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일이 된 예술은 여전히 낭만적인가요? - 직업으로서의 예술가: 열정과 통찰

글 입력 2021.06.29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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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경영 이중전공생 4학년. 이도 저도 아닌 취업 준비생이 된 나의 최근 관심사는 이렇다. 문화예술, 일로 해도 재미있을까?

 

"직업으로서의 예술가: 열정과 통찰"은 인터뷰 전문기자인 박희아 기자가 26명의 예술가를 인터뷰한 것을 엮은 책이다. 이곳에는 배우, 연출가부터 아이돌 가수까지 정말 다양한 예술가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들이 예술이라는 너무나도 모호하고 넓은 범위 안에서 만들어내는 다양한 이야기가 이 책의 흥미로운 점 중 하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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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무엇보다도 나의 관심은 단 하나, 직업이 된 예술에 대해 예술가들은 어떤 대답을 할 것인지에 있었다. 예술은 낭만적이다. 그러니 예술을 직업으로 삼아도 낭만적일 것이라 기대한다. 내 어릴 적 꿈은 차례대로 시인, 작가, 큐레이터였다. 덕분에 어릴 적부터 장래희망을 얘기하면 꼭 따라붙곤 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좋아하는 일을 일로 삼으면 후회해. 취미는 취미로 할 때나 좋지. 일이 되면 뭐든지 싫어지기 마련이야’라는 거였다.


아주 어릴 적에는 그럴 리가 없다며 코웃음 쳤고, 좀 더 커서는 의심스러웠지만, 그런대로 모른척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는 피할 수 없는 의구심이 찾아왔다. 예술을 직업으로 삼아도, 여전히 낭만 같은 걸 찾을 수 있을까? 내가 너무 바보 같은 소리를 하는 건 아닌가? 나에겐 그래서 먼저 사랑하는 일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의 대답이 필요했다.

 

어쩌면 원하는 답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이 책을 열었다.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지금 시점에서 나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코로나 19의 갑작스러운 도래로 문화예술계의 여러 부분이 크게 흔들렸다. 관객이자, 학생인 나의 눈에도 그 진동이 작지 않게 느껴졌는데, 현업으로 활동하는 분들께는 일상을 크게 흔들만한 강력한 충격이었을 것이다.

 

공연장과 전시장은 문을 열었다 닫았다는 반복 해야 했다. 누군가는 이런 때에 예술 같은 게 무슨 소용이냐고 했다. 상황이 나쁘다. 그런 시기이니까, 좋아하는 걸 했지만 후회했다는 대답이 돌아올 수 있겠다 싶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대답은 좋다 싫다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대신에 솔직했다. 그럼 지금부터는 내가 읽어낸 이 책의 ‘대답들’에 대해 풀어보겠다.

 

 

 

밥벌이가 된 예술



 

요즘에 예술가들이 ‘왜 예술가들에게 대가를 충분히 주지 않는가’ 이 질문을 많이 던지잖아요. 그런데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혹시 우리 사회가 예술을 10%밖에 필요로 하지 않는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예술을 하는 건가?

 

p.20 음악가 김목인

 

 

누군가는 너무 회의적이라며 고개를 젓고, 누군가는 혹해서 주의를 기울일 법한 이야기다. 내 경우에는 후자에 가까웠다. 최근에 관심을 가지던 주제이기도 했다. 우리 사회에 예술에 대한 수요가 충분히 풍부한가? 열심히 공연을, 전시를, 음악을 만들어 내도, 그것을 보고 들어줄 사람이 충분히 있는가? 그럼 그 수요를 10%에서 100%로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이런 생각을 창작하는 입장에서도 하고 있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

 

어쨌든, 이 질문이 맞는 말인지 아닌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지 모른다. 중요한 건, 예술가로 산다는 건 이런 질문 수십 수백 개를 마주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음악가는, 배우는, 연출가는, 가수는, 그냥 작품을 만들기만 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걸 사람들에게 선보이는 사람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이것이 직업이 되려면, 예술의 수요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그 과정은 기대했던 것처럼 낭만적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또 다른 이야기다.


