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요시고展, SNS 시대에 사진의 윤리에 대해 생각해보다 [미술/전시]

SNS 시대에 사진의 윤리
글 입력 2021.08.14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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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초, 밖에 잠깐이라도 서 있으면 그대로 아스팔트에 녹아내릴 것 같은 날씨에 그라운드시소 서촌으로 향했다. 미술관 개장 시간은 10시인데, 관람객이 많다는 소식을 듣고 9시 50분까지 도착했다.


그러나 개장 시간을 앞두고 찾아간 그곳에서 날 기다리는 건 나보다 먼저 온 관람객들이었다. 어마무시한 줄이 믿기지 않아 앞에 줄을 선 사람에게 ‘요시고 전시회 줄이 맞는지’ 재차 묻고는 얌전히 기다렸다. 무더위에 밖에서 계속 대기하다가 미술관에 입장한 시간은 10시 40분께였다.

 

입장 전부터 요시고의 인기를 체감할 수 있었다.


 

 

요시고의 작품들



2층부터 계단을 타고 올라가는 그라운드시소만의 공간은 요시고의 작품을 테마별로 나눠보게 한다. 첫 번째 섹션인 건축은 세계 곳곳의 건축물을 요시고의 시선으로 담아냈다. 이곳에서 특히 주목해 볼 만한 점은 빛과 그림자가 어떻게 건축물에 스며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무채색의 도심의 건물에 빛이 드리워지는 순간순간들. 빛과 함께 시시각각으로 움직이는 색채의 변화를 묘사하는 인상주의 화가들의 화폭처럼, 요시고의 사진엔 빛의 방향으로 생동감 있는 명암을 어떻게 담아낼지에 대한 고민이 서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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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칭과 기하학적 요소의 사용도 눈여겨볼만하다. 자로 잰 듯 대칭을 이루는 사진들을 보면 왠지 모를 심리적 안정감이 든다. 균형적인 사진들을 보다 보면 세상을 보는 요시고의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이어지는 두 번째 섹션 다큐멘터리에서는 ‘현실의 기록’에 대한 이야기다. 여행자로서 타국을 찾은 요시고의 시선에 이국적인 감각이 포착된다. 또, 지역의 산업 발전에 따른 환경오염과 변화를 적나라하게 포착한 작품들은 사진예술의 사회적 기능을 상기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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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섹션인 풍경은 그라운드시소의 꼭대기 층의 공간에 펼쳐졌다.

 

야외 옥상과 연결되어 있고, 위에서 한가득 쏟아지는 빛과 얽혀 너무나 잘 어울리는 해변가의 사진 작품들이 걸려있다. 크고 작은 창들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으로 핀 조명이 필요치 않은 이 공간은 구름의 이동속도에 따라 전시장의 명암을 조절하며, 작품을 완성시키는 하나의 요소가 된다.


요시고 전시회 포스터로 홍보된 푸른 바다를 향해 수영하는 한 사람의 사진을 이 공간에서 볼 수 있으며, 아마 많은 관람객들이 기대했을 법한 푸르른 여름의 사진이 가득하다. 지금이 무척 더운 여름인 만큼 청량하고 깨끗한 바다 풍경은 피서지에 여행을 간 듯, 시원하게 갈증을 씻어내어 준다.


 

 

SNS 시대에 사진의 윤리



눈으로는 탁 트이고 해방감을 주는 바다를 좇았지만, 마음속에 차오르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바다와 여행지 속 스파를 담은 요시고의 많은 사진들 속엔 수영복을 입은 사람들이 가득했다. 심지어는 수영복을 착용하지 않은 나체의 사람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과연 요시고는 그 사진 속 사람들 모두에게 초상권 동의를 얻었을까 하는 의문이 계속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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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사체에 포착된 사람들은 상업적 전시에서 자신의 신체가 노출되기를 원했을까? 단지 여행지에서 즐겁게 놀고 있던 사람들은 수영복을 한 자신의 모습이 머나먼 동아시아의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전시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SNS 시대의 사진의 윤리에 대해서는 알다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블로그 같은 자신의 개인적인 SNS에 사진을 올릴 때, 타인의 얼굴이 나오는 사진들은 모자이크 하기도 한다. 한편, 전시회에 걸리는 사진 작품들은 불특정 다수를 피사체로 당당히 포착하지만, 그들을 향한 모자이크는 찾아볼 수 없다.


요시고는 누구나 사진작가가 될 수 있다고 말했지만, 그 말은 역설적으로 SNS 시대에 누구든 피사체가 될 수 있다는 말로 치환되어 들렸다. 우리는 매일 사진을 찍고, 그 사진 속엔 내가 모르는 사람이 포착된다. 너무나 당연하고 익숙한 사실이다.


이런 현실이 익숙한 상황에서 초상권에 대한 의문을 가지는 것은 어쩌면 사진 속 사람들이 단지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일상복을 입고 있었다면 의문조차 가지지 못하고 작품을 스쳐 지나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쳤다.


*


청량한 바다의 사진과 빛과 그림자의 전 세계 곳곳의 이국적인 사진들을 보고 있노라면 여행을 온 것 같다는 착각을 준다. 어디 마음대로 갈 수 없는 요즘에 요시고의 작품들은 비비드한 색감으로 관람객들을 끌어당긴다.


요시고가 SNS 계정으로 유명해진 사진작가라는 점과, 인스타그램에 전시되기에 특화된 작품들은 전시회 자체를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한 공간으로 만들어준다. 사진을 찍는 많은 관람객들을 피해서 감상을 하다 보면, 수영복을 입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 느꼈던 SNS 시대에 사진의 윤리에 대해서 실제로 체험하고 있음을 느낀다.

 

 

 

전문필진 조윤서.jpg

 

 

[조윤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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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푸름
    • 사려 깊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초상권과 관련한, 꼭 생각해 보아야 하는 사진 작품의 윤리에 관한 고민이 인상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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