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다른 누구의 집도 아닌 "우리 집" [미술/전시]

《기후미술관: 우리 집의 생애》 전시 리뷰
글 입력 2021.07.1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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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에서는 지난 글에서 말한 내용과 관련이 있는 전시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번 글에서 소개하는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2021년 6월 8일부터 8월 8일까지 진행되는 기획전인 《기후미술관: 우리 집의 생애》입니다.

 

《기후미술관: 우리 집의 생애》는 살림집(인간이 사는 집), 지구의 생태계(모든 사물과 생명체의 집)는 모두 오이코스라는 같은 어원을 가진 우리의 집이라고 말합니다. 《기후미술관: 우리 집의 생애》는 이러한 우리의 집이 어떠한 위기에 처해있는지를 가감하게 드러내는 전시입니다.


《기후미술관》은 총 세 개의 집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집은 기후변화로 죽어가는 오이코스, 즉 지구의 생태계입니다. 지구의 생태계에서는 한라산에서 백두대간까지 집단 고사하는 침엽수. 서식지를 잃고 아사한 동물. 플라스틱으로 오염되는 바다. 홍수, 산불, 이상기온으로 이어지는 남극과 북극의 해빙, 에너지 사용이 급증하는 데이터 센터가 전시되는데 이들을 고사목과 박제 동물, 영상을 활용해 관객에게 제공합니다. 관객들은 이를 통해서 기후변화를 간접 체험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집은 앞에서 언급한 인간이 사는 집, 살림집입니다.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40%가 건설 산업에 기인하는 만큼 근대기 이후 우리나라의 살림집과 일상생활에 사용되는 사물의 생애주기를 현대기술과 결합해 보여줍니다.

 

세 번째 집은 벌, 새, 나비들의 생존을 돕는 집입니다. 미술관 옥상에 세워지는 는 전시 일정과 관람객의 유무와 별개로 새들이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기 시작하는 봄부터 야생벌들이 꽃가루를 모으고 월동 준비를 마치는 초가을까지 설치됩니다. 벌, 새, 나비들의 생활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관람객의 방문은 제한되며 미술관 마당에 준비된 망원경과 CCTV 화면으로 관람할 것이 권장됩니다.

 

앞에서 언급한 모든 집은 결국 사람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의 집입니다. 이런 세 개의 집은 작가, 활동가, 과학자들이 바다 사막화, 빙하 소실, 해수면 상승, 자원 착취, 폐기물 식민주의, 부동산 논리의 환경 폐해 등 생태 문명의 위기에 관해 이야기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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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미술관: 우리 집의 생애》의 가장 큰 특징은 《기후미술관》 전시장 자체에서부터 “절약 정신”이 드러난다는 점입니다. 《기후미술관》은 전시 해설을 기존의 전시장처럼 벽면에 새기지 않고 이면지에 잉크를 가장 절약할 수 있는 글씨체를 사용해 붙였습니다. 또한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 전시 작품 해제를 투명 필름지에 적어 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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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더불어 전시장 3에서는 작품을 새로운 탁자가 아닌 헌 탁자에 올려놓기, 노트북이나 책을 재사용하기 등을 통해서 《기후미술관》 전시 주제에 부합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실제로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의 《기후미술관: 우리 집의 생애》 설명에서도 “전시 그래픽, 전시 공간, 웹사이트에 이르기까지 임시 벽, 전시대, 페인트, 시트지, 인쇄물, 잉크까지, 폐기물과 에너지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이면지, 모듈형 벽체, 버려진 액자, 중고 노트북 등 재사용과 재활용을 원칙으로 하였다.”라고 나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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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미술관》의 두 번째 특징은 기술을 제대로 활용했다는 점입니다. 《기후미술관》 이전에 같은 공간에서 진행된 《이불: 시작》은 전시장 2에서 작가 이불의 퍼포먼스 영상을 관객에게 소개하는 데 영상기술을 이용했지만 어디까지나 작가 이불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위한 용도로 기술이 사용되었을 뿐 그 자체가 큰 역할을 했다고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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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기후미술관》은 영상기술과 웹사이트를 활용한 기술을 전시의 주요한 구성요소로 관객에게 선보입니다. 《기후미술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영상기술을 활용한 전시 작품은 <주택 유령: 1958-1983-2002>과 <지리=전쟁>입니다.

