그 차분하고 파아란 것들이 새벽을 ‘나 빼고 모두가 잠든 것 같은 고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하게 만들고, 그 고요한 시간인 ‘새벽’에 필자는 새벽에 글을 쓰거나 공부하는 것을 좋아한다.

 

새벽은 조용하기 때문에 음악을 듣기에 최적인 시간이다. 음악을 들으면 필자의 귀에는 고요하고 파란 배경에 그 음악들이 재생되곤 한다. 그래서 잡음들과 섞이지 않을 때 더욱 빛을 발하는 음악들을 많이 듣게 되는데, 재즈, R&B, 팝 앨범의 잔잔한 수록곡 등을 많이 듣는 편이다.

 

헌데 그 음악들 중에서도, 새벽만의 그 배경과 가장 잘 어우러지는 음악은 단연 ‘백예린’의 음악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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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예린이 홀로 레이블 ‘블루 바이닐’을 세우고 나서 낸 첫 정규 앨범인 ‘Every letter I sent you.’가 2019년 12월 10일에 나온 이후로 필자는 거의 새벽마다 매일 백예린의 모든 노래를 들은 것 같다. 2020년 12월 10일에, 두 번째 정규 앨범인 ‘tellusboutyourself’가 때도, 새벽마다 매일 백예린의 노래를 찾아갔다.

 

그렇게 새벽에 백예린의 노래를 찾아 가다, 어느 시점에서부터 ‘바다’라는 단어가 크게 들려 왔다.

 

‘Bye bye my blue’의 수록곡인 ‘그의 바다’, ‘Our love is great’의 타이틀 곡인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 그리고 ‘tellusboutyourself’의 수록곡인 ‘I am not your ocean anymore’에서 ‘바다’가 등장하였고, 세 곡의 바다는 백예린만의 바다의 한 흐름을 이루고 있었다.

 

그래서 필자는 ‘바다’가 등장하는 이 세 곡을, ‘백예린의 바다 3부작’이라고 이름을 붙여 보기로 하였다. 그리고 그 곡들의 유려한 흐름을, 이번 글에서 소개하려 한다.

 

‘바다’라고 하면 필자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잔잔함, 평온함, 시원함’ 등이다. (물론 ‘폭풍우 치는’ 등의 수식어가 앞에 붙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언제 찾아가도 그 모습 그대로 나를 반겨 주는, 나의 모든 힘듦을 다 떠안아 줄 것만 같은 그런 존재. 우리가 ‘바다 같은 마음’, ‘바다 같은 존재’ 등 넓고 편안한, 그리고 평안한 느낌을 주는 것들의 특징을 ‘바다’에 비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내가 ‘바다 같은 존재’라면. 그것은 마냥 좋은 일인 것일까?

 

백예린은 ‘그의 바다’에서 이러한 물음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는 듯하다.

 

 

 

그의 바다



 

내 마음이 내 마음이 아냐

말처럼 쉽진 않잖아

우린 끝없이

새로운 일들을 겪어서

자라나고 있잖아

나도 그럴 뿐야

익숙지 않아서 좀 서툴 뿐야

 

 

노래의 화자인 '나'와 '그', 이 둘의 관계에서 무언가 다툼 혹은 마찰이 종종 있는 듯하다. 끝없이 ‘새로운 일들을 겪는다’라는 것은 아마도 서로가 서로에게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그것에 놀라고, 그것 때문에 다투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그 새로운 일들을 겪어서 ‘자라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을 이야기하고, 그것을 서로 양보하고 맞춰 가며 서로의 마음은 성장해 갈 것이다.

 

 

나를 바다라 불러 주는 너

그 속에 언제 파도가

일어날진 알 수 없고

나도 모르게 니가

바람이 될 수도 있어

넌 그냥 있는 그대로

날 바라보면 돼

 

 

‘나를 바다라 불러 주는 너’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나를 ‘바다 같은 존재’로 여기는 듯하다. ‘나도 모르게 니가 바람이 될 수도 있어’에서, 그는 나에게 어떠한 바람일까. 잔잔한 바다에 파도를 '치게 하는' 매서운 바람일까, 그 파도를 '잠재우는' 고요하고도 강인한 바람일까. 그가 어떠한 바람이 될지는, 오롯이 그에게 달린 일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이야기한다.

 

‘넌 그냥 있는 그대로 날 바라보면 돼.’

 

그가 나를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그는 그 고요한 바다에 폭풍우를 일으키는 바람이 될 수도, 잔잔한 바다 위를 유유히 거니는 바람이 될 수도 있다.

 

앞서 이야기하였듯, ‘바다’는 고요하고 평안한 존재로 우리에게 주로 인식된다. 그럼 누군가가 나를 바다로 여기고 있다는 말은, 내가 그 누군가에게 평안한, 넓은, 잔잔한 존재라는 것이다. 삶에서 많은 힘듦을 겪은 사람들이 바다를 보고 그 고요함에 평안함을 느끼는 것처럼, 그가 힘들 때에는 나를 찾아와서 나의 평안함에 기대려 할 것이다.

 

즉, 나는 그가 언제 나를 찾아오든 항상 그의 모든 것을 안아 주는 존재여야 할 것이다. 그것이 '바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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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어쩌면 나를 ‘있는 그대로의 나’가 아니라, 그저 나를 ‘그의 바다’로 바라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자신이 힘들 때 가면 언제든 자신을 맞아줄 바다가 평온하거나 고요하지 않다면 그와 나는 또 다시 ‘새로운 일’, 즉 ‘다툼’을 겪을 것이다.

