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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시 한 줄, 인생 하나 - 시가 인생을 가르쳐 준다 [도서]

by 김민지 에디터
2021.07.06 09:53

 

 

요 근래 들어, 막연히 시를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글자 하나가 나의 삶의 어떤 순간을 만지는 일은 오직 시를 통하여 가능한 일임을 알기에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무언가 함축적인 것을 통하여 울림을 얻고 싶었다.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생각한다.

 

 

풀꽃 -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는 이 시가 사람들의 마음 중 가장 깊숙한 곳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고 생각한다. 살아가며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하더라도 듣기 어려운 말. 하지만 우리가 저마다의 삶의 맥락 속에서 정말 듣고 싶은 말을 이 시는 자연의 풀꽃에게 건네는 척, 우리라는 저마다의 풀꽃에게 나지막이 말해 준다.

 

그러한 시를 쓴 나태주 시인이 엮은 시들이 들어 있는 시집이기에, 이 시집의 시들은 나에게 어떠한 손길을 건넬지 기대가 되었다.

 

여러 시들 중, 나의 마음이라는 연못에 잔잔하지만, 가장 넓은 파동을 준 시를 소개해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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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을 위한 연가-경주 남산의 새기다 만 마애불 앞에서’_김승희


 

이 시는 우리에게 조용히, 하지만 진리를 이야기하는 듯한 확실한 어조로 시의 모든 행에서 ‘미완성’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것의 아름다움을 ‘완벽함’과 동일시하곤 한다.

 

잔향까지 나의 취향과 딱 들어 맞는 향수.

가죽, 모양, 크기, 색감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게 조화로운 가방.

어디를 보아도 아름다운 풍경이 우리를 감싸고 있는 관광지.

샹들리에부터 오브제 하나까지 신경 쓴, 호화로운 호텔.

 

우리 주변의 것들 중 우리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은 모든 요소가 조화를 이루어, 전체를 보았을 때 그 요소들이 ‘완벽함’을 이루는 것이 많다. 하지만 사람에게 있어서 완벽함이란 가능한 것일까. 완벽할 수 없다면, 우리들은 아름다울 수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누군가에게서 하나의 아름다움이 무르익는 동안, 누군가는 꿈 속에서만 존재하는 아름다움을 욕심내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무언가를 어서 완성하고 만들어 내고 싶은 우리지만, 오히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서로를 쳐다보는 마음이 나무를 만들고, 별빛을 만든다. 미완성을 향한 마음이 오히려 진정한 완성으로 이어지는 법이니까.

 

이 시의 화자는, 우리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즉 ‘미완성’의 모습이 진정으로 완성된, 즉 아름다운 것임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사람에게서, 혹은 나에게서 완벽함을 좇는 것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아님을 깨달으며 페이지를 넘겼고 거기에는 나태주 시인의 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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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글을 쓰기 시작하며 자주 하게 된 생각이 있는데, ‘빨리 나이가 들고 싶다.’는 것이었다. 책을 읽으며 필자는 종종 ‘어떠한 인생을 살면 이러한 표현을 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글에는 글쓴이가 여태까지 살아오며 겪은 감정들, 경험들이 ‘필연적으로’ 묻어나게 된다.

 

그 감정들과 경험들이 묻어나 있는 글은 그 글만의 ‘고유한 풍부함’을 갖게 된다. 그 풍부함이 어서 내 글에도 가득하면 좋겠어서, 필자는 어서 나이가 들고 싶다고 생각을 하곤 한다. 그래서 필자는 필자보다 경험이 많고, 살아온 나날들이 많은 분들이 쓰신 글을 읽을 때는 정말 수업을 듣듯이, 무언가를 배우려는 마음가짐으로 읽는다.

 

 
인생 자체가 결핍을 극복하는 과정이고 결핍 뒤에 오는 눈부신 축복이란 것을 이 시인은 또 일찍이 이렇게 알고 있었나 보다. … 미완성 그대로가 완성인 것이 인생이다.
 

 

이 글을 통하여, 필자는 필자의 마음의 근원적인 데를 어루만져 주는 손길을 느꼈다. 아주 가끔씩, 필자는 필자의 결핍을 채우려는 과정이 버거울 때가 있다. 이 과정의 끝이 언제인지 모르겠기에 힘들고, 이대로 하면 진정으로 나의 결핍이 채워질지도 의문이기 때문이다.

 

언제쯤이면 완벽하게 이 결핍이 채워질 수 있을지를 궁금해하며 답답함을 겪었고, 그 답답함이 필자를 어딘가에 꽉 묶어 놓았던 듯 싶다. 그것으로부터 필자가 버거움을 느꼈던 것 같다.

 

그런데, 인생 자체가 결핍을 극복하는 과정이고, 결핍 뒤에 오는 눈부신 축복이라니. 그간 필자가 힘들어했던 과정이 오히려 삶을 잘 살아내고 있었음을 보여 주는 반증임을 필자에게 가르쳐 주는 말이었다. 이 문장을 통하여 필자는, 결핍 뒤에 오는 눈부신 축복을 겪을 수 있었다.

 

‘결핍을 극복하는 과정이 끝이 없다고 느껴지는 것은 인생 자체가 ‘그 과정’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며, 그 과정 뒤에는 눈부신 축복이 기다리고 있다’는 축복이었다.

 

 

좋은 시는 어린이에게 노래가 되고

청년에게는 철학이 되고

노인에게는 인생이 된다

 

- 괴테

 

 

책의 뒷표지에 적혀 있던, 괴테의 말이다.

 

나태주 시인은 여러 시들의 목소리를 통하여 자신의 인생을 책에 담담히 적어 냈고 필자는 그 말들을 찬찬히 읽으며 필자가 남은 인생을 살아가며 느낄 감정, 생각들을 엿볼 수 있었다.

 

이것은 필자의 철학이라는 탑의 단단한 주춧돌이 될 것이다. 시 한 줄에는, 그 사람의 인생 하나가 담겨 있다. 그 사람의 인생인 그 사람의 시로부터 우리는 우리의 인생에 대한 해답을 얻기도 하고 뜻밖의 위로를 얻기도 하며, 다른 사람에게 따스한 말을 건넬 용기와 방법을 배운다.

 

“시가 인생을 가르쳐 준다.”

 

최근 읽었던 책의 제목들 중, 가장 내용과 어울리는 제목이 아닌가 싶다.

 

 

나태주 책표지.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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