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마음 백신이 필요할 때, 펼쳐보세요 - 도서 '도망가자'

그림책으로 재탄생한 선우정아의 노래 '도망가자'
글 입력 2021.08.21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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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백신이 필요할 때, 펼쳐보세요 - 도서 '도망가자' 리뷰


 

선우정아 노래 <도망가자>와 함께

본 글을 감상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출처 : Youtube 채널 '바라던 바다'

 

 

도망가자

어디든 가야할 것만 같아

넌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아 

괜찮아 우리 가자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대신 가볍게 짐을 챙기자

실컷 웃고 다시 돌아오자

거기서는 우리 아무 생각 말자 

 

너랑 있을게 이렇게 

손 내밀면 내가 잡을게

있을까, 두려울게 

어디를 간다해도 

우린 서로를 꼭 붙잡고 있으니

 

너라서 충분해 

나를 봐 눈 맞춰줄래 

너의 얼굴 위에 

빛이 스며들 때까지 

가보자 지금 나랑

 

- 노래 <도망가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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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12일에 발매한 선우정아의 정규 3집 'Serenade'에는 많은 이들을 울린 곡이 있다. 바로 <도망가자>다. 안 들은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들은 사람은 없을 명곡이다. 이 명곡이 그림책으로 재탄생하는 경사가 일어났다.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의 세상을 향한 따뜻한 위로와 볼로냐 대상 수상작가 곽수진의 그림이 만났다.

 

필자는 한글도 떼지 못한 어린 시절부터 그림책이라면 졸린 눈을 비벼가면서 읽었던 사람으로서, 즉 본투비(Born to be) 그림책 애호가로서 이번 문화초대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린 겨울날 마음을 따스하게 녹여주었던 노래 <도망가자>를 그림책으로 다시 만날 수 있다니, 금쪽같은 <도망가자>의 노랫말들을 책으로 영원히 간직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림책이 배송되기 전 과연 <도망가자>의 노랫말에 어떤 그림들이 얹힐지 상상해보았다. 연인 간의 사랑 이야기를 다뤘을까? 혹은 가족 간의 사랑? 혹은 친구나 동료의 스토리일까? 이윽고 그림책이 도착하고서 '나의 모든 예상이 빗나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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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으로 재탄생한 <도망가자>는 '오랜 시간 내 곁을 지켜준 노견과 동행하는 마지막 여행'에 대한 그림이다. 작가 곽수진의 실제 경험이 그림의 바탕이 되었다. 그는 노랫말을 그림으로 그리는 데 있어서 '어디로 가느냐'보다는 '함께 가는 동반자가 누구냐'에 더 초점을 맞췄다고 일컬으며, 그에게 힘을 주던 반려동물을 모티브로 그림책 <도망가자>를 완성했다.

 

노래를 부른 선우정아는 정규 3집 'Serenade'를 만들며 유독 가슴 아픈 일들이 더 많았다고 밝혔다. 상처난 젊음들이 너무도 속상하게 세상을 져버렸고, 많은 이들이 함께 허망해하고 슬퍼하던 시기였다고. 그래서 그는 '세상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겨 이 노래를 만들었다. <도망가자>는 가수 선우정아가 이전에 임했던 창작과는 완전히 다른 작업이었다. 이전까지는 음악에 대한 열정이 자기 만족에 머물렸다면, <도망가자>를 계기로 그는 더 많은 사랑과 사연을 위해 절실하게 노래하게 된 것이다.

 

가수 선우정아의 욕심대로 그는 많은 이들을 마치 '울리기로 작정'한 듯이 가사를 적었다. 노래의 도입부부터 눈물을 글썽이게 한다. 내뱉는 첫 마디가 '괜찮아'라는 진부한 위로의 말이 아닌 '도망가자'라는 청유형이다. 그리고 자신 앞에 있는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넌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아'라며, 가볍게 짐을 챙기자고 한다. 실컷 웃고 다시 돌아오자며, 거기서는 우리 아무 생각 말자고 손 내민다. 그가 건네는 말은 온전히 사랑하는 대상의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 본질에는 어떠한 조건도, 대가도 바라지 않는 '무조건적인 사랑'이 있었다.

 

그림책으로 재탄생한 <도망가자>는 노랫말을 그대로 살리는 동시에, '도망'을 가는 이들의 모습을 사람과 반려견으로 빚어내어 더 구체적인 스토리를 그려냈다. 그림 속에는 노견이 된 반려견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 견주의 모습이 돋보였다. 동시에 이를 바탕으로 견주와 반려견이 서로 교감하는 장면들이 그림책을 풍요롭게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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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에서 표현된 도입부 <도망가자>는 반려동물과 찍은 두 장의 사진으로 시작한다. 한 장은 양갈래를 한 어린시절의 아이와 반려견의 다정한 모습이 담겼고, 바로 옆의 다른 한 장은 어른이 된 견주와 어느새 훌쩍 자라버린 노견의 모습이 담겼다. 이 둘은 오랜 시간을 함께한 '동반자'의 역사를 지녔을 것이다.

 

견주는 온 마음 다해 사랑했던, 사랑하는, 사랑할 반려견과 마지막 여행을 떠난다. 다정하게 서로의 눈을 마주보며 여정을 떠나는 둘의 모습이 담담하고 아름답게 그려졌다. 이들이 함께하는 곳은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광활한 자연이다.

