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를 온전히 돌보는 '마음챙김'에 관한 소고(小考) [사람]

(3) - 마지막 이야기, 나의 물건과 절제의 삶
글 입력 2021.08.02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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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물건, 내 일부의 시작


 

어릴 때 항상 내 눈물을 유일하게 알던 미키마우스 베개가 있었다. 항상 눈물을 머금고 끌어안을 수 있었던 유일한 내 주변 사물이었다.
 
어느 날 어김없이 나는 또다시 울며 내 방으로 숨었다. 그리곤 자연스럽게 베개를 찾았지만 늘 있던 그 자리엔 없었다. 한동안 아무런 내색 없이 집안을 돌아다니며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생애 첫 물건에 관한 첫 상실 경험이었다. 나는 밤낮으로 울었다. 베개를 달라고 떼를 썼다. 나의 부모님은 이런 마음과 상황에 관해서는 당연히 아실 리가 없었다.
 
첫 독립, 온전히 나의 물건들로 둘러싸인 행복. 서른다섯 처음 독립하고 마련한 4단 유리 장식장 속에는 나의 애정 어린 물건들이 담겨 있다. 마라톤 완주 메달, 체중 감량에 성공하고 찍은 기념사진 액자, 학교 동료 선배가 선물해준 십자가 모형, 나의 큰 성취를 증명하는 공식적인 서류 등 말이다.
 
그리고 동시에 그것들은 내가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나의 과거 모습들 흔적이기도 하다. 그것들은 장식장을 마련하기 전까지는 비닐 포장지와 신문지에 둘둘 싸인 채로 상자에 숨겨져 있어야만 했다. 지금 그것들은 그동안의 답답함을 토해내듯 투명 유리장 안에서 다시금 그 고유의 매력을 뽐내고 있다.
 
그것을 바라보는 현재 내 마음은 이제야 안도의 숨을 쉰다. "이제야 너희들이 여기에 한데 모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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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변의 물건과 나의 사람들

 

나를 둘러싼 일상 속 물건 하나하나 모두 나에겐 소중하다. 대부분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의 두 손으로 건네주었다. 이제는 몸이 가벼워진 나에게 친자매처럼 살뜰히 입혀주는 '엄마의 옷', 그리고 작업하면서 예쁜 손톱 상하지 말라는 '아빠의 맥가이버 칼'이 그것이다.
 
항상 먼 곳에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네 곁에 있으리라 약속하는 '남자친구의 커플링'이 그렇다. 오랜 인연의 언니가 건네준 향긋한 목욕용품은 오래된 재건축 예정인 내 집을 일순간에 로열 스위트룸으로 변신시킨다.
 
그리고 그뿐만이 아니다. 일상을 쾌적하게 유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방편의 하나로, 내가 나에게 선물한 일상 생활용품들은 우연인 듯 아닌 듯 모두 분홍빛이다. 연한 분홍빛처럼 나만의 밝음을 잃지 않고 언제나 좋은 기운을 주변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마음일까?
 
 
 
다양하게 버려지는, 잊히는 물건들 속 절제의 삶으로 나아가다

 

이사 과정에서 위치를 새로이 옮겨가는 나의 물건들을 보면서 하나도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다. 하나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더럽히고 싶지 않았고 깨지지 않기를 바랐다.
 
만약 그러면 버려야 하니까. 새로 사야 하니까 그랬다. "원래 이사하면서 상하고 버리고 새로 사고를 반복하는 것이란다. 하나도 상하지 않을 수가 없어. 물건이라는 것은."이라고 말씀하시는 아빠 엄마가 무척이나 야속했다. "아빠 엄마, 이것들이 저에게 어떤 의미인지 아세요? 저 자신의 일부에요."
 
내 물건에 대한 애정은 애초에 방향이 틀렸다. 없어지지 않기를 바랐다면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서 분실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했다. 그리고 잃어버리면 차근차근 기억을 더듬어 되찾을 생각을 해야 했다. 몸이 무거워서 잃어버렸을 만한 장소에 다시금 되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여윳돈이 있어서 차라리 같은 것을 몇 개 더 사는 방법을 택했다.
 
잃어버리지 않으려는 나 자신의 노력이 아니라 무절제한 삶의 방향으로 가게 되었다. 이러한 무절제한 삶의 방향은 나의 삶의 큰 줄기를 흔들었다. 이러한 삶을 반성한다. 이제는 조금 더 편한 마음으로 애정이 어린 나의 물건들을 잘 간수하고, 오래오래 사용함으로써 충만한 만족감과 기쁨을 누리고 싶다.
 
내 곁에 작은 물건들의 소중함을 느끼고 그것을 통해 만들어지는 나의 삶을 관조하는 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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