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비대면의 사랑

글 입력 2021.08.27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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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거리 두기 단계가 4단계로 접어들면서 참여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전부 비대면으로 전환되었다.

 

비대면 공연, 비대면 워크숍, 비대면 축제 등 이제는 대면 행사보다 비대면 행사가 더 익숙하고 편안해진 요즘이다. 편한 차림으로 노트북 앞에 앉아 화면으로 보이는 얼굴들에 인사하고, 스피커를 넘어 들려오는 목소리에 반응하는 일에 익숙해져 팬데믹 이전의 일상이 긴 꿈같기도 하다.

 

그에 따라 활동 반경도 완전히 뒤바뀌었다. 비대면 수업은 물론이고 자잘한 회의까지 모두 비대면으로 진행하면서 불편함도 컸지만 차츰 적응해나가는 중이다.

 

이번 연도는 특히 새롭게 만난 사람들과 소통을 지속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기회가 여럿 있었는데, 일면식도 없던 사람들과 비대면으로 소통하며 결과물을 제작해나가는 과정을 겪다 보니 화면 너머로만 소통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와 함께한 사람들에게 이따금 정이 생기고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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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 운영을 위해 일주일에 몇 번씩 비대면 좀 회의를 할 때는 물론이고, 이번 여름에 참여하게 된 서울예술교육센터의 출판워크숍에서 만나는 참가자들에게도 그런 따사로운 마음이 불쑥 든다.

 

한 번도 만나지 못 했던 사람들과 화면 속 얼굴로, 채팅방으로 소통하며 서로의 글에 관해 피드백을 남기고 감사해 하는 시간을 통해 비대면의 사랑이 어떤 형태인지 몸소 실감하게 됐다.


직접 만나 적도 없는 사람들에게 느끼는 정이라니. 예전에도 쓴 적이 있듯 나는 사랑의 무게를 잘 체감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어떤 마음이 사랑인지, 어떤 언어가 사랑의 언어인지 분별하지 못해 뜻밖의 오해를 사기도 했던 나라 비대면의 사랑이라는 말에 어폐를 느낄 수 있긴 하겠다만, 그럼에도 내 식대로 정의한 비대면의 사랑을 표현하자면 아마 그 화면 속에 있는 사람들과의 교감이 아닐까.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들의 따스한 말과 표정으로, 내 생각을 공유했을 때 볼 수 있던 공감의 고갯짓으로 마음의 위안을 받는 일이 잦아져 아주 오랜만에 두근거림을 느끼곤 했다. 그리고 그 순간에 불현듯 이것도 사랑의 형태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눈을 꼭 마주치지 않아도 되는 것. 간지러운 표현의 언어가 아니어도 되는 것. 낯선 이들에게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것. 내가 알고 있던 사랑과 애정의 대상, 그리고 범위가 한층 넓어진 느낌.

 

스마트폰을 보느라 옆 사람을 신경 쓰지 않고, 코로나 19로 인해 타인을 만나는 것이 상대적으로 어려워졌고, 마스크 때문에 상대방의 표정을 보는 일도 어려워진 지금에야말로 절실히 사랑을 바라볼 때다. 사랑을 느껴야 할 때다.

 

누구는 언택트가 도래되면서 삭막한 사회가 될까 봐 염려된다고 말했으나, 나는 이 비대면 시대에서도 충분히 물기 있는 사랑이 싹틀 수 있다고 본다. 팬데믹 이전과 비교했을 때 그 질량이나 무게는 확연히 다를 수 있지만, 이 시국과 환경에서도 충분히 마음을 전할 방도가 있다는 것.

 

팬 데 믿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이 마음이 포스트 코로나를 꿈꿀 수 있는 통로로 작용하지 않을까. 이 시국에서도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창구가 계속해서 생겨나기를 바라본다.

 

 

[이보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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