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 중에 최고가 될 것 - 직업으로서의 예술가: 고백과 자각

열심히 살아 봤다면 부끄럼도, 후회도 없다
글 입력 2021.07.01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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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 26인의 이야기가 든 책이라고? 고민의 여지가 없었다. '장기전이 되어 버린 팬데믹 상황 속에서 예술가들은 어떠한 생각 끝에 어떠한 자각을 했으며, 어떤 고백을 해 줄까'라는 생각에 표지를 넘기기 전부터 두근거렸다.

 

인터뷰집을 읽어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실제로 저널리스트로서 일하고 있는 작가는 26인의 예술가들을 인터뷰하며 개인적인 감상과 격려로 그들을 응원하기도 했고, 말 한 마디로 그들이 더 깊은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도록 도왔다.

 

자전적인 에세이를 읽는 것 같기도, 가볍게 잡지 속 인터뷰를 읽어 내려가는 것 같기도 한 느낌이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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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등감, 그리고 자신감인 줄로만 알았던 오만한 자존심은 나를 점점 못난 사람으로 만든다. 응원과 축하를 건네면서도 나도 모르는 내 마음 속 어딘가에 '시기'라는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나고 있을 것만 같아 두렵기도 하다.

 

그런 나에게 필요한 문장이 바로 이 문장이었다. "저보다 잘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심장이 뛰는 거예요." 자신이 있는 필드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그 필드와 자신의 끊임없는 발전을 꿈꾸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참으로 부럽고,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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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절대, 내가 예민해졌다고 해서 내가 가진 가시로 남을 찌르면 안 돼요. 제가 봐왔던 선배들 중에 연기를 굉장히 잘하시는 분들은 종종 예민한 부분이 보이거든요. 그게 가시로 히스테리를 부린다는 뜻이 아니에요. 작은 디테일 하나에 목숨을 건다는 뜻이죠.

 

p.76 배우 정욱진

 

 

모든 말과 행동은 한 끗 차이다. 나는 쭉 예민한 삶을 살아 왔고, 그런 내가 싫을 때도 있었다. 당연히 예민함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적도, 누군가에게 피해를 준 적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 예민함을 인정한 뒤부터는 나는 예민함에 종속되지 않고 그것을 이끌어 나가고자 했다.

 

'빨리빨리'의 세상에서 한 번 더 확인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알 수 있는 경험들이 있었고, 미묘한 차이와 수정 사항을 발견하는 것이 전체 프로젝트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를 느끼게 해 준 순간들이 있었으며 상대의 뒷모습을 뒤돌아보는 것이 이 팍팍한 세상에 꼭 필요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는 시간들이 분명히 있었다.

 

세상이라는 자신만의 작업실에서 만드는 것은 각자 다르지만 우리는 아마 모두 예술가. 나는 쭉, 예민한 예술가가 되기로 했다.

 

 

실체 없는 두려움인 거죠. 하지만 이건 저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느끼고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뭔가에 쫓기듯이 엄청나게 열심히 달리고 있는데, 정작 나를 쫓아오는 게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정말 죽을 것처럼 계속 달리다가 뒤를 돌아봤어. 어, 그런데 아무것도 없잖아? - p.331 배우 겸 음악가 안희연(EXID 하니)

 

이러는 것도 다 이유가 있을 거예요. 요즘의 저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잘 모르겠는데, 그래도요. 모로 가도 원하던 도착지로만 가면 되는 거잖아요. 위를 보면 한도 끝도 없어요. 그렇다고 아래도 없고. - p.316 음악가 겸 배우 정은지(에이핑크)

 

 

300페이지가 훌쩍 넘는 인터뷰를 모두 정독하고 내 머리를 스쳐간 생각이 하나 있다.

 

"나는 나 중에 최고가 되자."

 

남에 대해서는 쉽게 평가한다. "저 정도면 괜찮지." 평등을 외치는 사회에 사는 우리는 '삶'과 '성공'에 대해서는 언제나 가혹한 이중잣대를 들이댄다. 모든 건 '나'에게만 집중하면 해결될 일이다. '쟤'보다 성공한 '나'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어제의 '나'보다 성공한 '나'가 되는 것을 꿈꾸면 된다. 그렇게 나는, 지나온 '나'들 중에 최고가 되고 싶다.

 

이 책의 인터뷰이 26인 중에는 내가 본래 알고 있던 아티스트도 있었고, 이름도 처음 들어 본 이들도 있었지만 책을 읽으며 그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단 한 가지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바로 '열심히 해 본 사람들'이라는 것.

 

그들은 모두 나와 직업도, 경력도, 나이도 다르지만 그런 조건들은 모두 상관없이, 그들은 '열심히 해 본 사람들'이었다. 그것으로 이 책에 시간을 투자할 이유는 충분했다.

 

 

[이건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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