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이루지 못한 사랑이 한 줄의 시를 만들어 - 시가 인생을 가르쳐 준다

글 입력 2021.07.1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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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날은 그림을 그리고

쓸쓸한 날은 음악을 들었다.


그리고도 남은 날은

너를 생각해야만 했다.


나태주, 사는 법

 

 

나태주 시인의 짧은 시를 종종 읽는다.

 

표현이 직관적이어 읽기 편한데다가, 우리의 얕은 감정부터도 툭툭 건드릴 만큼 일상적인 소재여서 좋았다. 시인이 오랫동안 초등학교 교사로 지냈기 때문일까. 그의 어린아이 같이 맑은 마음씨가 좋고, 그의 저릿한 사랑 시는 꼭 청춘 같기도 하다. 가끔은 과장 섞인 낭만을 담은.

 

최근 방송에서 나태주 시인의 모습을 봤을 때, 예상보다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시인의 모습에 조금 놀랐다. 시인의 시는 종종 친구들이 하는 필사의 대상이 되기도 할 만큼 젊은 우리들의 마음을 자주 드나들기 때문이었다.

 

그의 인터뷰를 보다보니, 나이든 시인의 말들이 그의 천진난만한 시와 닮아있다. 시인은 인터뷰 내내 다정한 말들만 입에 담았다. 사람들의 마음에 담긴 예쁜 선의와 각자가 가진 아름다움을 유심히 보는 사람이다. 시인은 꼭 그의 시 풀꽃의 구절처럼 말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이 책의 머릿글에서 시인 나태주가 말했다. 시는 시인의 삶에서 나온다고, 그의 하루하루의 인생에서 나온다고. 시인들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좋은 느낌과 생각들을 시라는 짧고도 명료한 문장 형태로 남기었다고 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것을 읽으며 인생을 배운다고 말한다.

 

특히 시인 자신도 시에서 많은 것을 빚졌다고 했다. 책에는 시인 나태주가 살아가면서 쭉 빚져온 시들을 담고 있다. 시인의 인생을 빚어낸 시집의 묶음이다. 그리고 거기에다 시인의 생각을 덧붙이는 방식이다.

 

*

 

마음에 닿았던 시와 글 하나를 옮겼다. 시인의 의도와 감정을 그대로 담아내고 싶어 중략을 최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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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어지는 나태주 시인의 덧붙임 글이다.

 

이적지 살아오면서 만난 사람들 가운데 가장 착하고 순한 사람 하나를 들라면 서슴없이 그 사람은 이준관 시인이다. (중략)

 

이런 사람의 글이니 동시든 성인 시든 선량하고 맑고 그윽하기 가을 하늘 같다. 시의 소재는 여름밤이고 그 여름밤의 별이다. 별 아래 아들과 아버지가 있다. 이 어찌나 평화로운 풍경인지. 아무렇게나 누구나 그런 풍경을 만들어내는 건 아니다. 마음이 선량하고 온유한 사람들에게만 허락되는 풍경이다. 이런 풍경 앞에 나는 한 번이라도 나의 자식들과 이런 풍경을 만들어본 일이 있는가 부끄러워진다. (중략)

 

나는 가끔 말한다. 강물이 홍수 져 흙탕물이 넘쳐나다가도 어느덧 맑아지고 고요해지는 건 강물 스스로 자정을 하기도 하지만 그 강물 어딘가에 맑은 물이 솟는 샘물이 숨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이런 아버지와 아들이 세상에 남아있는 한 세상은 결코 망하지 않을 것이란 것을 나는 믿는다.

 

시인은 사랑이 시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시는 사랑하는 이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으로부터 시작한다. 이루지 못했던 사랑이 한 줄의 시를 짓고, 잘 익어 깊어진 사랑이 또 한 줄의 시를 지어낸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광경이 그림처럼 그려지는, 시 여름밤과 그에 대한 덧붙임 글에도 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사랑이, 그들을 사랑스럽게 여기는 시인의 시선이 그대로 묻어있다. 이런 아버지와 아들이 있는 한 세상은 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인의 확신은 사랑에 대한 굳은 믿음이며, 동시에 세상에 대한 응원이기도 하다.

 

*

 

덩치 큰 이야기, 무거운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해요

조그만 이야기, 가벼운 이야기만 하기로 해요

아침에 일어나 낯선 새 한 마리가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든지

길을 가다 담장 너머 아이들 떠들며 노는 소리가 들려 잠시 발을 멈췄다든지

매미 소리가 하늘 속으로 강물을 만들며 흘러가는 것을 문득 느꼈다든지

그런 이야기들만 하기로 해요


남의 이야기, 세상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해요

우리들의 이야기, 서로의 이야기만 하기로 해요

지나간 밤 쉽게 잠이 오지 않아 애를 먹었다든지

하루 종일 보고픈 마음이 떠나지 않아 가슴이 뻐근했다든지

모처럼 개인 밤하늘 사이로 별 하나 찾아내어 숨겨놓은 소원을 빌었다든지

그런 이야기만 하기로 해요


실은 우리들 이야기만 하기에도 시간이 많지 않은 걸 우리는 잘 알아요

그래요, 우리 멀리 떨어져 살면서도

오래 헤어져 살면서도 스스로

행복해지기로 해요

그게 오늘의 약속이에요


오늘의 약속, 나태주

 

시인은 인생을 쓴다. 그래서 시에는 시인의 인생관이 담겨있다.

 

위의 시는 시인 나태주가 그의 시에 담고 싶은 말들이 무엇이었는지 말해준다. 그는 평소에도 종종 주변인들에게 시를 써 보낸다고 한다. 그래서 시인의 시에는 유독 ‘너’라는 단어가 많다. 그의 시에는 ‘너’라는 상대에 대한 애정과 그에게 전하고 싶은 일상의 소소한 아름다움이 있다.

 

그리고 시인 나태주가 그의 시와 인생을 만들어냈다고 언급한 그의 추천 시 125선에는 그가 소중히 여기고자 하는 것들이 녹아있다. 그곳에는 세상을 다정다감하게 바라보는 이의 시선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관계성이 있다. 그리고 또 그곳에는 남은 인생을 동행해줄 길잡이가 있기도 하다.

 

그것이 궁금한 이들에게, 또 위로와 힐링을 바라는 이들에게 이 시 모음집을 추천한다.

 


[신지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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