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현실을 바라보면서, 창작 뮤지컬 '모던걸 백년사'

글 입력 2021.08.06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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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걸 백년사 포스터.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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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내용이 포함된 글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꼭 보고 싶은 주제의 공연이었다. 젠더 이슈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했고 평소 이 이슈에 관해 이야기를 잘 나누던 친구가 먼 보고 온 공연이었고 만족스럽다는 이야기했기 때문에 기대감이 컸다. 1920년대와 2020년대의 차이를 어떻게 보여줄지, 그리고 그 시간 속 공통점을 과연 관객들에게 공감시킬 수 있을지, 현재 젠더 이슈를 솔직하게 보여줄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시놉시스]

 

1920년 경성에 사는 경희는 어렸을 적 오빠의 지지로 이화학당에서 신식 교육을 받고, 유학까지 다녀온 신여성이다. 그러나 그녀는 잡지에 여성 해방을 주장하는 글을 기고하고 이혼을 한 여성이라는 이유로 조선 사회의 비난을 한 몸에 받는 '모던걸'로 불린다.

 

2020년 서울에 살고 있는 화영은 성적에 맞춰 간 대학을 다니며, 주변의 성화로 적성에도 맞지 않는 교직이수를 하는 중인 '착한 딸'이다. 주변에서 말하는 "예쁘고 학벌 좋고 직업도 받쳐줄 테니까, 걱정 없네~"라는 말이 어쩐지 불편한 화영은 졸업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동아리에 연극 <인형의 집>에 참여한다.

 

세간의 비난을 받으면서도 경희는 조선의 여성들을 깨닫게 만들기 위해 헨릭 입센의 <인형의 집>을 번역하기로 마음먹는다. <인형의 집>을 읽으며 화영은 점차 용기를 내기 시작하지만 또 다른 벽에 부딪히게 된다.

 

1920년의 모던걸과 2020년의 페미니스트가 각각 자신들의 꿈과 사회의 요구, 비난 사이에서 갈등하며 싸워가고 그들의 삶이 교차된다.

 

*

 

1920년대는 나와는 너무 먼 시간인 것 같지만 그 당시를 살아오신 외할머니가 생각났다. 외할머니의 선택권이 없었던 결혼도 있었고 과거이기 때문에 할머니가 감수해야 할 일들도 참 많았다. 과거에 주홍글씨처럼 보였던 따가운 시선이 외할머니에게는 없었을지라도 얼마나 많은 경희들이 있었을지 감히 상상도 못 했다.

 

2020년의 화영은 내가 살아가는 시대를 더욱 가깝게 바라볼 수 있었다. 불편한 선배, 자주 보게 되는 몰카 뉴스의 현실, 집안일하는 엄마의 모습,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는 선배, 고통받는 것은 결국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 이 밖에도 많은 것들을 바라보고 공감하고 이해했다.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큰 용기 일지 다시금 깨닫기도 했다.

 

과연 배우들은 어떤 마음을 갖고 연기를 하고 노래를 불렀을까? 그들의 눈을 바라보면서 많은 감정이 교차했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 말을 하는 배우는 얼굴을 찌푸린 채로 바라보게 됐고 용기를 내며 나아가는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의 눈에 눈물이 고인 것도 보았다.

 

나 역시 그 순간을 울컥하는 마음으로 지켜봤다. 진심으로 그 시간을 느끼면서 마주 보는 우리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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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각은 과거와 달리 많이 달라졌다. 피해자가 숨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알았고 폭력이 얼마나 무자비한지도 알았다.

 

과거에 봤던 드라마나 영화의 불편한 점도 이제는 너무 잘 보인다. 그리고 나는 이것은 예민한 시각은 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예민해도 너무 예민하다고 말하겠지만 예민하게 바라봐야 하는 문제이고 예민하게 봐야 조금씩이라도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극단적인 갈등을 좋아하지 않는다. 서로의 생각은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분별한 비판과 혐오는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누군가는 이 공연이 극단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삶을 살아오면서 한 번이라도 불편하거나 이상하게 느껴졌던 부분이 이 공연에서 겹쳐 보인다면 그것은 결코 극단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상하고 찜찜한 것이 잘못된 것이었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사람 대 사람의 존중이 있었다면 경희가 그런 수모를 겪고 화영이 수치심에 말을 못 할 정도의 정신적 고통이 생겼을까? 용기를 내어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사실 정말 대단한 일이다. 자신의 아픔을 감수하고 나아가는 그 용기에 조금씩 변화하는 세상에 살아가는 것이 감사할 뿐이다. 앞으로도 용기내어 목소리를 내는 공연을 더 많이 보고싶다.

 

나를 포함한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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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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