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를 온전히 돌보는 '마음챙김'에 관한 소고(小考) [사람]

- (2) 나에게 쓰는 편지
글 입력 2021.07.26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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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신 : 남들보다 더 무거웠던 과거의 너에게

 

어릴 때부터 나도 모르는 이유로 계속됐던 '나를 해치는 먹임' 때문에 얼마나 힘들고 괴로웠니. 그리고 그 시간 동안 네 나름의 삶을 살아내면서도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수 없는 고민이 얼마나 많았겠니. 또래들처럼 한창 유쾌하고 발랄하게 예쁜 유년시절을 보내야 했을 시기. 신체적인 열등감으로 인해 네 모습을 온전히 보이지 못하고 움츠러들어 너만의 모습을 숨기는 데만 급급했지 않았니.


"다 안다. 네가 그 모습과 그 마음을 서른다섯이 된 지금의 내가 다 안다."


신체검사하고 나면 항상 따로 양호실에 불려가 혈압을 측정하고 채혈을 해야만 했었지. 넌 혈압을 재기 위해서는 자동 측정기로는 불가능했어. 그래서 항상 수동으로 재야만 했지. 그리고 채혈하기 위해 혈관을 찾는 과정에서는 그것 또한 쉽지 않았다. 그래서 너에겐 항상 제일 경험이 많은 간호사 선생님이 배정되었지. 이러한 과정을 평생 수십 번 이상 반복하다 보니 어느샌가 스스로 VIP가 다 되었다는 생각을 했어. 기계로는 측정하지 못하는 나의 몸. 그래서 네 주변엔 항상 '사람'이 있었어.

 

이렇게 부끄럽고 곤란한 상황일지라도 웃으면서 위로를 건네는 분들이 계셔서 너는 행복했어. 그렇지? 그래서 요즘은 헌혈하러 갈 때면 간호사 선생님께 먼저 웃으며 말씀드리곤 해. "제 혈관이 낯을 많이 가려요. 많이 수줍어해서 어지간한 손 감각으로 찾기는 상당히 어려울 거예요."라고 말이다. 이제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음 치며 말하는 얼굴이지만, 여전히 속으로는 까다로운 너의 몸을 대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이 한가득한 것도 나는 알고 있어. 여전히 너는 부족한 자신에게 도움을 주었던 사람들에게 늘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는 너라는 것을 아니까.


그것뿐이 아니었을 거야. 외형적으로도 몸이 과도하게 비대해지고 상했으니까. 중학교 때부터 온몸 구석구석 튼살이 생기며 몸이 아팠지. 굉장히 가렵고 쓰라려서 괴로웠어. 왜 그때는 아프다고 이야기를 못 했을까? 말이란 것을 그냥 툭 뱉으면 그것으로 그만인 것인데 말이야. 지금 짐작하건대 아마 스스로 모습을 인정하기 어려웠을 거야. 내가 이렇다는 것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었겠지. 이제는 다 안다. 너의 힘들었던 모습을 말야.


성인이 되었을 때, 언젠가 한 번 편도선 염증으로 인한 고열이 생긴 적이 있었지. 그때는 응급실에 가서 수액을 맞아야 했었어. 간호사 선생님은 혈관이 가늘어 주사를 놓을 부위가 없다고 하셨지 발등에 겨우 놓고 증상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2012년 11월, 사고로 무릎을 다쳤을 때, 긴급하게 MRI를 촬영해 정밀 검사를 받아봐야 했었지. 그런데 검사 시작 전 무릎 부위 고정 장치를 하는 과정에서 허벅지가 너무 두꺼워 고정할 수 없었었지. 긴급한 상황임에도 검사를 못 할 뻔했어. 우여곡절 끝에 검사를 무사히 마치고 나서야 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어. 무릎 인대가 파열되었다는 진단을 받기도 전에 말이야.


어릴 때부터 고등학교 때, 아니 그 이후 성인기에 접어들었을 때까지도 넌 스트레스를 받으면 먹는 것으로 풀었어. 특히 때때로 잠자리에 누워 공허하고 불안한 마음이 들면 먹는 것을 찾곤 했지. 특별히 뭔가를 먹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어. 생라면을 잘게 부순 조각에 수프를 뿌린 것을 흔들어 먹기도 하고, 달달한 사탕과 초콜릿 과자들을 먹기도 했다. 가족 모두가 잠든 밤이면 슬그머니 나와 냉장고를 뒤져 반찬을 먹기도 했고, 심지어 분유 맛이 느껴지는 커피 크림을 숟가락으로 마구 퍼먹기도 했다. 그래서 항상 너의 방, 특히 침대 옆자리에는 라면과 과자봉지, 사탕 껍질이 구석에 박혀 늘 함께 생활하곤 했었다.

 

그 흔적을 발견하는 아빠와 엄마의 마음은 어떠셨을까 지금에서야 겨우 헤아리게 되었어. 그런 밤을 지나 다음날이 되면 어김없이 손과 얼굴이 부었고 피부에도 이상이 생겼다. 일과 중에는 소화가 되지 않아 화장실에 달려가 게워내곤 했었지. 그마저도 들킬까 염려되어 마음이 편하지도 못했어. 내가 먹고 싶어서 먹었던 것은 아닌데 혼날까 봐서. 이런 과정 속 일반적인 하루 세 끼 식사 때도 입맛이 없었을 테니 충분한 영양소를 섭취하기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을 거야. 당연히 몸이 건강해질 수가 없었겠지.


"이제는 다 알 수 있다. 나는 다 안다. 네가 얼마나 마음이 힘들었는지, 왜 힘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그나마 먹는 것으로 해소하려고 몸부림쳤는지를." 이제 한 뼘 더 성장한 지금의 내가 과거의 너를 온전히 안아줄게.

 

일시적으로 마음은 편해졌겠지만, 그만큼 너의 몸은 많이 힘들었을 거야. 이 편지로 과거의 나를 위로하고 다독인다. 이제는 어느 하나만 돌보는 것보다 내 몸과 마음을 모두 챙기려고 해. 그래서 좀 더 은미다운 모습이 되고 싶다. 그래서 네가 좋아하는 현재의 사람들, 그리고 앞으로 만날 사람들과 모두 즐겁고 오래오래 함께하기를 간절히 희망하기 때문이야.


어디서나 더 컸던 나의 몸, 그러나 그만큼 숨겨진 보물이 가득했던 나의 몸. 이제는 내가 안아줄게. 많이 사랑해 은미야. 이제는 네가 제일 사랑하는 예쁜 원피스와 청바지를 마음껏 입으렴. 그래서 좀 더 가벼운 발걸음으로 주저함이 없이 네 보물같은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기를 바라.


※ 발신 : 숨겨진 나만의 보물을 발견해낸 현재의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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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대학교 1학년 때 모습


 

다음 기고 글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권은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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