 

이 외에도 QR코드 인식을 통해서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사진과 같은 사이트가 나오는데 이 사이트는 우리나라의 자연환경에 영향을 미친 인간 활동의 연대기를 보여주는 거대한 아카이브 저장고입니다. 이 사이트에서 관객은 전시에서 가볍게 다루고 넘어간 내용을 다양한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서 깊이 있게 간접 경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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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미술관》을 감상하며 전시된 수많은 작품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지만,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두 작품을 골라보면 앞에서도 언급한 <주택 유령: 1958-1983-2002>과 <지리=전쟁>입니다.

 

먼저 <주택 유령: 1958-1983-2002>는 2021년에 제작된 4채널 비디오, 3D 컴퓨터 그래픽 애니메이션으로 4분가량의 영상 작품이고 김대천과 강난형의 합작입니다. 이 작품은 지난 70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세 개의 주택 유형을 입체적으로 모형화한 작품입니다.

 

작품에서는 주택(1958), 아파트(1983), 타워 팰리스(2002) 이렇게 총 3가지로 우리나라의 주택 유형을 보여줍니다. 주택별로 건물의 모형화를 영상으로 담았는데 어떠한 재료가 사용되고 어떠한 구조로 유형별의 주택이 구성되는지를 3D 컴퓨터 그래픽 애니메이션으로 드러내고 사람이 사라진 상황에서 집의 사물에 일시적으로 담긴 에너지를 선으로 나타냅니다.

 

이 작품이 인상 깊었던 이유는 인간이 사는 집을 “거주하는 공간”만이 “기후 위기의 요인”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작품이었기 때문입니다. <주택 유령: 1958-1983-2002>은 관객인 우리에게 “반세기 동안 집은 일정한 산업 조건 속에서 우리가 생산한 사물이자, 사람의 노동 매개물이며, 기후 위기의 동인이다.”라고 전합니다.


두 번째로 인상 깊었던 작품은 <지리=전쟁>입니다. 이 작품은 1991년 알프레도 야르의 라이트 박스 작품을 아크릴판에 컬러 슬라이드로 부착하고 그 밑에는 폐수가 가득 찬 드럼통을 설치해 폐수에 사진이 비추어 보이게 구성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이 인상 깊었던 가장 큰 이유는 폐수가 전시장에 전시되어 있다는 점도 놀라운데 폐수에 비치는 작품이 모두 각 설치된 드럼통 안의 폐수와 관계가 있는 작품이라는 점이 놀라웠기 때문입니다. 항상 말로만 들어오던 폐수의 심각성을 눈으로 본 느낌이 들어 처음으로 폐수를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일로 여길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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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말한 다양한 전시의 구성요소, 작품, 설명 말고도 전시에서 우리, 인류에게 전하고자 하는 말은 다채롭습니다. 특히 전시장 1과 전시장 2에서는 지구의 생태의 위험과 인간의 기술이 발전하며 행해 온 인간 활동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관객에게 집중적으로 소개한다면 전시장 3에서는 실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고 있는 수많은 종류의 플라스틱을 종류별로 소개하고 다양한 환경 예술과의 작품을 소개함과 동시에 우리가 받는 택배 상자에 상자를 만들기 위해 소모된 나무 사진을 붙여 전시한 작품도 관객에게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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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전시를 추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전 글에서 소개해 드린 개념이었던 “인류세”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전시를 단지 이전 글과 관련이 있어서 추천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후미술관: 우리 집의 생애》는 전시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우리 집”의 생애를 관객에게 선보이는 전시입니다. 이 전시는 지구를 다른 누구의 집도 아닌 “우리” 집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기후미술관: 우리 집의 생애》는 지구는 우리의 집이기 때문에 우리가 지켜야 하고 우리가 관심을 두어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킵니다. 또한 환경 문제에 대해서 오랜 시간 간접적으로 들어왔을 관객을 염두에 두고 보다 직접적인 경험을 할 수 있게끔 다양한 방식으로 작품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점점 갈수록 발전하고 더 빠르고 다양한 기술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면 기후 위기는 매 순간 급박해지며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기후변화 양상은 세계 평균의 약 2.5배의 속도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더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고 몇몇 전문가는 이미 지구는 돌아올 수 없는 선을 넘었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기후미술관: 우리 집의 생애》는 해결책이 아니라 현실을 보여줍니다. 전시에서는 그 어떠한 해결책도 제시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기후미술관》은 경제 체제, 제도, 기술, 의식의 변화를 가져오는 지속적인 활동의 한 꼭지로 시민의 3.5%가 동참할 때 근본적인 변화가 올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시민의 어느 쪽에 손을 들어주실 건가요? 전시를 감상하시고 스스로 결론을 내려보시는 건 어떨까요?

 

 

[이세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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