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마음의 검은색 [사람]

글 입력 2021.07.2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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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동안 글감을 발견하고 매주 목요일마다 20줄 이상의 글을 적고 친구들과 공유하는 활동을 잠깐 했었다. 이 활동의 취지는 각자가 느낀 감정을 글로 쓰고 나누며 비슷하지만 다른 우리를 이해하고 자신을 다듬어가는 시간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 활동을 하면서 일주일 동안 소재를 발견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오늘은 또 어떤 글을 적지?’ 이 말을 계속해서 되뇌며 노트북 앞에 앉은 시간이 하염없이 흘러야 겨우 글을 쓸 수 있었다. 그래서 ‘글쓰기 좋은 질문 642’라는 책의 도움을 받기 시작했다. 무작위로 숫자를 선정해 책에서 그 번호에 맞는 주제로 글을 작성했다.

 

하지만 각자 사색의 시간이 다르기에 또, 긴 글을 적는 게 익숙지 않아 프로젝트는 기약이 없는 휴식을 맞이하게 되었다. 휴식을 맞이하기 전 마지막으로 뽑았던 주제지만 결국은 적지 못하고 접어놓은 그것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엿 먹어라!


 

주제는 이 네 글자였다. 이 말을 보고 삶을 살면서 내게 부정적인 감정을 주었던 사람들을 떠올려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말도 되게 낯설었다. 워낙 욕을 입 밖으로 내뱉지 않으며 욕은 많이 들어봤지만 ‘엿 먹어’는 들어본 적이 없기에 우리나라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속어인 것 같기도 했다.

 

나에겐 욕은 양가적인 태도를 가지게 하는 말이다. 사람들이 표현할 말이 그 단어밖에 없어 때론 큰 공감을 하면서도 무분별한 비속어 사용은 약간의 반감을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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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검게 만드는


 

생각해 보면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좋은 것만 보고 살기에는 내 인생이 너무도 짧다. 그런 사람들을, 혹은 상황들을 일일이 기억해서 나를 괴롭혀야 하는 걸까 하는 마음에 재처럼 날려버린다. 그래서 처음에 이 주제를 보았을 때 특정한 인물이 떠오르지 않았다. 검은 색채보다는 ‘안 보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더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불행을 기원하기보다는 그저 무신경한 마음을 갖는 것이다. 이런 행위는 결국 일종의 자기 보호일지도 모른다. 직접 마주하기보다는 묻어두고 계속 괜찮다고 말하는 것. 색을 다루는 방법은 각자 다르기에 각자만의 방법으로 토닥이는 것.

 

*

 

나를 검게 만든 사람에게 단 한순간도 마음의 시간을 허락하지 말자.

나를 더 안아주자.

 

 

[황수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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