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뉴욕, 스틸 러브 유 [여행]

다시 만날 그날까지
글 입력 2021.07.13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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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느 정도 계획을 세우고 여행을 다니는 것을 좋아하지만 가끔 스쳐 지나가듯이 한 말로 시작된 여행도 그 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플로리다 일주일 여행도 언제 다시 오게 될지 모르는 미국에 와서 뉴욕에만 있기에는 아쉽지 않냐는 스쳐 지나가는 말에서부터 시작됐고 잊지 못할 추억이 됐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뉴왁 공항에서 약 3시간 정도 걸려 올랜도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평일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미키마우스 머리띠, 풍선 등 테마파크 기념품들을 잔뜩 들고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떠나면서도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덩달아 설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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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랜도 유니버셜 스튜디오

 

 

올랜도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일본에 있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비슷한 포맷에 콘셉트만 약간씩 달라 (미국 특성이 잘 드러나는 심슨 어트랙션, 토크쇼 MC인 지미 팰런과 함께 뉴욕을 둘러보는 어트랙션 등) 크게 다른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해리포터 어트랙션을 통해 올랜도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스케일이 확실히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일본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해리 포터의 주 무대인 호그와트와 바로 연결되어 있지만 올랜도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해리, 론, 헤르미온느가 방학을 보내고 다시 학교로 돌아올 때 탔던 기차를 타고 이동한다. 이때 기차 창문이 스크린으로 되어있어서 실루엣으로 삼총사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 디멘터를 무찌르는 장면을 실감 나게 구현해 이동하는 동안 설렘을 증폭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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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크로스 승강장

 

 

규모가 커서 그런지 사람들이 분산돼서 타이밍이 잘 맞아떨어지면 줄을 서지 않고 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 일본에서는 한참을 줄을 서서 들어갔던 어트랙션도 운 좋게 바로 탑승할 수 있었다. (당연히 사람이 많을 거라 생각하고 리미티드 익스프레스 티켓을 산 게 후회될 정도로.)

 

폐장까지 있으면서 분명히 볼 만큼 봤고 탈만큼 탔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들이 쓴 후기를 보니 너무 새로웠다. 찾아보니 올랜도 유니버설 스튜디오에만 있다는 해리포터 다이애건 앨리는 아예 가지도 않았다는 걸 알게 됐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이 다시 가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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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는 길에 본 하드락 카페

 

 

이 많은 사람들이 다 어디서 나온 걸까. 폐장시간이 되고 우르르 나오는 사람들에 밀려 정신 차려보니 일행과 찢어져 나 혼자 덩그러니 서있었다. 무슨 생각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만날 수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여유롭게 주변을 구경하면서 일행을 기다렸다.




디즈니월드 매직킹덤



올랜도 디즈니월드는 매직킹덤, 앱콧센터, 애니멀킹덤, 할리우드 스튜디오 네 개의 파크로 구성돼있다. 이 네 파크를 다 가려면 일주일도 짧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넓은 규모를 자랑하는 디즈니월드에서 우리는 메인 파크인 매직킹덤만 가기로 했다.

 

모노레일을 타고 한참을 들어가서 도착한 매직킹덤. 개장에 맞춰 들어가서 폐장까지 있었지만 놀이기구를 다 타지도 못했을뿐더러 구경조차 다 하지 못한 것 같다. 이런 파크가 3개가 더 있다니. 왜 디즈니랜드가 아니라 디즈니‘월드’라고 하는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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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월드 매직킹덤 신데렐라 성

 

 

전 세계에 있는 디즈니랜드 중에서 유일하게 디즈니의 상징인 신데렐라 성이 있는 매직킹덤은 밤에 더 빛을 발한다. 퍼레이드가 시작하기 전부터 엄청난 폭죽을 터뜨리며 시선을 끄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놀이기구를 타던 우리도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돌리게 만들었다.

