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아트인사이트 Vol.1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방식' [도서]

글 입력 2021.08.20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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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서야 깨달은 건데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은 두 가지 관점으로 나눌 수 있다. 하나, 사람이 가진 '생각과 아이디어'를 나누기 좋아하거나 둘, '그 사람' 자체를 좋아한다. 후자의 의미를 조금 더 풀어쓰자면 이런 거다. 그 사람이 자신에게 어떤 사람인지가 중요하지, 그 사람의 생각이나 성격, 경험, 배경이 무엇이든 중요치 않다.

 

꼭 집어 말한 데에는 당연히 이유가 숨어있다. 나는 후자에 속하는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일면식 없는 타인의 글을 읽어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본디 흥미가 생겨야 눈이, 손이, 마음이 움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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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명의 저자. 38개의 이야기. 관심사가 아닌 분야와 읽어야 하는 필요성-물론 리뷰를 써야 하기에 의무감이 들긴 했다- 없는 사적인 글을 이렇게 많이 접힌 건 처음일 거다. 사실 페이지를 적극적으로 넘기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때 이런 생각을 했다. 관심이 없는 건 어찌 보면 싫은 것보다 진입장벽이 높다고. 적어도 내게는 말이다.

 

이쯤 읽은 저자들이 슬픈 눈짓을 보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시작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렸지 막상 읽을 땐 쉽게 읽혔다. 몇몇 글을 빼곤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소재를 다루었기에 더욱더 그랬을 것이다.


이제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방식'을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읽은 과정을 소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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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책은 대개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다. 물론 아트인사이트에서 문화초대를 받아 쌓인 책들도 있지만, 원체 책에 낙서하지 않는 편이라 눈으로만 읽었다. 그러다 최근, 연줄로 밑줄 치는 즐거움을 권유받았다. 종이에 닿는 질감과 소리가 좋다며. 그래서 한 번 해봤다. 선을 긋고, 네모를 만들고, 동그라미 치고, 메모도 적고. 종이책을 읽는 ‘맛’이 났다.


밑줄의 이유는 다양하다. 공감 가서, 예전에 했던 생각과 닮아서, 새로운 시각이 신선해서. 여전히 연필로 흔적을 남긴다는 사실은 썩 달갑지 않은지라 연필을 손에 쥔 횟수가 많지 않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닿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휙 넘겼더니 흔적의 패턴이 있는 거다.

 

어느 부분은 아주 깨끗하게 내버려 두고, 어느 부분은 연필투성이다. 그 차이가 좋은 글과 그렇지 않음을 가르는 건 아니다. 공감 가는 문장이면서도 눈으로 훑은 게 많다. 그저 연필을 놀리고 싶은 타이밍이 맞았을 뿐.


그러니 앞으로 언급할 밑줄 많은 이야기에 아쉬움을 느끼지 않았으면 한다. 에세이가 취향이 아닌 것과는 별개로 ‘나’를 말하는 책은 소중하다.


앞서 얘기한 소설책을 잠시 언급하자면, 소설 중에서도 단편집을 선호한다. 몇십 장에 농축된 이야기는 생각하면 할수록 살펴볼 게 많으니까. 그러니까 이걸 소설로 비유하자면 38개의 단편선인 셈이다. 다양한 이야기집은 목차의 제목을 기준으로 이리저리 움직이는 게 좋다. 편집자가 고심했을 순서가 주는 느낌이 궁금할 때도 있지만, 아직은 내 마음대로 정하는 순서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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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며 예상했던 분위기, 느낌, 형식이 실제 내용과 달랐다는 게 가장 인상적이다. 새삼 떠올렸다. 사람은 같은 말도 다르게 표현하는구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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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친 문장은 없지만, 편하게 술술 읽었던 파트. 지금 계절과 잘 맞기 때문일 수도 있고, 베트남 이야기가 반가워서였는지도 모른다. 십년지기 친구가 그곳에서 어학연수를 했으니까. 덕분에 직접 가보진 못했어도 그곳의 분위기, 열기, 길, 음식, 지명은 꽤 친숙하다. 특히 베트남의 여름은 유명하지 않은가. 습기, 더위, 그리고 우기.


그 꿉꿉한 날씨와 글이 잘 어우러졌다. 물론 글 온도는 청량하고 가벼운 초여름부터 초록이 우거지는 한여름과 닮았지만, 대기를 메운 꽉 찬 습도 또한 같은 결이었다. 이 무더위를 온몸으로 좋아할 수도 있구나. 주변을 보아도 더위 때문에 쩔쩔매는 사람은 많아도 그 뜨거움에 애정을 담은 사람은 없었다. 생경하고 색달랐다.

 

어떤 사람인진 모르지만 적어도 열정적인 사람인 건 느껴졌다. 단순히 열을 좋아해서가 아니고, 여름을 소재로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풀어낸 사람은 처음 보아서.


담긴 이야기와 별개로 한 마디 덧붙이자면, 글의 서두가 굉장히 공들인 느낌이었다. ‘나’라는 화자를 설정해 한 사람의 경험을 말하면서 그 흐름이 매끄러웠다. 그리고 서두에 눈길이 갔던 또 다른 글이 있다.


사랑에는 유통기한이 있다

제목을 보고 고민했다. 읽을까,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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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렇다. 마음 한쪽에서 인정하지만, 입 밖으로 인정하기 싫은 말일수록 외면하고 싶다. 하지만 눈에 들어온 이상 무시할 수 없기도 하다. 그리고 읊어 본 첫 문장. 학창 시절이 떠올랐다. 나 역시 ‘사랑해’보다 ‘좋아해’가 훨씬 설렌다고 생각한 적이 있고, 이 얘길 당시 만나던 사람에게 전했으니까. 필자는 명시했다.

 

여기서 말할 사랑은 인간 대 인간이 나누는 감정이 아니라고. 이 짤막한 한 마디로 그다음은 가볍게 읽을 수 있었다. 필자가 무언가를 좋아하는 방식. 즉 좋아하는 것을 인지하고, 받아들이고, 말하는 일련의 과정을.


저자의 이야기는 분석적이고 논리적이었다. 좋아함은 무엇이고, 좋아하는 방식은 또 어떤 것이고, 어떤 자세와 마음가짐이 필요한지. 방법론처럼 제시했다. 이 반전이 글의 포인트라고 느꼈다. 대개 사랑을 주제로 내세운 글은 감성적일 것이라 예상한다. 나도 그 범주에서 생각했기에 의아했다.

 

또,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서 좋았다. 음악, 영화, 책처럼 생물체로 느껴지지 않지만, 생명력을 지닌 유/무형과 인간 개인의 관계는 생각보다 깊게 논의하지 않는 것 같다. 그들을 논하는 게 인간 개인을 알아가는 데에 도움을 주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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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과 관련된 질문을 나 자신에게 던져볼 줄 알았다. 질문을 던지고, 생각하고, 답을 내서 나 또한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방식’을 리뷰로 적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책을 읽는 때에 가장 눈에 들어오는 건 그때의 나에게 가장 필요한 말, 가장 하고 싶은 생각, 가장 알고 싶은 깨달음이다. 감상을 통해 내 상태를 살펴보자면: 미지의 영역 같은 정반대의 취향을 살펴보고, 열정적인 에너지를 얻고, 생각의 틀을 깨는 지적 자극을 얻고 싶었나 보다.


다르게 말하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않고 즐겨보기로 했구나. 역시 새로운 도전은 언제나 시작이 어려울 뿐, 끝에 다다라서는 무언가 하나라도 얻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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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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