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현재의 당신과 미래의 당신에게 - 박효신 '연인' [음악]

외로운 당신은 혼자가 아니기에
글 입력 2021.08.0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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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속에서 언젠가 이별을 겪는다. 그러니 이별은 보편성을 가진다. 마지막을 알고 있음에도 사랑하려는 노력의 모습은 현실을 지향한다. 미래를 함께하자는 당신과 나. 그러나 당신과 나의 관계는 헤어짐을 기정사실로 하는 전제를 지닌다. 그런데도 현재 당신을 온화하게 사랑하는 나의 모습도 온화하다.

 

그러니 따사로운 우리는 어쩌면 현재의 순간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너는 나의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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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오 나의 연인아

내 사랑아

넌 나의 기쁨이야

 


박효신의 노래 중, ‘연인’이라는 곡이 있다. 연인은 그리워하는 사람이며 사랑하는 사람이다. 사랑해서 몹시 그리워하는 연인이다.


당신이 살아오며 수 없이 들었을 당신의 이름 대신 나는 연인이라고 부른다. 내 사랑이라고 부른다. 내 기쁨이라고 한다. 나는 애정을 담아 당신에게 새로운 이름을 주고, 귀여운 애칭을 주기도 한다. 내 이름 말고도 애칭으로 기억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특별한 일인가. 고유명사인 내 이름 대신 보통명사의 사랑과 기쁨이 내가 된다는 건 더 고유해지는 일인 듯하다.


노래를 부르는 이들이 가장 하고 싶은 말은 첫 소절에 있지 않을까 짐작한다. 글을 작성할 때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글의 첫 시작을 잡는 것이 가장 망설여지는 순간이기에, 중심을 확립하기 위한 첫 소절이지 않을까.


조심스러운 멜로디로 전개되는 ‘연인’은 자칫 사랑하는 연인을 칭송하는 감미로움으로 남을 수 있다. “좀 슬퍼하면 어때, 혼자인 게 뭐가 어때” 노래의 첫 시작이다. 슬퍼하든 혼자이든 어떠하냐고 묻는다. 여러 사랑의 종류는 들었으나, 보편적으로 함께일 때 사랑이라고 여겼다. 제목은 달콤한 ‘연인’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첫 소절은 혼자이든 슬퍼하든 무방하다는 것이다.


슬픔을 느낄 때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내 감정에 휘둘릴 뿐이다. 슬픔에 지배된 나는 다른 것을 떠올릴 권리조차 없다. 사랑할 때도 그리워했고, 사랑하지 않아도 그리워하며, 그리하여 사람은 평생 그리워하며 산다.


다른 것을 떠올린다면 어쨌든 시간이 지나 슬픔의 농도가 옅어졌다는 것이다. 혹은 끝나지 않은 슬픔이 있더라도 어떻게든 살아가야 한다는 생존의 힘으로 버틴다.


그리움을 해결할 정확한 답은 없다. 추억을 잊으려고 노력하면서 사는 수밖에는 없다. 하지만 생각이 불가결인 사람은 그리움을 문뜩 추억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러니 다시 떠올리는 순간에도 앞으로의 생존을 위하여, 첫 시작에서 충분히 그리워하는 것이다.




난 나일까



충분히 그리워한 우리는 결국 현실로 돌아오게 되고, 이제서야 외로워 보이는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외로워 보이는 이에게 어떤 위로의 말을 전할 수 있을까. “힘내”라는 말은 언젠가 괜찮아질 미래를 위하는데, 현재의 감정에 압도당한 이에게 이는 무의미한 응원이다.


누군가를 자세히 보면 내가 보인다. 우리 몸에서 비출 수 있는 거울의 역할을 하는 곳은 눈동자뿐이다. 몸의 면적에 비해 매우 작은 눈동자지만, 그 눈동자를 보며 진실한 대화를 하는 우리이다. 그러니 당신의 작은 눈동자 안에 온전한 내가 있고, 나의 눈동자에 당신이 위치한 우리는 현재 함께이다.


