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2021년 시나리오 [사람]

글 입력 2021.06.30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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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의 상반기가 끝났다. 코로나-19로 예측할 수 없었던 2020년이 지나가고, 마스크 없이 생활할 수 있을 줄 알았던 2021년도 벌써 절반이 지나갔다. 물론 마스크와 함께, 5인 이상 집합 금지인 상태로 말이다.

 

끝나지 않는 혼란의 시기를 보내던 중 2021년 새해가 밝았고, 나는 내가 상상한 대로 혹은 계획한 대로 조금이라도 살아지기를 바라며 소원을 빌었다. 조금은 커 보였던 소망들, 그 시나리오가 시나리오대로 이루어졌는지 상반기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그리고 내가 나 스스로 칭찬해줄 수 있는 점들을 모아보려고 한다.

 

 

 

계획 실행하기


 

나를 포함해서 계획 세우는 것을 극도로 좋아하는 J유형에게 2020년은 내가 원하는 대로 실행할 수 있던 계획이 거의 없었던 해로 무척 스트레스였을 것이다. 이를 만회하고자 2021년에는 열심히 다양한 분야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한 계획을 세웠다. 최대한 이룰 수 있는 것들로 채워 넣었고, 어느 부분에선 이룰 수 없어 보이는 이상적인 루트도 적어보았다.

 

예측 불가능한 시기지만, 거기서 내 나름대로 안정감을 찾기 위해선 나의 시나리오대로 상황이 흘러갈 수 있도록 시나리오를 여러 가지로 다양하게 짜보는 방법뿐이었다. 여행을 가도 내가 생각한 대로 상황이 흘러가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는 나이기 때문에 이런 코로나 -19 장기화 상황에 처음엔 적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며 힘들어했지만 그래도 그 속에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갔다. 시나리오를 다양하게 짜면서 말이다.

 

 

 

나의 2021년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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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내가 대학교 4학년이 된 해로, 정말로 미뤄놨던 장래 희망에 대한 행동 실천이 필요하다고 느껴진 해였다. 그래서 연초부터 짠 최선의 시나리오는 4학년 1학기가 되기 전, 휴학하고 "인턴"을 한 뒤 마저 학교를 다니고 어딘가에 취업하는 것이었다. 그에 대한 실행으로 주구장창 내 학과와 관련된 기업 인턴 모집에 지원하였다. 큰 특징도 없고, 큰 스펙도 없고, 쌓아 놓은 거라곤 예술 분야였기에 매력 없는 지원자로 평가됐는지 우수수 떨어지고 말았다.

 

그래서 세운 대체 시나리오는 "로스쿨 준비"였다. 학교생활을 그럭저럭 해왔기에 학점도 괜찮았고, 로스쿨생들의 인턴기를 다룬 방송 프로그램을 본 뒤 법학전문대학원에 호기심이 생겼다. 로스쿨에 들어가기 위한 전문 시험도 조금 공부를 시작해보았고 학교에서 지원해주는 관련 강의도 덜컥 신청해버렸다. 그렇게 대체 시나리오로, 4학년 무휴학 졸업으로 바로 로스쿨에 들어가 변호사가 되는 꿈을 꿨다.

 

이런 학술 분야에 대한 시나리오가 아닌 방면으로도 미래를 꿈꿔보았다. 바로 "예술 창업"이었다. 6학기까지 학교를 쉬지 않고 다니다 보니 이미 이 생활에 질린 상태였고, 제대로 학업 분야의 전문성이 성장하고 있지 않은 것 같아 고민하던 중이었다. 그런 여러 고민으로 공부에 집중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내가 얻은 결과는 서류 탈락과 수강 신청 실패였다. 그래서 더욱더 슬펐던 연초였고 자연스럽게 아예 다른 분야의 꿈을 꿔보기 시작했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 삼아 예술 관련된 콘텐츠나 실제 창작품을 제작해 판매하는 창업을 1년 정도 시도해볼까 고민했다. 평소 취미였던 악세서리 제작을 제대로 해보고 싶기도 하였고 예술과 관련된 굿즈를 제작해 판매해보고도 싶었다. 내 자본을 투자해 실제 창업을 하기에는 두렵고 무서운 마음 때문에, 마음 맞는 사람과 함께 크라우드 펀딩을 도전해보기로 했다. 그 결과 성공이었고 무사히 상품 배송까지 마칠 수 있었다. 사실상 마이너스 장사라고도 할 정도였지만, 그보다 성공했다는 성취감이 크게 다가왔고 조금은 기분 좋게 2021년의 상반기이자 겨울 방학을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여러 시나리오를 짜서 최대한 내 예측대로 올해가 흘러가길 빌며, 그대로 노력하며 상반기를 보냈다. 첫 번째 시나리오가 실행되지 않았고 제대로 확신이 없는 휴학을 할 만큼 간이 크지 못했던 나는, 4학년 1학기를 시작했고 커져 가는 학업 스트레스로 인해 두 번째 시나리오와 세 번째 시나리오 중 심각하게 고민하며 4월을 맞이했다. 그 와중 갑작스럽게 찾아온 인턴 기회로 첫 번째 시나리오를 실행할 수 있었다. 정말 얼떨결이었다.

