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지금 바로 클래식이 듣고 싶어졌다 - 클래식은 처음이라

글 입력 2021.07.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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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은 처음이라 앞표지 (최종).jpg

 

 

클래식. 익숙하면서도 생소한 장르이다. 우리는 수많은 클래식에 노출되어 있지만, 찾아서 듣는 경우는 별로 없다. 나 또한 가끔 클래식을 들을 뿐, 좋아하지는 않았다. 일단, ‘클래식’이라는 장르에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했고, 언어가 배제된 기악곡의 경우 특히 그러했다. 성악곡의 경우 외국어로 되어있다 보니, 직접적인 느낌이 잘 오지 않아 상대적으로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클래식에서는 음표가 언어였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 책을 펼쳤을 때, 나는 당장 클래식을 듣고 싶어졌다. 그리고 말러의 음악을 재생했다. 그만큼, 이 책에서 묘사된 클래식은 매력적이었다. 저자는 한 명의 작곡가의 인생 전반과 그의 음악을 연결 지어 설명하면서, 그 속에서의 특징을 뽑아내고 있다.


이 책은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쇼팽, 슈만, 리스트, 차이콥스키, 말러, 드뷔시, 피아졸라 10명의 작곡가를 설명하고 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3명의 작곡가를 소개하려 한다.

 

 

 

#1.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


 

 

 

목차를 본 뒤, 가장 먼저 내 눈길이 향했던 곳은 ‘차이콥스키’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이 차이콥스키의 음악이기 때문이다. 그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그래서 집중이 안 되는 시점이면 난 거의 항상 차이콥스키의 음악을 듣는다.


 

“생전에 차이콥스키는 스스로를 믿지 못했습니다. 누군가가 자기 작품을 혹평하거나 관객의 반응이 차가우면 미칠 듯한 우울감에 빠졌으며, 초연 후 스스로 느끼기에 음악이 형편없었다고 여겨지면 악보를 바로 없애버리기도 했습니다.” (p.241)

 

 

차이콥스키가 예민한 사람이었고, 삶 전반에 걸쳐 자기 의심, 걱정 그리고 고통에 끊임없이 시달렸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 그는 동성애자였고, 우울했던 사람이었다. 그의 음악의 영감은 불안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음악은 나에게는 불안감을 잠재워주는 음악이다. 그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기 때문일까.

 

그의 인생을 보면서, 그에게 동정의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나 또한 그처럼 항상 나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는 사람이고,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순간순간 나 자신의 능력에 대해 끊임없이 회의하며, 어떻게 해야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한다.

 

 

 

#2. 구스타프 말러


 

 

“그는 음악이라는 도구를 빌려 세상에 전하고자 했던 말이 참 많았습니다. 그는 자신이 세상에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뚝심을 가지고 전달한 음악가입니다.” (p.248)

 

 

말러는 항상 “언젠가 나의 시대가 올 것이다”이라고 믿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음악에 확고한 확신이 있었으며, 자신의 세계를 섬세하게 음악이라는 언어를 통해 표현하고자 했다. 그의 음악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 (1) 강렬한 음악적 표현, (2) 다양한 감정 (3) 드라마틱한 삶 속에서 이뤄낸 인간 승리의 대서사 (4) 음악을 인생으로 표현함이 그것이라고 한다.

 

 

“말러에게 음악은 자신의 삶 그 자체였고, 그의 삶은 재연되는 음악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51년의 생애를 사는 동안 삶과 죽음의 문제에 깊이 천착했던 말러에게 교향곡은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에 대한 음악적 답이었습니다.” (p.265)

 


그의 삶을 알고, 음악에 대한 그의 확고한 가치관을 알게 되자, 당장 그의 음악이 듣고 싶어졌다. 아직 나는 악보를 분석함으로써 그가 담고자 한 것을 스스로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은 없다. 화성학에 대한 공부를 해서 하루빨리 그의 음악에 대해 분석하고 싶어졌다.

 

 

 

 

그의 음악 중 <교향곡 제9번 D장조>을 들으면서 든 생각이다. 처음부터 중간까지는 혼란스러워서 미칠 것 같다가 어느 순간 그 혼란이 멈추고 스타카토 형식을 띠면서 음이 경쾌해진다. 하지만 순간순간의 불안한 음들이 연주되면서 그 경쾌함과 앞에 있었던 불안감이 합쳐진다. 그러고 나서 경쾌함과 불안감이 서로 힘겨루기를 한다. 내가 느낀 <교향곡 제9번 D장조>의 인상이 이러하다.

 

찾아보니, 이 음악은 기존에는 ‘이별’이라는 주제로 분류되어 왔지만, 최근에는 라 그랑쥬는 “인간으로서는 피할 수 없는 숙명에 대한 명상”이라고 이 곡을 해석했다고 한다. 그의 해석처럼 이 곡을 들으면, 우리의 인생의 흐름을 표현한 음악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멜로디의 전개가 희로애락이 공존하고, 롤러코스터를 타듯 기쁨과 좌절을 왔다 갔다 하는 우리네 인생과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 멜로디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우리 인생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우리의 인생이 앞을 알 수 없기 때문에 가치 있고, 살아갈 의미가 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이 말이다.

