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의 봄날은 언제쯤 올까요? [영화]

글 입력 2021.07.05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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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1년 동안 4번의 계절이 아름답게 피고 진다.

 

지구온난화다 이상기후다 해서 봄과 가을의 계절성이 지난 시절들에 비해 옅어지긴 했지만 사계절은 여전히 유효하다. 다양한 계절 덕분일까, 음악, 미술, 영화 등 장르를 막론하고 한국예술에서 계절은 중요한 은유의 소재로 쓰인다.

 

그 중에서도 봄과 겨울은 서로 극렬하게 대립되는 소재다. 일반적으로 겨울은 고난과 역경 등을 상징하는데 반해 봄은 행복, 기회 등으로 은유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겨울이 되면 꽃들과 풀잎들이 다 져버린 탓인지 삭막해진 분위기에 가끔은 절로 쓸쓸해질 때가 있다. 마찬가지로 개나리와 진달래를 시작으로 하나둘 색색이 변해가는 봄을 볼 때면 그렇게 신기하고 아름다울 수 없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랜트 월슨 스미스의 시 제목처럼 우리는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혹은 나 스스로가 모진 시련에 지쳐있을 때면 ‘이 또한 지나가겠지’하고 위로를 한다. 고난을 이겨내는데 어느 정도 위로가 되는 말이다. 무엇이든지 시간이 지나면 다 지나가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끝없는 터널 같은 겨울이 지나듯 영원히 찬란할 거 같던 봄도 마찬가지로 지나기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영화의 제목 ‘봄날은 간다’는 제목 자체만으로도 아련한 기분을 들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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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 엔지니어 상우(유지태 분)는 음향녹음차 강릉에 갔다가 그 지역 PD겸 아나운서 일을 하고 있는 은수(이영애 분)를 만나게 된다.

 

이들은 대나무 숲 소리, 눈 내리는 절에서 들리는 작은 종소리, 흐르는 시냇물 소리와 바다소리 등을 함께 녹음하면서 서로 더 가까워진다. 그러면서 이들은 둘이 함께하는 미래를 이따금 얘기하기도 한다. 함께 녹음을 다니고 라면도 먹으며 상우와 은수의 관계는 깊어져간다.

 

관계는 라면처럼 금방 맛있게 만들어지기도 한다. 거기서 깊은 관계가 되기 위해서는 김치처럼 천천히, 또 오래 숙성되어야 한다. 그래야 더 깊고 풍부한 맛을 낼 수 있다. 봄날이 지나가도 오래 함께 할 수 있는 관계는 라면이 아니라 김치처럼 익어가야 한다.

 

상우와 은수가 서로에게 바라는 관계의 방식이 달랐기 때문에, 그래서 다른 말과 행동이 나갔기 때문에 이들의 관계도 어긋나기 시작한다. “와서 라면이나 끓여”라는 은수의 말도, “김치 담굴줄 알아?”하고 묻는 상우의 말도 속도와 온도가 서로에게 맞지 않았다.

 

무한한 시간처럼 그들의 봄날도 영원할 것만 같았지만 보통의 사랑이 그렇듯,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한 말과 행동은 이들의 사랑을, 봄날을 지나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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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이 아름다운 이유는 겨울 뒤에 찾아오는 달달함과 영원하지 않는 순간성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에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던 순간들이, 혹은 젊어서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거 같던 시절이 봄날로 기억될 것이다. 봄날은 지나온 순간들 중에서 찾게 되기에 ‘아 그 시절이 좋았어’라며 늘 과거를 추억하게 된다.

 

하지만 봄날은 지나간 과거에서만 찾을 수 있는 순간이 아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고, 또 다시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는 것과 같이 우리네 지난 봄날은 다시 찾아오고 또 계속될 것이다. 그렇게 믿는다.

 

그 시절의 감성과 사랑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허진호 감독의 능력과 풋풋함과 봄날의 달콤함, 그리고 아련함을 뚜렷하게 연기한 유지태, 이영애 배우의 연기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영화다.

 

 

[박도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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