 

이미 성 주변을 가득 메운 사람들 사이로 자리를 잡고 구경하다가 퍼레이드가 끝나고 돌아가는 사람들 뒤로 살짝 빠져 여유롭게 게이트로 향했다. 그때 한 히스패닉 가족이 사진을 찍어달라 부탁해서 여러 각도로 열심히 찍어줬다. 결과물을 보고 만족한다는 듯이 좋아하는 가족들은 우리도 찍어주겠다며 휴대폰을 가져갔다. ... 결과물은 어찌 됐든 서로 즐거웠으면 만족한다.


나가면서 들리는 여러 언어 사이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테마파크는 놀이기구가 재밌는 것도 있지만 있을 때만큼은 걱정 근심 없이 현실에서 벗어나 마냥 웃을 수 있다는 점이 언제나 매력적이다.

 

놀이공원 내부에 있는 식당에서 파는 음식이 맛없는 건 만국 공통인가 보다. 그중에서도 디즈니랜드 음식이 제일 맛이 없었다. (귀여운 미키마우스 트레이에 나왔지만 사진도 안 찍었다.) 여기서 부리토를 먹은 이후에 한국에 와서 쳐다도 안 볼 정도니.

 

 

 

인생 놀이기구를 만난 곳, 씨월드


 

솔직히 말하자면 씨월드는 별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쿠아리움 정도라고 생각했던 예상과 달리 우리가 간 세 테마파크 중 제일 재밌게 놀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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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는 아무 생각 없이 관람했던 바다코끼리 쇼 (지금은 안타깝게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놀이기구를 타는 데 너무 열중해서 씨월드의 하이라이트인 범고래 쇼를 놓치고 말았다. 어쩐지 놀이기구에 줄이 없더라니 다들 범고래 쇼를 보러 갔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펭귄, 바다코끼리 등 다른 곳에서 볼 수 있는 동물들만 보고 범고래 쇼를 놓쳤다는 마음에 당시에는 아쉬웠지만 지금은 ‘쇼’에 이용되고 있는 동물들이 안타깝다는 마음이 더 커서 후회되지는 않는다. 씨월드에서는 배만 채우고 바로 놀이기구를 타러 가기 바빠서 찍어놓은 사진이 거의 없다는 게 아쉬울 뿐이다.

 

다른 곳처럼 테마파크 안에 또 테마파크가 있고, 그 테마파크를 이용하려면 따로 돈을 지불해야 하는 복잡한 시스템이 싫다면 씨월드에 가보는 걸 추천한다.

 

플로리다에 간 건 봄이라기에는 조금 이른 2월쯤이었지만 후드집업 하나만 걸쳐도 버틸 수 있을 만큼 화창하고 온난해서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날씨였다. 미드 굿 플레이스에 제이슨이라는 캐릭터가 나온다. 어딘가 나사 하나 풀린 듯한 낙천적인 성격인데, 이 캐릭터가 플로리다 출신이다. 다들 플로리다 출신이라는 말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반응하는데, 올랜도에 갔다 와보니 제이슨 성격이 왜 그런지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급하게 계획한 여행답게 갈 곳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얻지 못해서인지 플로리다 여행은 재밌었지만 아쉬움 또한 가득 남은 채 뉴욕으로 돌아왔다.

 

 


아메리칸 드림, 자유의 여신상


 

스테튼 아일랜드로 통근하는 사람들을 위한 페리는 무료지만 정말 면봉만 하게 자유의 여신상을 볼 수 있었고, 유료 페리는 자유의 여신상을 가까이서 볼 수 있지만 1인당 18달러 정도 들어 볼까 말까 정말 많이 고민했다. 그래도 뉴욕의 상징인데 안 보고 갈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이왕이면 가까이서 보자 싶어 유료 페리를 타기로 했다.

 

미리 블로그에서 찾은 정보대로 페리 선착장이 제일 가까운 배터리 파크역에 내려 길을 따라 걸었다. (이뿐만 아니라 뉴욕 여행 계획을 세우며 블로그, 카페의 도움을 굉장히 많이 받았는데, 정보들을 세세하게 공유해 주는 그 부지런함에 존경심이 들었다.)