충분히 감정에서 유영하고, 더 힘든 자의 곁을 지킨다. 나는 겪어보지 못한 상대방의 아픔을 온전히 알 수 없기에, 그저 함께 있어 주며 위로를 전한다. 그렇게 아무 말 없이도 위로를 건넬 수 있는 포근한 우리는 아마도 연인이라는 것.




아름드리 우주



한 아름에도 잡히지 않을 만큼 큰 수치이다. 우리가 잡을 수 있는 수치를 ‘아름’으로 재므로, 우주는 당연히 아름이라는 꾸밈이 안 어울린다. 우리가 함께하면 한 아름을 넘어 우주만큼 크다는 것.

 

외로운 우리는 함께하여 이제 팽창하는 우주를 만들어낸다. 혼자인 나는 다른 이의 외로움을 알아챘고, 나는 다른 누군가(특정하자면, 당신)를 온전히 이해한다. 쉽게 위로하지 않고, 빠져나오기 위해 서두르지 않고, 눈빛으로 알아내기까지 오랜 시간 동안 외로움을 겪어낸 인연이기에 우리는 연인이다.


아마도 우리는 연인이었으나, 이제 이렇게 지대한 우리는 영원히 연인이라고 확신한다.




우리의 밤과 눈부신 그대



 

우리의 밤을 불 비춰주오

눈부신 그대의 이름으로

날 지켜주오

 


영원히 함께하길 바라는 나는, 우리의 밤에서 당신이 불을 비춰주어 밝아지길 바란다. 너무나 눈부시게 발광하여 날 지켜주길 바란다. 외로운 나는 함께할 수 있는, 의지하는 당신이 생겼다. 우리의 밤에서 당신은 별이다.


별은 낮에 보이지 않는다. 어둠이 찾아와야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별이다. 도시에서는 광해로 인해 밤에도 별을 찾기가 힘들다. 매우 밝다는 북극성도 그 모습을 감출 때가 있다. 나에게서 밝음이 지나가고 어둠이 찾아와 온갖 방해가 없어지면, 그제야 당신은 맑게 빛난다.

 

그러니 당신이 나의 연인이 되는 일은 내 어둠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모든 이유가 있다



‘슬펐던 나’라는 전제조건이 있어 당신과 함께일 수 있다. 그러니 우리가 함께이기 위해서는 외로움이라는 이유가 필요했다. 이제는 다시 외로움을 겪더라도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다.


 

너의 그 슬픔과

기나긴 외로움에는 모든 이유가 있다는 걸

너의 그 이유가

세상을 바꿔갈 빛이라는 걸

 


당신과 나는 외로움을 나누는 가치를 알았기에, 당신은 아무 말 않고 위로하는 힘을 가졌기에, 이러한 힘은 세상을 바꿀 수 있을 만큼 눈부시다.




그대는 나만의 연인



함께 외로울 때 함께하는 우리이다. 인연은 깨진다고 하지만, 특별히 우리는 외로움의 상황 속 인연이다. 힘들 때 찾아가는 안식처처럼, 다시 슬픔을 겪더라도 깨지지 않을 단단한 연인이 생겼다. 영원한 인연은 없다 하나, 우리는 우주의 별처럼 오랜 시간 서로에게 유한할 연인이다.

 


날 보는 두 눈에 나의 깊은 밤

그대는 나만의 연인이오

 

 

당신의 눈에 내가 보인다. 나의 깊은 밤이 당신에게 보인다.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내가 당신을 비춰준 것일까. 그러니 그대는 나만의 연인이다. 우리는 서로의 연인이다.

 

소중한 인연을 맺으며 연인이 되는 일은 얼마나 찬란한 일인가. 내 곁에 있는 당신과 앞으로 만날 당신에게 남기는 편지가 되기를 바란다. 혹여나 당신이 외롭고 슬프더라도 그 옆에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길 바란다.

 

 

[임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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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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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에언제가요
    • 2019년 6월 30일. 혼자 있을 때는 나는 내가 맞을까 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던 당신. 하지만 그 날 만큼은 함께이니까 뭐가 어때 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던 대장의 노래가 있기에, 이 슬픔과 기나긴 외로움이 있어도 다 괜찮아 질거라고,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에 어둠이 있다면, 누군가를 비쳐줄 빛이 나이고, 그게 바로 내가 있어야 할 곳이라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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