 

필자는 이들을 보고 첫장면부터 눈 앞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대충 눈물이 눈 앞을 가린다는 뜻이다) 나의 인생에서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대상과 떠나는 마지막 여행이라. 단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 없었다. 이윽고 내가 "도망가자"라고 말하고 싶은 사랑하는 이와의 마지막 여행을 상상해보았다. 가슴이 스펀지가 물 먹은듯 먹먹해지기 시작했다. 가수 윤종신이 말하기를 <도망가자>는 각자의 사연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라고 했는데, 그 말에 200% 공감했다. 견주와 노견이 된 반려동물의 마지막 여행도 곽수진 작가의 사연이 빚은 스토리이며, 필자가 상상하는 누군가와의 마지막 여행도 사적인 사연이 만들어낸 미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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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그림책의 스토리로 돌아온다. 여행을 떠난 견주와 노견. 그곳에서는 모든 생각을 내려놓고 눈부시게 아름다운 광경을 함께한다. 보라빛, 핑크빛이 가득한 꽃밭에서 뛰어도 보고, 별이 빛나는 밤에 자전거를 탄다. 조명이 반짝이는 나무 아래에서 '너의 얼굴 위에 빛이 스며들 때까지' 노을 지는 해를 바라보기도 한다.

 

그림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내내 실감할 수 있다. 반려견을 향한 견주의 따스한 마음의 온도를. 그들의 도망, 아니 여행 속에서는 언제나 동행하는 모습만이 자리했다. 견주는 혼자 자전거를 타기보다는 바구니에 반려견을 앉혀 다정하게 눈을 마주보며 함께 풍경을 즐겼다. 노을 지는 저녁을 감상할 때도, 견주는 혼자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지 않았다. 부드러운 손길로 반려견을 안아주어 같은 시선에서 같은 하늘을 동시에 눈에 담곤 했다.

 

견주와 반려견이 보여주는 '동행'이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하는지 깨닫기 위해서 결국 <도망가자>의 노랫말로 돌아가지 않을 수 없다. "어디로든 어떻게든 내가 옆에 있을게", "나만은 너랑 갈거야 어디든", "당연해 가자 손잡고/사랑해 눈 맞춰줄래"를 다시금 찬찬히 감상해보자. 궁극적으로 이 노래가 말하고자 하는 메세지, 이 그림책이 빚어내는 이야기는 '도망'이라는 행위 자체가 아니다. 언제, 어디서든, 어떤 상황에 닥치든 상관없이 함께하겠다는 약속이라는 맹세다.

 

그림책으로 다시 태어난 <도망가자>는 이 약속이라는 메세지를 굉장히 섬세하게, 아름답게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가보는 거야

달려도 볼까

어디로든 어떻게든 

내가 옆에 있을게 

마음껏 울어도 돼

 

그 다음에 

돌아오자 씩씩하게

지쳐도 돼 내가 안아줄게

괜찮아 좀 느려도

천천히 걸어도

나만은 너랑 갈거야 어디든

 

당연해 가자 손잡고

사랑해 눈 맞춰줄래

너의 얼굴 위에 빛이 스며들 때까지 

가보자 지금 나랑 

 

도망가자

 

- 노래 <도망가자> 중에서


 

 

당신의 얼굴에 빛이 스며들 때까지, <도망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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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외적으로 살펴보는 그림책 <도망가자>의 매력은 다채로운 풍경을 빚는 색감과 분위기다. 시간대도 새벽부터 이른 아침, 햇살이 지는 오후, 노을이 지는 저녁, 별이 빛나는 밤 등 다양할 뿐더러 견주와 반려견이 누리는 배경은 동화 속의 동화같은 환상적인 느낌을 물씬 풍긴다.

 

또다른 매력 포인트는 배경에서 등장하는 인물이 딱 두 대상이라는 것이다. 오로지 견주와 반려견일뿐, 이들 외에는 그 누구도 없다. 마치 이 세상에 견주와 반려견 둘만 있는 듯한 느낌. 이들은 도망의 사전적 의미인 '피하거나 쫓기어 달아남'보다는 진정한 휴식을 나누러 간 모습이었다.


<도망가자>의 클라이맥스는 노래의 후반부다. 내가 옆에 있을테니,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껏 울어도 된다고 말하며 그 다음에 씩씩하게 돌아오자고 한다. 설령 지치더라도 안아줄거라고, 천천히 걸어도 함께 걸을테니 괜찮다고 한다. '당연하다'고, '사랑해'라며 눈을 맞추기를 간절히 청한다. '너의 얼굴 위에 빛이 스며들 때까지' 지금 나랑 가보자, 도망가자고 말한다. 이 후반부의 가사를 절절하게 읊는 노래를 들으며 동시에 그림책을 읽기를 강력히 추천한다. 언제 어떻게 쌓였는지도 모를 위로의 파도가 언제 얼어붙었는지도 몰랐던 차가운 마음을 다 감싸 안아주기 때문이다.

 

힘겨운 현실 속에서 고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당신에게, 그림책 <도망가자>를 자신있게 권한다.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실컷 미소짓고 눈물짓기를 바란다. 당신의 얼굴에 빛이 스며들 때까지, 이 책이 소중한 등대가 되어줄 것이다.

 

 

소중히 여기는 그 마음들이 부디 계속 따뜻할 수 있기를.

저에게 수없이 함께 도망갔다가 함께 돌아오자고 손 내밀어 준 사랑하는 이와

지금 따뜻한 당신에게, 이 책이 예쁜 행복이 되길 바랍니다. 

 

_선우정아 작가의 말 중에서

 

 

 

컬쳐리스트 신지예 명함.jpg

 

 

[신지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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