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라진 소녀들

글 입력 2021.08.01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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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레이스에게 그랜드센트럴역은 특별하다. 누군가에게는 일상의 단편이 이어지는 공간, 그저 일상에 존재하는 장소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그녀에게는 사랑하는 남편의 전사 소식을 전해 들은 끔찍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다시는 발을 딛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그랜드센트럴역, 하지만 출근길에 우연한 사고로 어쩔 수 없이 들어선 그곳에서 그레이스는 뜻밖의 물건을 발견하게 된다. 엘레노어 트리그라는 이름과 이름 모를 소녀들의 사진을.

 

2)

마리, 그녀는 홀로 딸을 키우고 있다. 아니, 사실은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홀로 도시에서 일을 하며 마리 딸과 함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자주 가던 카페에서 이상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가 건넨 명함의 주소를 홀린 듯이 찾아가는 마리. 그때까지 그녀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곳에 가게 되며, 변화하게 될 자신의 삶을.

 

3)

영국의 특수 작전국 소속의 엘레노어는 특수작전을 수행하는 대상이 남성에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다. 왜 여성은 특수작전을 수행하지 못한다고 단정 지어지는 것일까? 오히려 그들이, 일상에 더욱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지 않을까?

 

더 이상 무고한 목숨이 사라지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 분명 여성들도 남성들과 똑같이 훈련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몫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

  

책 <사라진 소녀들>의 시작은 그레이스가 그랜드센트럴역에서 엘레노어의 여행 가방을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우연히 발견한 여행 가방에 이상한 끌림을 느낀 그레이스가 가방 안에서 마리의 사진을 발견하게 되고, 사진 속 주인공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게 되며 세 사람 사이에 시대를 초월한 연결고리가 형성된다. 마리를 훈련시킨 장본인 엘레노어, 실제 특수작전에 투입된 작전원 마리, 그리고 소설의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그레이스. 전쟁은 이 세 명의 여성들을 묶는 끔찍하고도 아픈 단어이다.

 

엘레노어의 선택을 받은 마리는 처음에는 그저 높은 봉급이라는 조건에 혹해 특수작전의 요원으로서 훈련을 받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훈련소에서 조시라는 소녀를 만나게 되며 자신이 하게 될 일이 가진 가치와 자신과 함께 요원이 되기 위해 훈련을 받은 소녀들에게 정을 느끼게 되며, 특수작전의 요원으로서 전심을 다해 활동할 것을 결심하게 된다. 훈련소의 엘리트였던 조시가 먼저 현장으로 배치가 되고 더욱 훈련에 매진한 마리는 이윽고 조시의 뒤를 따라 현장에 배치되게 된다.

 

현장은 언제나 죽음과 함께였다. 그저 맘 편히 길을 걷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은 자유였다. 씻는 것은커녕 먹는 것조차 자유롭지 않은 환경이었지만, 마리는 현장의 리더 줄리언을 도와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요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

 

독일군들에게 신분이 발각되는 순간, 자신은 물론이고 현장의 모든 조직원들이 목숨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요원들은 언제나 자신의 신분을 감추는 것을 일 순위로 여겨야 한다. 따라서 매 순간 보안에 혈안을 올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도대체 독일군은 우리의 작전을 알아차린 것일까?

 

그 즈음 엘레노어 역시, 평소 마리답지 않은 전보에 의심을 키우고 있었다. 통신에 뭔가 문제가 생긴 것 같은 불안한 예감이 들어 이 사실을 국장에게 보고하였지만, 국장은 별일 아니라는 태도로 크게 알아보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소녀들을 훈련시켜 전장에 내보낸 당사자로서, 엘레노어은 불안감을 쉽게 떨쳐버릴 수 없다.

 

그러던 중, 줄리언 조직이 독일군에게 발각되었다는 사실이 전해지게 되며 소녀들의 행방 역시 묘연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자신의 딸, 엄마, 가족이 전장에 나갔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르고 있을 가족들, 그리고 소녀들을 전장에 내몬 당사자로서 엘레노어는 그들의 행방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도대체 이들은 어떻게 발각이 된 것일까?

 

엘레노어의 이름과 마리의 사진에 대한 묘한 책임감을 느끼게 된 그레이스는 이들의 신분을 확인하고자 사방으로 수소문하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죽은 남편의 친구 마크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그와 함께 숨겨진 비밀에 가까워지게 된다. 사진 속 소녀들이 과거에 비밀작전을 수행하던 특수 요원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소녀들이 죽음에 이르게 만든 사람이 엘레노아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고 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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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서 여성들의 존재가 부각된 적이 있었는가? 생각을 해보면, 전쟁은 남성들의 싸움으로 기록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여자가 어떻게 그런 일을 해?'라는 편견 어린 시선 속에 가려졌던 수많은 이름들에 책 <사라진 소녀들>을 주목하고 있다.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는 전시 중 여성이기 때문에 할 수 있었을 수많은 임무들을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시대의 무관심을 담담히 고발하고 있다.

 

책 <사라진 소녀들>의 주인공은 모두 여성이다. 여성이 주체가 되어 사건이 벌어지고 그 사건을 해결한다. 전쟁이라는 상황의 시작과 끝에서, 사회의 약자로만 치부되던 여성들이 사건의 주체로 그려지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두려움과 맞서 두려움을 이겨내고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냈지만, 그 사실을 인정받지도 보호받지도 못했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또 다른 여성이 전면에 나서 진실을 전달하고 세상에 알리는 역할을 한다. 이 같은 소설의 구조는 작가가 그 시대의 여성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방법이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이 서사의 중심에 선다고 특별한 점은 없었다. 그들 역시 사랑을 알고 우정을 알았던 평범한 삶 속 사람들이었다. 그 점을, 책이 끝나는 순간까지 잊을 수 없었다. 더 이상 시대를 위해 싸웠던 모든 순간의 모든 빛들이 사라지지 않기를, 많은 사람들이 그 숭고한 희생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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