 

이 노래를 부르고 있는 '나'가 ‘새로운 일을 겪어서 자라나고 있잖아’라고 이야기한다.

 

그렇다. 나를 너의 바다로만 보지 말고 있는 그대로 나를 바라봐 달라고 이야기하면, 상대방은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고 그렇게 새로운 일을 겪어서 우리는 자라날 수 있다.

 

우리는 자라날 수 있을까.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


 

 

사실은 나도 잘 모르겠어

불안한 마음은 어디에서 태어나

우리에게까지 온 건지

나도 모르는 새에 피어나

우리 사이에 큰 상처로 자라도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

 

 

이 부분의 가사가 이 곡이 ‘그의 바다’와 연결되는 곡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바다’에서는 그와 내가 어떠한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끝없이 새로운 일들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 일을 통해 ‘자라나고 있다’고 화자인 나는 말하였다.

 

그 끝없이 새로운 일들이, '불안한 마음'에서 비롯한 일들이 아니었을까.

 

화자인 나는 아직 희망적이다. 불안한 마음이 생겨나서 그것이 우리 사이에 큰 상처로 자라도,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라고’ 노래하고 있다.

 

 

그러니 우린 손을 잡아야 해

바다에 빠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눈을 맞춰야 해

가끔은 너무 익숙해져 버린

서로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그러니, 우린 손을 잡아야 한다. 서로가 서로를 ‘자신의 바다’라고 여긴 나머지, 그 바다에 빠져버리지 않도록. 끊임없이 눈을 맞춰야 한다. 그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지 않고 나를 그저 '그의 바다’라고 생각하여, 그것에 '익숙해져' 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결국, 아픔을 겪는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아픔이 설령 그가 나에게 준, 내가 그에게 준 아픔이더라도 결국 그 아픔이 우릴 더 크게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익숙해진 아픈 마음들

자꾸 너와 날 놓아주지 않아

우린 행복할 수 있을까

 

 

서로의 손을 잡고, 눈을 맞추며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느껴야 한다. 아픈 마음에 익숙해지지 않고, 우리 함께 행복하려면. 그 앞에 ‘내’가 아닌, ‘그의 바다’가 있지 않게 하려면.

 

 

 

I am not your ocean any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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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y where you are

넌 네가 있는 곳에 머물러

Don’t fall back down

절대 떨어지지 말고

I need you to shine like there’s still some hope in your world

아직도 세상엔 희망이 있다는 듯이 빛나주길 바라

But baby, don’t remember the time when we loved

하지만 우리가 사랑한 시간은 기억하지 마

 

(해석 출처: tellusboutyourself 앨범 상세정보)

 

 

곡의 제목이 백예린의 바다 3부작의 결말을 넌지시 이야기해 주는 듯하다.

 

나는 이제, ‘그의 바다’가 되기를 그만 두었다. ‘그’를 잃어버리기 이전에, ‘나’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가 아닐까.

 

 

If you want to tell your version of our story go ahead and tell ‘em

너가 생각한 대로의 우리 얘길 하고 싶다면 가서 말해도 돼

Sometimes when we get drunk, we used to forget everything and run through the hallway

우리는 취했을 때면 모든 걸 잊고 복도를 누볐었는데 말야

Stay where you are

넌 네가 있는 곳에 머물러

Don’t fall back down

떨어지지 말고

I beg you to shine like there’s still some hope in your world

너의 세상엔 아직도 희망이 있다는 듯이 빛나주길 빌게

 

 

서로 함께 사랑했던 시간은, 따스히 빛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바래지 않고 영원히 빛나고 있을 것이다. 또한, 그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있어 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야기한다. 그의 모습을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아, 정말 말 그대로 ‘말갛고 착한’ 그런 순수한 마음이 아닐까.

 

 

But baby, don’t remember the time when we loved

하지만 우리가 사랑한 시간은 기억하지 마

 

 

서로가 서로를 사랑했던 시간들은 찬란히 빛나고 있는 채로 그대로 있고, 더없이 소중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내가 나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이제, ‘그의 바다’가 되기를 멈추어야 한다.

 

사랑하는 가운데에서도 그 중심에는 내가 있어야 하니까. 내가 없이는, 내가 하는 ‘사랑’도 없는 것이니까.

 

그래서 "I am not your ocean anymore"라는 말을, 노래 내내 넌지시 그에게 건네고 있고, 스스로 되뇌고 있는 듯하다.

 

 

 

필자의 작은 소망


 

노래에 담긴 뜻에 대한 해석은 모두 필자의 자의적인 해석이다. ‘백예린의 바다 3부작’이라는 이름으로 세 곡을 시리즈로 묶은 것 또한, 필자만의 생각과 이해만이 담겨 있을 뿐이다.

 

필자가 바라는 것은, 필자가 이해한 바가 이 세 곡의 ‘해석의 정석’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이 글을 계기로 백예린의 이 세 곡들이 좀 더 ‘깊은 노래’로 사람들에게 다가갔으면 좋겠는 바람이다. 가사 하나, 하나가, 단어 하나, 하나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소중한 곡들이기 때문이다.

 

오는 9월 10일, 백예린의 첫 번째 커버 앨범인 '선물'이 나온다. 가사에 담겨 있는 감정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 낸 목소리로 우리에게 또 어떤 많은 곡들을 들려 줄지, 정말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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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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