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소소하면 뭐 어때, 그냥 꾸면 돼

글 입력 2021.06.30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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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그럴듯 해


 

사람이 일평생 살면서 가장 많이 하는 말 1위는 '네'이고 2위는 '~하고 싶다'가 아닐까.


출근해서 상사가 시킨 일에 '넵'이라 대답하고 있고, 속으로는 '집에 가고 싶다'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다. 어릴 때 부모에게 "이거 사주세요" 하기도 많이 했고, 커서는 "이거 사고 싶다"라고 많이 말하고 있다. 참 바라는 것도 많지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다. 왠지 이 '하고 싶다'의 목적어가 점점 작아지는 것 같다고. 어렸을 땐 무언가 크고 거창한 것을 하고 싶어 했는데, 지금은 작고 소소한 것만을 찾고 있다고.

 

 

 

그땐 그랬지


 

뭘 모르던 시절이 행복하단 말은 순도 100%를 자랑하는 사실이다. 사회생활하다 현타 올 때면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초등학생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도 생각한다. 진짜 가게 해준다 그러면 안 갈 거지만 부모님이 차려주시는 밥상에, 학교 끝나면 운동장이나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놀고, 집에 와서 숙제 좀 하다 저녁 먹고 TV도 좀 봐주고 잠에 드는 그런 꿀 같은 삶.

 

초등학교에서도 아이에게 가르쳐주는 건 삶의 힘든 부분보다는 즐겁고 행복한 이야기들이다. 하면 안 되는 매너나 예절, 또는 초등학생이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납득하기 어려운 일을 배우는 건 아마 힘들어하겠지만.


어찌 됐든 그러다 보니 그 나이 땐 직업이든, 활동이든 뭔가 멋있고 재밌어 보이는 건 그냥 다 되고 싶다, 하고 싶다고 말했던 것 같다. 애니메이션을 보면 주인공처럼 모험을 하고 신기한 능력을 쓰고 싶었고, 주인공이 케이크를 만드는 캐릭터면 나도 제과제빵사가 되어 맨날 빵이나 먹고 싶었다. 아니면 TV에 나오는, 소위 말하는 고위 직급의 직종이 왠지 멋있어 보여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도 했다.


이런 꿈 말고 엄마 아빠가 되고 싶다던 친구들도 주위에 많았다. 존경하는 인물 하면 부모님을 선택하는 아이들이 반에 절반은 됐다. 부모의 품 안에서 자라는 아이에게 엄마 아빠만큼 멋져보이고 대단한 사람이 없었을 거다. 부모를 제외하고 만나본 사람이라곤 엄마 아빠 친구들, 반 친구들 아니면 선생님밖에 없었을 텐데.


가끔 반에 짱구 친구 철수처럼 생각이 트인 친구들도 있었는데, 이제 그 친구들이 현실적으로 "나는 이러이러해서 이런 사람이 될 거야"라는 계획과 함께 원대한 꿈을 가지기도 했다. 정말로 그 꿈을 이뤘는지 아닌지는 모르겠다만.


그야말로 정말 현실을 모르는, 순수순백순진무구 온갖 '순'자 들어가는 단어들의 집합체인 아이들의 귀여운 말들이었다. "되고 싶어요!" 하면 다 되는 줄 아는 나이니까 그랬을 거다(이게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어른들도 "그땐 어렸지~" 하는 때처럼 말이다.


예전에 우리 언니가 얘기해줬던 배 부르고 등 따숩게 잘 사는 사람들이 철학자 한다는 말에 200% 공감한다. 생각해보니 어렸을 때 철학자도 하고 싶었는데(?).


 

 

그런데 말입니다


 

하지만 초중고 학창 생활을 보내고 자라면서 단언컨대 이거 하나는 정말 잘 배웠다고 말할 수 있다. 현실은 녹록지 않고, 꿈과 이상은 많이 다르다는 걸. 꿈만 꾼다고 이룰 수 있는 건 없었다. 잠드는 것 말고는 학교 공부도 힘든데,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이것보다 더 어렵고 재미없는 전문적인 공부를 해야 한다? 나는 생각보다 포기가 빠른 사람이었다.


