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특별한 이야기가 없어도 우리는 웃을 수 있다. [영화]

영화 <우드잡>
글 입력 2021.07.13 12:08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0


 

[크기변환]다운로드 (3).jpg

  

 

유키는 게시판에 붙은 대학 합격 명단을 멍하니 바라본다.

 

주변엔 새로 시작될 미래를 기대하는 환호성이 가득하다. 하지만 시험에 떨어진 유키는 그 틈에 섞이지 못한다. 여자친구에게 내년에는 꼭 붙을 거라며 너스레를 떨어 보지만, 그녀마저 유키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유키는 산림 연수생을 뽑는다는 포스터를 보게 된다. 포스터 속 모델이 마음에 들었던 유키는 자세한 내용을 읽어 보지도 않은 채 회사에 지원한다.

   

 

 

#1


 

[크기변환]99F5E133598A547E1C.jpg

 

 

유키는 기차를 타고 교육 장소로 이동한다. 핸드폰도 터지지 않고 주변에 살모사가 아무렇지 않게 존재할 만큼 깊은 산속이다. 수업 첫날 유키는 포스터 속 모델은 어디에 있냐고 질문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그녀가 이곳에 없다는 것이었다.

 

오로지 포스터 속 모델을 만나기 위해 이곳에 온 유키는 연수원 교육과정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결국, 유키는 야밤을 틈타 연수원을 탈출하기로 마음먹는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기차역까지 걸어가려는데, 오토바이 한 대가 유키 옆에 멈춰 선다. 기차역까지 태워주겠다는 말에 유키는 오토바이 뒷좌석에 앉는다.

 

기차역까지 태워준 사람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순간, 유키는 당황한다. 자신을 태워준 사람이 포스터 속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재미 삼아 온 거라면 빨리 집에 돌아가라 말한다. 경멸 어린 그녀의 말투에 유키는 화를 내며 포스터를 찢지만, 그녀의 사진이 있는 부분은 찢지 못한다.

 

유키는 기차를 타지 않고 찢어진 포스터를 손에 쥔 채 다시 교육 장소로 돌아간다.

 

 

 

#2


 

[크기변환]다운로드 (1).jpg


 

시간이 흘러, 교육과정을 수료한 유키는 1년 동안 나카무라 임업이 있는 가무사리 마을로 가게 된다. 교육을 받았던 장소보다 더 깊은 산골에 있는 마을에서, 매일 이른 시간에 일어나 고된 일과를 마치고 시체처럼 잠이 드는 일상을 보낸다.

 

견디다 못한 유키는 또다시 집으로 돌아가려 하지만, 마을에 포스터 속 그녀가 살고 있음을 알게 된 후 진지하게 임업에 매진한다. 일이 서툴러 작업반장 요키에게 혼나는 일이 반복되어도, 유키는 포기하지 않는다.

 

 

 

#3



[크기변환]Wood.Job.2014.1080p.BluRay.x264.DTS-WiKi.mkv_20210317_034640.844.jpg

 

 

어느 날 유키는 전 여자친구의 연락을 받게 된다.

 

그녀는 유키에게 자신의 동아리 친구들과 임업 생활을 견학하고 싶다고 말한다. 유키는 흔쾌히 이들을 초대한다. 견학을 마친 후 뒤풀이 자리에서, 그녀와 친구들은 산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비웃는다. 유키는 참지 못하고 화를 내며 이들을 쫓아낸다. 이를 계기로 마을 사람들은 유키를 어엿한 나무꾼으로 인정한다.

 

그렇게 유키는 완전한 산사람이 된다. 산에서 나온 음식을 즐겨 먹고, 다른 나무꾼들과 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돌아온다. 마을의 일원이 된 유키는 축제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비록 도시에서 온 유키에게 낯설고 괴상한 축제지만, 유키는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4


 

1년이 지나, 유키는 도시로 돌아가게 된다. 기차역에서 마을 사람들과 아쉬운 작별 인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유키는 되려 도시를 낯설게 받아들인다.

 

집으로 가는 길에 유키는 나무로 집을 짓는 현장을 보고 걸음을 멈춘다. 그곳에서 나무 냄새를 맡고 유키는 자신이 있을 곳이 도시가 아님을 깨닫는다. 마을 사람들에게 받은 뱀술을 집 앞에 놓는 것으로 부모님께 안부를 전한 뒤, 유키는 다시 기차에 오른다.

 

산으로 돌아가는 유키의 미소 띤 얼굴을 보여주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크기변환]다운로드 (2).jpg

 

 

 

#5


 

힐링을 말할 때일수록 기술이 필요하다. 힐링 영화는 자극적인 서사가 없이 전개되기 때문에, 자칫하면 지루한 이야기가 되기 쉽다. 하지만 야구치 시노부 감독의 <우드잡>은 지루하지 않게 관객을 치유하는 노련함이 돋보이는 영화이다.

 

어리숙하고 진중하지 못한 유키가 포스터 속 모델이 예쁘다는 이유로 임업에 뛰어들면서 시작된 이야기는, 로맨스에 치중하지도 산에서 생활하는 나무꾼의 행복함을 강요하지도 않으며 전개된다. 관객들은 그저 유키에게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을 지켜볼 뿐이다.

 

소소한 일상들이 지루하지 않게 다가오는 이유는 매력적인 캐릭터들 덕분이다. 산에 대해 진지한 작업반장 요키와 한없이 순수한 마을 사람들의 모습은,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신선한 사람의 향기를 느끼게 한다. 이들 사이에서 서서히 변해가는 유키의 모습도 영화의 매력 중 하나이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간 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를 좋아하지만, 때로는 이유 모를 웃음이 나오는 영화가 그립다. <우드잡>은 여러 번 보아도 늘 나에게 미소를 선물하는 영화이다.

 

잠시 생각을 비우고, 감독이 내미는 치유의 손길에 마음을 맡기면 어느새 미소 짓고 있는 자신을 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안균환.jpg

 

 

[안균환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4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