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근 10년만의 4DX 도전기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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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2’를 보았다. 얼마 만인지 모를 만큼 오랜만에 방문하는 영화관에 조금 들뜨기도 했다. 그렇게 미리 예매한 티켓을 뽑고 입장하려고 몇 관인지 확인하는 순간 티켓 위 글자가 눈에 띄었다.
4DX 2D, 예매할 때는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글자였다. 4D? 2D? 그래서 둘 중 뭐라는 거지? 어쩐지 예상보다 비쌌던 티켓 가격이 떠올랐다. 그저 코로나로 영화관에 발길을 끊은 이후에 이 정도로 값이 올랐나-하고 앞으로의 영화 생활이 떠올라 조금 슬퍼졌던 참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특수관 가격이었다니.
사실 그리 탐탁치 않았다. 우선 나는 3D와 4D를 별로 선호하지 않았다. 4D는 너무 오래전-아마 학생 때-마지막으로 본 후 보지 않아 모르긴 몰라도, 3D의 경우 몇 년 전 이번처럼 실수로 잘못 예매하여 어쩔 수 없이 본 적이 있다. 그러나 그 때도 거추장스러운 3D안경과 생각보다 영화의 체험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느껴지는 입체감은 나에게 큰 감흥을 주지 못했다. 오히려 방해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렇게 3D는 다시 한번 나의 관심사에서 나가떨어졌다.
4D도 마찬가지였다. 오래 전 본 4D는 그저 의자 흔들기에 지나지 않았다. 액션이나 놀라는 부분에서 의자를 흔든다. 그것도 자연스럽지 않은, 누가 느껴도 그냥 의자가 흔들리는 느낌으로 말이다. 굳이 돈을 더 주고 흔들리는 의자에 앉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역시나 몰입감이 더 뛰어나지도 않았다. 그렇게 3D와 4D는 내 영화 인생에서 방출되었다. 이번에도 큰 기대는 없었다. 오히려 몰입을 망치지만 않았으면 이라고 생각하며 영화관에 들어섰다.
그렇게 영화를 보고 나온 후 나의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아마 4D를 너무 오랫동안 보지 않았나 보다. 그 사이 4D 기술은 놀랍도록 정교해져 있었다. 덕분에 이 흥미로운 체험에 관심이 생겨 4D에 관해 조금 찾아보았다.
우선 내가 본 것은 4DX인데, 이것은 CJ에서 자체개발하여 CGV에서 사용되는 것이라고 한다. 반대로 그냥 4D는 일명 수퍼4D로 롯데시네마에서 사용되는 4D를 말한다. 그리고 내가 본 4DX 2D에서 뒤에 붙는 2D와 3D는 말 그대로를 의미한다. 4D이면서 동시에 2D인지 3D인지를 알려준다. 나는 내가 본 4DX 2D를 기준으로 이야기 하려 한다.
4DX는 내가 과거에 경험했던 일명 ‘의자 흔들기’뿐만 아니라 정말 다양한 효과를 보유하고 있다. 모션 효과와 환경 효과다.
모션 효과는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의자의 움직임 등을 통한 체험이다. 액션 영화에서 자동차가 드리프트를 하면 의자도 따라 움직이는 그런 식의 효과를 말한다. 반대로 환경 효과는 이러한 움직임이 아닌 영화 속의 ‘환경’을 실감나게 느끼게 해주는 효과이다. 눈, 물방울, 번개, 향기, 열풍, 향기 등 정말 다양한 효과들이 있다. 눈까지 내리게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정말 놀랐다. 내가 놓치고 있는 사이에 이 정도로 진보했을 줄이야.
내가 관람한 콰이어트 플레이스 2는 소리를 듣고 공격해오는 괴물들을 피해 조용히 숨어 지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현란한 자동차 액션이나 엄청난 자연재해가 등장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4DX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까 의아했다. 그러나 4DX는 생각보다 더 섬세했다.
우선 모션 효과는 과거에 내가 알던 모션이 아니었다. 무작정 흔들기만 하던 것과는 다르게 정말 부드러웠다. 기계라는게 느껴지듯 덜컹거리지 않고 정말 부드럽게 움직였다. 의자가 움직이는게 아닌 내가 움직이는 것처럼 말이다. 특히 강약 조절이 상당히 좋았는데, 갑자기 멈추는 자동차 장면에서는 정말 차안에 있는듯 강하게 한번 움직인다. 반대로 부드러운 카메라 워킹을 할 때에는 내가 몸을 움직여 시선을 두는 것처럼 스르르 움직였다. 마치 싸구려 조이스틱처럼 앞, 뒤, 옆으로 거칠게 흔드는 것이 아니었다.
또 하나 인상깊었던 것은 환경 효과의 바람이었다. 영화 속 인물이 전망대처럼 높은 곳에 올라간 장면이었는데, 영화 속에서 머리카락을 살며시 흔들 정도로 불어오는 바람이 그대로 구현되었다. 정말 그 자리에 함께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거칠지도 너무 약하지도 않은, 딱 적당히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온전히 느껴졌다. 영화관에서 이 정도의 체험이 가능하다는 것이 너무나 놀라웠다.
비록 엄청난 효과들이 들어갈만한 영화는 아니었기에 모션 효과와 바람 정도만 느꼈지만, 그 정도 만으로도 영화의 몰입에 큰 도움을 얻었다. 또한 그 동안 당연히 4D는 별로라고 생각하고 다시 도전조차 하지 않았던 내 모습이 조금 후회스러웠다. 그 동안 4D로 즐겼다면 더욱 즐거웠을 영화가 얼마나 많았던가. 앞으로는 4D가 지원되는 영화라면 기꺼이 값을 지불하고 즐길 생각이다. 또한 마음 속의 편견을 때로는 부숴볼 것, 이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본다.
혹시 나처럼 너무 옛날에 4D를 체험해본 사람이라면 다시 한번 도전 해보길 바란다. 의외의 취향을 다시 발견할지도 모르니 말이다.
[김유라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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