포기한 꿈의 예로 어렸을 때 우주 비행사가 되고 싶었다. 희한하게 대통령은 별로 하고 싶지 않았는데 이건 하고 싶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는 그저 우주가 너무 신비로워서, 그래서 직접 우주에 나가 행성과 별을 내 눈으로 봐보고 싶었다. 우주를 둥둥 떠다니는다는 게 왠지 재밌어 보였다. 밤하늘에 떠 있는 별 보는 것이 재밌었고, 과학책 사진에 실린 토성 고리가 너무나도 매력적이라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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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안타깝게도 우주 비행사는 "나 우주 비행사 될래요!" 하면 "그래, 너 해! 우주 가라!" 하고 되는 직업이 아니었다. 그 어렵다는 천체물리학부터 기계 조종·정비 공부도 해야 되고, NASA의 주 언어가 한국어냐 그럼 그건 또 아니니 영어도 잘해야 된다. 운동도 열심히 해서 신체 조건 심사도 통과해야 한다. 그렇게 노력해서 되고 난 후 만사 OK면 다행이지, 우주에 나가서도 얼마나 많은 고난이 기다리고 있는가.

 

이렇듯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에 따라오는 어떤 수고스러움과 생각지 못한 넘기 힘든 벽들로 인해 꿈과 이별했다. 어쩌면 목숨 갈고 노력하면 이룰 수 있었을지도 모를 꿈이지만, 안타깝게도 그 정도로 절실하다고 느끼질 못 했다. 하고자 했던 것들이 나의 성향에 전혀 맞지 않다는 걸 알아갔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공을 덜 들이는 일, 지금 그나마 걸어갈 수 있겠다 싶은 길만을 찾아 그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했다. 생활습관부터 공부며 직업이며 심지어 꿈 마저.


그런데 이제 하고자 하는 일들이 앞날을 위해서가 아닌, 당장의 신체적인 불만과 피로를 해소하는 일로만 변질되었다. 집에 가고 싶다, 자고 싶다, 그만하고 싶다 처럼 현실을 도피하는 방향으로만 무언가를 하고 싶어 졌다. 그래도 예전에는 독일어 공부를 열심히 해보겠다고 학원도 끊고 그랬었는데, 어느샌가 활동적이고 생산적인 일은 사라져만 갔다.


 

 

그럴 수도 있지


 

앞에서 저런 얘기를 구구절절 늘어놓고 이렇게 말하면 다분히 자기 합리화처럼 보이겠지만, 꿈이란 게 꼭 크고 거창해야만 하는 건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작고 소소하더라도 그게 꿈이라면 꿈이 될 수 있지 않나?


사람은 궁극적으로 자신이 행복해지기를 찾아 나서는 개체이다. 그 과정에서 '꿈'은 하고 싶은 것에서 나아가 이 행복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자 방안이다. 이것을 하고 싶고, 이걸 하면 행복해질 거라는 걸 알고 있기에 꿈이라 여기고 목표를 세우게 된다. 그러니 반드시 대단해 보이는 직업을 가지거나 엄청나게 대단한 사람이 되어 인정을 받아야만 하는 건 아닐 것이다.

 

물론 인정받고 싶은 게 꿈인 사람은 노력하여 인정받을 사람이 되면 된다. 아닌 사람은 안 하면 되는 거고. 가늘고 길게 살아가는 것이 꿈이라면 그렇게 살아가면 된다. 단순하고 다른 사람에게 의미 없어 보이더라도, 그게 행복해지는 길이라면 그렇게 꿈을 꿔도 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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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말해놓고 나에게도 사실 원대한 꿈이 있었으니, 돈 많은 백수가 그 꿈이렸다. 하지만 길가다가 억만장자가 내 몰골이 불쌍해보여 깨끗한 돈 100억을 통장에 꽂아주는 게 아닌 이상은 이루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이러지 않아도 부자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젊은 날의 생명력을 갈아 넣는 방법이라 백수 생활 얼마 못 하고 요절한다는게 문제지만. 하이리스크 로우리턴

 

그래서 '이루기 힘들지만 그래도 됐으면 싶은 꿈'에 이 돈 많은 백수 자리를 내어주고, 하루하루를 우울해하지 않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즐겁게 보내는 것을 꿈꾸고 있다. 이게 현재 내 선에서 감당할 수 있는 정도라고 생각하고 있다. (조금만 노력해보자면, 일러스트나 악기를 배워보고 싶다 정도?)


힘들게 일하고 집에 가서 맛있는 저녁을 먹거나, 좋아하는 간식 먹으며 재미있는 영상 보고 쉬는 것, 아니면 지인들과 즐겁게 게임하며 노는 게 오늘을 살아가는 나에게 힘이 되고 행복이 되어준다. 이 행동에 이르기까지 어떤 노력이나 수고가 딸려올 수 있지만-이런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일을 해야 한다든지- 그 힘듦이 내가 견딜 수 있는 정도라면, 그래도 꿈을 위해 참아보려 한다.


그런데 이러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 그래서 꿈인 걸까?

 

 

[배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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