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현실을 바라보면서, 창작 뮤지컬 '모던걸 백년사'

글 입력 2021.08.06 19:2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모던걸 백년사 포스터.jpg

 

 

*

공연 내용이 포함된 글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꼭 보고 싶은 주제의 공연이었다. 젠더 이슈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했고 평소 이 이슈에 관해 이야기를 잘 나누던 친구가 먼 보고 온 공연이었고 만족스럽다는 이야기했기 때문에 기대감이 컸다. 1920년대와 2020년대의 차이를 어떻게 보여줄지, 그리고 그 시간 속 공통점을 과연 관객들에게 공감시킬 수 있을지, 현재 젠더 이슈를 솔직하게 보여줄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시놉시스]

 

1920년 경성에 사는 경희는 어렸을 적 오빠의 지지로 이화학당에서 신식 교육을 받고, 유학까지 다녀온 신여성이다. 그러나 그녀는 잡지에 여성 해방을 주장하는 글을 기고하고 이혼을 한 여성이라는 이유로 조선 사회의 비난을 한 몸에 받는 '모던걸'로 불린다.

 

2020년 서울에 살고 있는 화영은 성적에 맞춰 간 대학을 다니며, 주변의 성화로 적성에도 맞지 않는 교직이수를 하는 중인 '착한 딸'이다. 주변에서 말하는 "예쁘고 학벌 좋고 직업도 받쳐줄 테니까, 걱정 없네~"라는 말이 어쩐지 불편한 화영은 졸업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동아리에 연극 <인형의 집>에 참여한다.

 

세간의 비난을 받으면서도 경희는 조선의 여성들을 깨닫게 만들기 위해 헨릭 입센의 <인형의 집>을 번역하기로 마음먹는다. <인형의 집>을 읽으며 화영은 점차 용기를 내기 시작하지만 또 다른 벽에 부딪히게 된다.

 

1920년의 모던걸과 2020년의 페미니스트가 각각 자신들의 꿈과 사회의 요구, 비난 사이에서 갈등하며 싸워가고 그들의 삶이 교차된다.

 

*

 

1920년대는 나와는 너무 먼 시간인 것 같지만 그 당시를 살아오신 외할머니가 생각났다. 외할머니의 선택권이 없었던 결혼도 있었고 과거이기 때문에 할머니가 감수해야 할 일들도 참 많았다. 과거에 주홍글씨처럼 보였던 따가운 시선이 외할머니에게는 없었을지라도 얼마나 많은 경희들이 있었을지 감히 상상도 못 했다.

 

2020년의 화영은 내가 살아가는 시대를 더욱 가깝게 바라볼 수 있었다. 불편한 선배, 자주 보게 되는 몰카 뉴스의 현실, 집안일하는 엄마의 모습,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는 선배, 고통받는 것은 결국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 이 밖에도 많은 것들을 바라보고 공감하고 이해했다.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큰 용기 일지 다시금 깨닫기도 했다.

 

과연 배우들은 어떤 마음을 갖고 연기를 하고 노래를 불렀을까? 그들의 눈을 바라보면서 많은 감정이 교차했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 말을 하는 배우는 얼굴을 찌푸린 채로 바라보게 됐고 용기를 내며 나아가는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의 눈에 눈물이 고인 것도 보았다.

 

나 역시 그 순간을 울컥하는 마음으로 지켜봤다. 진심으로 그 시간을 느끼면서 마주 보는 우리들이 있었다.

 

 

공연단체이미지.jpg

 

 

나의 시각은 과거와 달리 많이 달라졌다. 피해자가 숨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알았고 폭력이 얼마나 무자비한지도 알았다.

 

과거에 봤던 드라마나 영화의 불편한 점도 이제는 너무 잘 보인다. 그리고 나는 이것은 예민한 시각은 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예민해도 너무 예민하다고 말하겠지만 예민하게 바라봐야 하는 문제이고 예민하게 봐야 조금씩이라도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극단적인 갈등을 좋아하지 않는다. 서로의 생각은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분별한 비판과 혐오는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누군가는 이 공연이 극단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삶을 살아오면서 한 번이라도 불편하거나 이상하게 느껴졌던 부분이 이 공연에서 겹쳐 보인다면 그것은 결코 극단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상하고 찜찜한 것이 잘못된 것이었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사람 대 사람의 존중이 있었다면 경희가 그런 수모를 겪고 화영이 수치심에 말을 못 할 정도의 정신적 고통이 생겼을까? 용기를 내어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사실 정말 대단한 일이다. 자신의 아픔을 감수하고 나아가는 그 용기에 조금씩 변화하는 세상에 살아가는 것이 감사할 뿐이다. 앞으로도 용기내어 목소리를 내는 공연을 더 많이 보고싶다.

 

나를 포함한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김지연.jpg

 

 

[김지연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