 

올해 상반기의 인생 교훈은 무턱대고 이상적인 계획만을 세워놓고 이를 이룰 수 없어 안타까워 스트레스만 받는 태도보다, 수많은 계획을 세워 이를 하나라도 실천하며 다 이루지 못했다는 자책보다 몇 개를 일궈냈다는 성취감을 느끼며 살아가는 자세가 인생을 사는 데 있어서 중요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여러 가지 시나리오 중 하나만을 선택해서 실행해 나가는 것뿐만 아니라 조화롭게 이것저것 내 24시간을 나누어 실천하는 방법도 알아냈다. 세 번째 시나리오의 예술 창작과 관련된 활동은 친구들과 예술 콘텐츠 제작 및 독립출판 모임을 운영하는 것으로 이어나가게 되었다. 모 아니면 도라는 마음으로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까 조바심내던 2020년 연말과 2021년 연초와 많이 달라진 나의 태도에 사뭇 놀라며 잘 생활해나가고 있다고 스스로 칭찬의 말을 당당히 건넸다.

 

 

 

칭찬합시다.


 

누군가를 칭찬하는 것도 그렇게 흔하지 않은 일인데, 자신에게 칭찬의 말을 건네는 것은 더욱 흔치 않은 일이다. 그래서 일부러 이런 시간을 마련하지 않으면 나 자신을 챙길 시간이 없을 것 같아 이 글을 핑계 삼아 상반기까지의 이수진에 대하여 칭찬하는 시간을 준비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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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말한 것처럼 여러 시나리오 계획을 짜고 함께 실천해 가는 열정적인 나에 대해 칭찬한다. 이것저것 욕심이 많은 나는 원하는 것을 모두 실천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힘들어했다. 이제는 조금 마음을 내려놓고 하나둘씩 하루 안에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늘려가고 있다.

 

운동을 꾸준히 하는 나를 칭찬한다. 작년에 열심히 홈트레이닝으로 뺀 살을 연초에 되찾았다. 스트레스를 먹는 행복으로 풀다 보니 나의 20년지기 살들은 쉽게 되돌아왔다. 급격한 다이어트로 머리카락도 많이 빠지고 힘들었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살이 찌며 예전 상태로 되돌아가는 중이었다. 이제는 살 빼기 목적이 아닌 건강 챙기기로서 운동을 대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계속해서 일주일 3번 필라테스를 다니고, 6월엔 욕심을 부려 요가 매일반도 함께 다녔다. 일상이 퇴근 후 운동 후 취침이 되어 좋은 점도 있었고 아쉬운 점이 있기도 했다. 그래도 근육이 생기고 있는 걸 느낄 수 있었고 조금 더 건강한 내가 되고 있음에 스스로 칭찬하기로 한다.

 

취미생활을 하며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는 나를 칭찬한다. 공연 관람이라는 나의 인생 취미가 사라졌던 2020년, 취미생활이 없는 하루하루가 얼마나 지루한지, 무감각해지는지 느꼈던 덕분에 올해는 최대한 취미생활을 새롭게 다시 시작해보자고 다짐했다. 악세서리 제작을 휴대폰 케이스, 귀걸이, 키링 등 다양한 굿즈로 늘려가 보았고,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고, 앞에서 말했듯이 운동을 흥미 있는 취미로 받아들이면서 꾸준히 여유로움을 찾았다. 레진 아트를 하면서 어설프지만, 조각을 만들어 친구들에게 선물해주고, 핸드드립 기구들을 사 신선한 원두를 직접 갈아서 내려 먹는 소소한 일상의 기쁨을 느끼고 있다. 커피 한잔을 준비하기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그 시간 안에서 여유로움을 찾을 수 있어 좋다. 그리고 잘 내려졌을 때 맛있는 커피를 맛보는 기분 좋은 성취감도 느낄 수 있어 요즘 나의 일상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

 

*

 

이렇게 나름대로 잘 살아가고 있는 일상으로 상반기를 보내면서 나의 감정 폭도 오르락내리락 하지 않고 평온한 편이라서 감사한 요즘이다. 조그만 행복을 찾고 하나에도 성취감을 느끼며 상반기를 보내려고 노력했고, 그만큼 실제로 얻어서 뿌듯하게 상반기를 보내고 다시 하반기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작년에도 2020년 상반기를 보내는 글을 썼었는데, 이렇게 빨리 다시 돌아왔는지 믿기지 않기도 한다.

 

 

2020년의 절반이 지났다. 무엇을 하며 나는 이 6개월을 보냈을까? 생각보다 편하기도, 힘들기도 복잡했던 상반기. 지금 나에게 남은 왠지 모를 깊은 공허함이다.

 

 

아직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을 것이고 지금 같은 슬럼프와 같은 감정들이 후폭풍으로 몰려오기도 할 것이지만 이 또한 내가 감당해내야 할 순간이고 지나가겠지 생각하며 전반전을 마무리해본다.

 

 

작년에 썼던 그 글의 첫 문단과 마지막 문장이다. 글에서 우울함이 물씬 느껴지고 못난 나를 잡아먹지 못해 힘들어했던 과거가 문득 떠오른다. 감당해내야 할 순간이었고, 나름 내 방식대로 잘 감당해내 현재의 내가 된 것 같다. 지난 전반전은 먹구름이었다면, 지금 전반전은 먹구름이 개고 햇빛이 비칠까 말까 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후반전은 '깨끗한 맑음'이지 않을까? 기대하며 이 상황을 만들어낸 나 자신에게 다시 한번 수고했다고 칭찬하며 오늘의 글을 마무리한다.

 


[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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