 

 

 

#3. 루트비히 판 베토벤


 

 

“생전에 베토벤은 수많은 것들의 부재로 인해 결핍된 삶을 살았습니다. … 오늘날 우리는 베토벤을 가리켜 ‘불멸의 영웅’으로 부르곤 합니다. 타고난 결핍을 후천적인 노력으로 승화시켰기 때문입니다. .. 자신에게 닥친 엄청난 시련과 불행을 가장 자기다운 장점으로 바꿔놓은 사람. 삶이란 끝날 때까지 끝나는 것이 아님을 자신의 온 생을 다해 알려주는 사람.” (pp.95-96)

 

“자신에 대한 믿음과 자기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있었던 베토벤은 타인의 시선과 판단에 신경 쓰지 않고 자기 앞에 놓인 인생의 과제들을 하나하나 헤치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갔습니다." (pp.106-107)

 


베토벤이 청각을 상실했던 작곡가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실뿐, 그에 대해 더 알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베토벤의 인생에 대해 읽으면서 그가 얼마나 수많은 눈물을 흘렸을지, 그리고 절대 포기하지 않는 그의 강인함에 존경을 표하게 되었다. 그는 전생에 걸쳐 자신에게 부족했던 모든 것들을 자신의 힘으로 채웠다고 한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노력’과 ‘의지’만으로 자신이 동경하던 천재, 모차르트를 넘어선 인물이었다.

 

저자는 베토벤을 ‘모차르트가 되고 싶었지만 그렇지 않게 태어난 아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베토벤의 삶을 보면서, 나와 비슷한 사람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그의 노력과 의지에 비해 나의 노력과 의지는 한참 못 미치지만 말이다.

 

나도 그처럼 ‘운이 좋은 사람’, ‘천재인 사람’들을 항상 동경하며 살아왔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한 번에 얻은 적이 거의 없는 사람이다. 남들은 1번이면 될 때, 나는 2-3번을,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만 내가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었다. 이는 내가 항상 원했던 목표는 더 높은 것이었고, 그 목표의 수준에 비해 나의 능력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수많은 좌절을 했고, 실패를 했다.

 

하지만, 나는 끝내 내가 원하는 것을 성취해냈다. 베토벤처럼 극한 상황은 아니지만, 베토벤이 했던 것처럼, 꿋꿋이 묵묵하게 노력하는 인생을 살고 싶다. 니체가 말했듯이, ‘생동하는 힘의 의지’만 있다면 못할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이 이성도 감정도 아닌, ‘의지’라고 생각한다. 의지를 잃어버리는 순간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의지로서만이 인간은 행동하고, 성장해 나가기 때문이다.

 

*

 

이 책의 본문이 시작하기 전, 읽었던 저자의 말이 무척 인상 깊었다.

 

 

“음악으로써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

 

“클래식은 희로애락애오욕을 비롯한 세상의 모든 감정 변화를 다양한 화법으로 표현합니다. 하나의 곡 안에서도 다양한 변주가 일어나고, 같은 곡이라도 연주하는 악기나 연주자에 따라 곡의 느낌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클래식은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고 표현하도록 용기를 주고, 다양함을 음미하는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그러한 음악적 선호가 ‘나’라는 사람과 일치하는지, 더 나아가 나는 어떤 악기를 좋아하고, 그 또한 나의 성향(성격)과 맞닿아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예전에 비올리스트 장윤선님을 인터뷰하는 자리에 참석하게 된 적이 있는데, 그 당시 장윤선님께서 자신의 성격에 따라 선택하는 악기가 달라진다고 말씀하셨던 것이 기억났기 때문이다.

 

나는 서정적인 음악보다 역동적인 음악을 좋아하고, 잔잔한 음악보다는 웅장한 음악을 좋아한다. 그래서 뮤지컬 같은 경우에도 서정적인 음악으로 이루어지고, 잔잔한 내용인 뮤지컬보다 역동적인 음악과 파국으로 치닫는 극을 좋아한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과 <엘리자벳>은 내가 가장 애정 하는 작품이다. 물론, 이러한 이유로 내가 이 극을 좋아하는 이유를 단언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나는 잔잔히 흘러가는 일상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 자꾸 일을 만들어내고, 하루하루가 새로웠으면 좋겠다. 가끔은 일요일 저녁에 잠을 잘 못 자는 경우도 있는데, 월요일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 펼쳐질지 말이다. 그리고 나는 끊임없이 성장하고 싶다. 그래서 항상 자기반성과 회의를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힘든 일을 자처하고, 힘든 일을 통해 나를 극한으로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참, 쓰고 보니 힘듦을 자처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도전하지 않는 것은 내게 죽음이다. 나는 끊임없이 도전하고, 새로운 것들을 향하는 삶을 살고 싶다.

 

비교적 최근에 안 사실인데, 나는 악기 중에 바이올린을 가장 좋아하는 것 같다. 공부를 하면서 바이올린 4중주 음악을 들은 적이 있는데, 마음도 편해지고 집중력도 올라가서 정말 하기 싫은 일이었는데 불구하고 잘 마칠 수 있었다. 바이올리니스트들의 대부분 성격 특징은 예민하고, 조심스럽고, 사려 깊음 등이라고 한다. 완벽히 일치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어느 정도는 맞다. 나는 무척 예민한 사람이고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그리고 도전을 하지만, 사실 겁이 많은 사람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읽고 나서 ‘음악 심리학’이라는 분야가 궁금해졌다. 음악의 성향으로 그 사람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뿐만 아니라 뮤지컬 배우/작곡가/연출가들의 특징도 저자가 시도한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도해보고 싶어졌다.

 

 

나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 시간을 만들어준 이 책, 소중한 경험이었다.

 

 


컬쳐리스트 김소정 명함.jpg

 

 

[김소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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