 

페리 선착장 앞에 마카다미아, 땅콩을 설탕에 졸여 파는 노점이 있었는데 냄새에 이끌려 페리를 기다리는 동안 야금야금 먹었다. 냄새를 맡고 온 건지 갈매기 한 마리가 애처롭게 바라보길래 몇 개 던져줬더니 좀 있다 친구들을 몽땅 데리고 왔다. 무서워서 뛰어 도망가는데 울음소리를 내며 계속 따라오던 갈매기... 다른 관광객이 도와줘서 그제서야 안심했던 기억이 난다. 예전에 우리나라 원앙이 센트럴파크에서 귀여움 받았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갈매기를 보니 왜 그랬는지 알 것 같았다. 미국 갈매기는 갈매기가 아니라 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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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에서 찍은 자유의 여신상

 

 

자유의 여신상을 보러 가는 날은 우리가 여행하는 동안 가장 추운 날이었다. 빌딩 숲 사이로 걸을 때도 뺨이 찢기는 것 같은 칼바람이었는데 페리를 타니 얼굴에 감각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렇게 자유의 여신상 앞에 도착해서 대충 사진 몇 장을 찍고 너무 추워서 사지도 않을 기념품 샵에 들러 다음 페리가 올 때까지 몸을 녹였다.

 

다시 되돌아올 때는 엘리스 섬의 이민박물관을 거쳐 배터리 파크로 왔는데 너무 춥고 배고팠던 우리는 이민박물관은 가지 않았다. 후에 들은 말로는 이민박물관이 볼거리가 꽤 있고 재밌다고... 그런데 당시 우리는 밀려오는 감기 기운에 빨리 할머니 댁에 가서 따뜻한 밥을 먹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다.



 

브루클린 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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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밤. 브루클린 브리지


 

뉴욕에서의 마지막 날은 브루클린 브리지를 보기로 했다. 이날 전에도 요즘 뜬다는(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윌리엄스버그를 둘러보긴 했었지만, 이번에는 브루클린 덤보까지 가보고 싶어 다시 찾았다.

 

마지막 날이라 그동안의 체력이 고갈됐는지 한참을 뭉그적 거리다가 오후 늦게 브루클린으로 출발했다. 블로그 후기에서 브루클린은 저녁에 돌아다니지 말라는 걸 봤지만 갓 성인이 돼서 무서울 게 하나 없었는지 나름 잘 돌아다녔다. 브루클린 브리지 바로 앞에 있는 회전목마도 타고 현지인이 길을 가르쳐 달라 길래 길도 가르쳐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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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 브리지에서 탄 회전목마

 

 

사실 우리의 목적은 브루클린 아이스크림 팩토리에 가는 것이었다. 비가 와서인지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손님은 우리 밖에 없어 민망할 정도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이스크림은 특별할 것 없었지만 브루클린 브릿지라는 풍경만으로 백 점 아닐까. (우리는 날씨가 안 좋아서 실내에서 먹었지만)


이렇게 여행기를 쓰고 보니 뉴욕에서 몇 군 데 안 가본 것처럼 보이지만 첼시 마켓, 자연사 박물관, 소호 등 대표적인 관광지는 대부분 다 가봤다. 여행기가 더 이상 늘어지면 안 될 것 같아 가장 기억에 남는 곳만 추려서 썼다. (음식 이야기가 없는 이유는 할머니가 해주신 음식이 미슐랭 쓰리 스타라고 우리끼리 장난 반 진담 반으로 얘기할 정도로 현지 음식이 우리 입맛에 잘 안 맞았기 때문이다.)

 

뉴욕에서 한 달간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나는 상사병에 걸린 것 마냥 시름시름 앓았다. 뉴욕에 갔다 온 지 3년이 지나가고 있지만 갤러리에서 뉴욕 여행 사진을 발견하면 그때 있었던 일들, 날씨까지 다 생생하게 기억난다.

 

내가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준 뉴욕과 어떻게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 다시 가게 될 날을 기다리며, 뉴욕 아이 러브 유!

 

 

[신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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