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그 모든 것이 "나"이다.

글 입력 2021.07.29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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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를 하는데 그 어떤 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 그냥 원하는 데로 자유롭게 내가 나를 풀어내어 나를 소개하는 것은 낯선 일이다.

 

나는 누구일까, 어떤 사람일까, 나를 어떻게 소개해야 할까.

 

언젠가부터 나는 나라는 하나의 사람, 인간이 그저 하나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역할을 통해 나라는 사람은 그에 맞는 행동과 태도, 언어가 장착되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를 소개하려면 나는 그 다양한 역할의 나를 다 소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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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서의 나



사회에서의 나는 꽤 똑 부러지고 열심히고 강단 있고 소신 있는 부지런한 사람이다. 주어진 일을 잘하고 자신의 소신을 제대로 뱉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공감할 줄도 아는 꽤 좋은 사람이라고 보인다.

 

초중고 대학교를 거쳐 해외 생활, 한국 직장 생활 등을 지내 오면서 나는 미움받은 적이 거의 없고 시기 질투를 받은 적도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를 좋아하는 편이었고, 나를 인정하는 편이며, 나와의 관계는 대부분 좋다.

 

물론 내가 나를 너무 후하게 평가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뒤에서 나를 싫어하고 헐뜯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아는 나 주위의 사회에서는 나는 꽤 좋게 평가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맡은 일에는 최선을 다한다. 그것이 잘 되든 못 되든 열심히 한다. 또한 그 공을 나에게 세우려고 하지 않는 편이며, 그다지 명예나 공에 욕심이 없어 함께 하고 다른 사람이 나서는 것에 대해 별로 거부감을 갖지 않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나의 공을 알아봐 주고 답답해하고 나를 위해 화를 내주기도 한다.

 

나는 진심을 다해 공감하며, 최선을 다해 그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 그저 목표만을 성취하겠다고 달려들지 않는다. 주위를 살피고 나의 상황, 상대방의 상황, 지금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최선의 방법은 무엇인지, 차선은 무엇인지를 면밀히 살피면서 조율하면서 일을 한다.

 

이렇게 일하면 베스트, 최고의 것을 얻지는 못할 때가 많다. 하지만 사람을 얻는다. 최고는 아니어도 차선을 얻고 그리고 사람을 얻는다. 나는 사회에서 이런 식으로 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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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서의 나



그런데 똑 부러지고 열심히고 똑똑해 보이는 내가 그렇지 않은 내가 될 때가 있다. 바로 연인과의 관계에서이다. 물론 연인과의 관계에서 그저 감정적이기만 해서 관계를 유아적으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 이 관계 안에서도 분명히 사회에서의 나의 모습들은 들어있다. 그 또한 나니까.

 

하지만 연약하고 감성적인 나의 모습이 있다는 것이다. 언제나 강하고 당당하고 똑 부러지는 것은 아니다. 믿을 수 있는 나의 사람이 생겼을 땐 나는 눈물이 많아지고 기댐이 많아지고 응석과 애교도 생겨난다. 사회적인 나에게서는 딱히 볼 수 없는 나의 모습이다.

 

그래서 사회에서의 나의 모습을 먼저 알고 난 후, 연인이 되었을 때의 간극은 꽤나 크다. 사회에서 보았던 나와 여자로서의 나는 다르기 때문에. 하지만 나는 여자로서의 나의 모습을 감추지 않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까지 사회에서의 나처럼 행동하기엔 너무 버겁고 힘들지 않은가.

 

나도 그냥 온전히 오롯이 나이고 싶을 때가 있으니까 그냥 내가 어떻게 행동해도 예뻐하고 사랑하고 받아줄 수 있는 사람과의 사랑, 관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그런척하지 않아도 되는 관계. 여자로서의 나를 온전히 사랑하며 사회에서의 나를 존중하는 그런 사람을 만나는 것이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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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서의 나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진 가족.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부모가 결정되고 나의 순서가 결정되었다.

 

나는 이 가족에서 첫째 딸, 장녀로 태어났다. 동생이 태어나지 않을 뻔했지만 무려 7살이나 어리게 태어났고 그로서 나는 장녀가 되었다. 동생이 있는 것에 대해선 매우 감사하고 소중하다. 동생 때문에 내가 장녀가 되었다고 동생을 탓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나는 장녀라는 이 타이틀로 인해 아주 전형적인 장녀병을 가진 한국 사회의 여자가 되었다.

 

한국 장녀만 이런지는 모르겠으나, 우선 한국의 장녀는 집안의 살림 밑천이며 부모의 기대이며, 부모를 만족시키고 행복하게 해드려야 할 의무가 있다.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잘나가는 딸이 되어주어야 하며, 가족의 화목과 안녕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말하지 않아도 부모님의 힘듦과 걱정을 이해하고 나서서 해결하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나는 아주 전형적인 그런 역할들을 잘 해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이다.

 

사실 가끔은 아주 버겁고 힘이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표현하지 못하고 그 몫을 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족 안에서의 나는 오롯이 나이기 어렵다. 나는 그들의 행복을 채워주고 싶은 장녀병에 걸려 있으니까.

 

내가 조금 어렵고 힘들어도 내가 조금 버겁고 지쳐도 나는 그 역할을 다하고 싶은 마음으로 행동한다. 그 또한 나이다.

 

 

 

그 모든 것이 "나"이다.



결국 이 모든 것은 "나"이다.

 

이 외에도 더 많은 내가 있다.

 

순간순간 갈등하는 나, 용감한 척 하는 나, 아는 척하는 나, 잘하는 척하는 나, 괜찮은 척하는 나, 친한 척하는 나, 뭐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모든 것이 "나"이며 나는 그런 나를 잘 알아야 한다. 지금 내가 아는 나 말고도 내가 모르는 내가 더 있을 것이다 분명. 내가 나를 더 많이 알 수록 나는 오롯이 나로서 더 잘 살아 나갈 수 있다.

 

어떤 것이 약한지, 어떤 것이 강한지, 어떤 것을 잘하는지, 어떤 것을 못하는지, 어떤 것이 두려운지, 어떤 것을 극복할 수 있는지, 나를 더 많이 알수록 나는 더 단단해지고 내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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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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