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추리 소설의 클래식한 줄기를 잇다, 더는 잠들지 못하리라 [도서]

올 여름, 추리 소설 한 권 아직 들지 못했다면 한 번쯤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글 입력 2021.08.25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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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글을 쓰기에 앞서, 우선 필자는 추리소설 마니아는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사건의 범인이 누구인지 좇아 단서를 끼워맞추는 것이 흥미롭지만 Tv 채널을 돌리다 얻어걸린 CSI영화를 볼까말까 고민하는 정도이다. 그의 작품을 그래서 아가사 크리스티의 후예이자 P.D. 제임스라는 유명 작가의 단편집으로 보기 보다는 신선한 눈으로 볼 수 있었을 것이란 자신으로 감상을 남긴다.

 

 

“사악하고 유쾌한 여섯 가지 살인 이야기”

 

P.D. 제임스 탄생 101주년 기념, 작가 사후 미출간작 여섯 편을 골라 엮은, 작가 능력의 절정을 보여주는 단편집! 1939년 크리스마스이브, 무례한 가부장이 소유한 코츠월드의 한 영주 저택에 어딘가 서로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가난에 허덕이는 점잖은 부부, 꼭 끼는 이브닝드레스를 입은 정부, 지나칠 만큼 효율적인 비서, 곧 영국공군에 입대할 예정인 유명한 비행기 조종사, 그리고 집주인의 재산을 상속받을지 모를 어린 조카가 그들이다.

 

민스파이와 펀치가 한 차례 돌자마자 위협의 분위기가 치명적으로 고조되지만, 집안의 전통에 따라 손님들이 잠든 사이 거구의 집주인은 산타클로스 복장을 하고 방마다 선물을 주러 다니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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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 제임스

 

 

책에는 여섯 가지의 살인 사건이 등장한다. 여섯 이야기가 모두 시체와 범인, 탐정이 등장하는 정통적인 미스터리 소설인 것은 아니었다. 열심히 독자에게 단서를 제공하여 주어진 이야기를 빠르게 풀어보고픈 욕구를 주는 탐정 소설만 있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미스터리 소설 혹은 추리 소설 마니아들에게는 아쉬울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래서 더 재밌고 새로운 구성으로 짜인 책을 읽을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1. 소품 활용



모든 미스터리 소설의 특징이자 공식일 수도 있겠으나, 여섯 이야기 모두에는 중심이 되는 소품이 하나씩 등장한다. 이 오브제는 화자가 이야기를 떠올리는 매개체가 되었다가 사건의 결정적인 열쇠가 되기도 하며, 어떤 경우에는 차마 이루지 못한 욕망의 부산물로 역할한다. 사건의 발단 역할을 하였던 오브제는 다음 두 작품에서 나타난다. 

 

요요 - '요요'는 1930년대에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장난감으로, 이 소품은 화자를 일흔 노인의 모습에서 당시 화자인 아이의 모습으로 효과적으로 전환시킨다. 그리고 유복한 가문에서 나고 자라, 영웅심리와 사회적 지위를 지닌 어린아이의 진술이 범인 수색에 혼란을 주었던 이야기가 그의 회상으로 펼쳐진다.

 

아이러니하게도 일흔 노인은 판사로 살아왔지만 먼 옛날의 거짓 진술에 대한 진실은 이제 작은 요요만이 비밀로 간직하고 있었다.다시금 과거의 먼지쌓인 장난감을 들여다본 것은 그의 후회 때문이었을까 혹은 추억 때문이었을까. 어린 아이답지 않았던, 그러나 계산적이고 자기만족에서 기인했던 대담한 행동은 이제 와 용서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밀크로프트 씨의 생일 - '요요'가 어린시절에 대한 단상이었다면, 밀크로프트 씨는 유산으로 인한 죄책감에 자신의 과오를 자식들에게 털어놓으며 시작된다. 유산은 고전적인 갈등 소재로 미스터리 소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텍스트에서 사건의 발단이 되는 역할을 한다.

 

유산 상속에 관하여 법적 효력을 발휘하는 유언장은 결정적인 촉매제로 인물들을 움직이게 한다. 밀크로프트 씨는 그 유언장 때문에 유산에 탐이 나 자신이 어떤 범죄를 저질렀다 말하며 노년기를 가벼운 마음으로 보내고 싶어한다. 여기서는 유산에서 살해의 결정적 증거인 비소가 든 약병으로 긴장의 시선이 한 번 더 옮겨진다.

 

아버지 밀크로프트는 자신의 계산대로 자식들의 손을 빌려 죄책감을 덜고 속죄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오히려 영원히 증거를 인멸시킴으로써 자신은 사건 현장에서 아주 효율적으로 사라지게 되었음을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2. 반전


  

반전은 추리 소설의 클라이막스로 독자들에게 희열을 제공하는 핵심적 요소라 할 수 있다. 이 반전을 위해 소설을 집어들었다면, 이번 책을 읽으면서 실망하는 일은 아마 없을 것이라 생각해본다.

 

'묘지를 사랑한 소녀'와 '아주 바람직한 거주지'는 그런 점에서 범인이 마지막에 드러나는, 반전이 맛있는 이야기였다. 화자의 흐려진 기억 혹은 일부러 편집하여 전달되는 기억 속에서 범인과 사건은 오리 무중이다.

 

이야기에서 범인과 사건을 제외한 것이 아닐까 싶어 이 소설의 장르에 의문을 갖게 될 때쯤, 범인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등장해 독자들을 놀라게 한다. 소녀의 그리움과 고택의 아름다움이 삼켜버린 주인공의 이성은 본래의 자리를 다시 찾을 수 있었을까. 독자들의 희열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더 이상의 말은 줄이는 것이 좋겠다.

 

 

 

3. 원한


 

원한 또한 살인 사건에서 빠질 수 없는 범죄 동기이다. 원한 관계가 있느냐 묻은 것은 드라마나 영화를 봐도 아주 기본적인 질문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죽은 이는 산 사람 누구와 원한 관계가 있었습니까?'

 

이 질문에 잘 답해야 용의선상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 곧이어 속속 진술되는 알리바이는 의심스럽지 않을 수준에서 앞뒤가 적당히 맞아야 한다.

 

'피해자'와 '산타클로스 살인사건'은 원한 관계로 발생한 사건에 대해 다룬다. 진술의 일관성, 당황하지 않는 태도로 피해자와 원한 관계에 있던 인물들은 수사망을 빠져나가는데, 그 결말과 방식은 조금 달랐다. '피해자'에서는 범인이 초반부터 대놓고 드러난다. 자신이 얼마나 완벽한 범죄를 저질렀는가에 대해 상세히 기술하는 것우로 승부를 본다.

 

'산타클로스 살인사건'은 우리 모두가 아는 전형적인 추리 소설의 전개를 보이는데, 사건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회상이 병치되어 지루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침묵과 이해로 묻힐 뻔했던 죗값은 묵인한 자, 저지른 자 모두의 몫이었다는 결론은 한편으로 통쾌함도 선사한다.

 

*


오랜만에 읽은 추리소설이었다. 간만의 시도이긴 했지만, 잘 읽지 않던 분야에 도전해보는 것도 의외의 즐거움을 준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올 여름, 추리 소설 한 권 아직 들지 못했다면 한 번쯤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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