 

오디션도 떨어진 다음 날 항상 연습만 했어요. 떨어진 다음에 내가 뭘 하는 지가 중요한 거죠. 떨어진 거는요, 그냥 그날 하루 있었던 일에 불과해요. 그 하루 동안 누군가의 걱정과 위로를 받는 입장이 되는 것뿐이고요. - p.94 배우 박영수

 

사실 저에게 많은 선배들이 “너는 이제 배우 인생 끝났다“고. “공개적으로 아이 낳은 엄마, 유부녀라는 이미지 때문에 너는 앞으로 배역을 못 맡을 거야“라고 얘기했었어요. 저보고 실수한 거라고요. - p.166 배우 최정원

 


하긴 누구의 인생은 그렇지 않을까 싶긴 하지만, 예술가들은 끊임없이 도전해야 하는 처지에 있다. 하나의 배역을 맡기 위해서, 다음 일을 찾아 나서는 과정 자체가 도전이다. 결과는 항상 노력순도 아닐 것이다. 좋은 기회가 올 때까지 기약 없는 도전을 계속하다가 결국은 단단해진 사람들을 본다. 우리는 글 몇 줄에 몇 년의 세월을 읽지만, 누군가에게는 몇십 년 같은 몇 년이었을 것이다.

 

도전과 그에 따른 불안함을 겪으면서도 결국은 단단해진 사람들을 본다. 그사이에는 길고 긴 과정들이 있었을 것이다. 불안정해도, 고비가 와도, 실패해도. 그런 순간을 이겨내고 좋아하는 일을 계속해 나가야 하는 이유는 뭘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통은 일을 오래 하거나 일이 개인적인 영역을 침범해버리면 거기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런 게 없어요. 왜 그런가 생각해보면 그게 내가 좋아하는 분야여서 그런 것 같고. … 하고 싶은 것들을 아무거나 상상하고, 거기에 맞는 다양한 분야의 것들을 가지고 와서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것. 예술을 한다는 건 그 부분에서 참 좋은 것 같아요.

 

p.266 음악가 림 킴

 

 

지난겨울을 한 회사의 인턴으로 있으면서 내가 느꼈던 것은, 일이란 삶에 차지하는 비중이 참 크다는 것이다. 아침에 눈 떠서 출근하고, 저녁이 되어 허겁지겁 퇴근하고. 밥 먹고 씻고 앉아있으면 낮 동안의 피로로 몸도 가누기 힘들었다. 매일 저절로 감기는 눈에 억지로 잠으로 밀려나면서 나는 내 직업의 연봉만으로 정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내가 내 일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 거기에 예술의 낭만이 있다. 그런 점에서 음악가 림 킴이 남겨준 이야기는 마음에 와 닿았다. 일과 삶의 경계가 없어지더라도, 여전히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 일과 삶이 같이 발전하고 때로는 같이 수그러드는 것. 조금은 위험해 보여도, 그들의 하루하루가 가질 영양가가 부러웠다.

 

사랑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진 이 26명의 예술가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자기 일에 그렇게 언제나 몰입해 있다는 것이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 되면 어떻게든 글을 쓰고 있어요. 그래서 매번 라디오도 나가고 그러는 거죠. 그리고 저는 매주 로또를 사거든요. 연금 복권이나. 혹시 이게 당첨되면 일을 좀 줄이고 글 쓰는 시간을 늘릴 수 있으니까.

 

p.242 시인 황인찬

 


예술과 생계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반드시 해결되어야 하는 부분들은 해결되어야, 창작을 지속해 나갈 수 있으니까. 그런 점에서 복권을 사는 시인의 이야기는 재밌기도 하고 좀 슬프기도 하다. 예술을 지속하는 게 얼마나 현실적인 문제인가 생각해보게 된다. 한편으로는 놀랍기도 하다. 세상에 어떤 일은 복권에 당첨되면 때려치우는 것이 아니라 지속하고 싶은 일, 혹은 지속하기 위해 복권에 당첨되고 싶은 일이라는 점에서.

 

예술가들은 나의 바보 같은 질문에 대답한다. 직업이 된 예술에 낭만은 있으면서도 없고, 없으면서도 있다고. 사랑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일에는 그만한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지만, 그 사랑을 매일의 일상에서 지속해 나갈 특권도 갖게 된다. 복권에 당첨되어서라도 하고 싶은 일을 매일 한다는 건 얼마나 알찬 삶일까. 아무도 그럴 의도는 없었겠지만, 나의 환상은 더 커지기만 한 것 같다.

 

직업으로 가져도 여전히 사랑할 수 있는 일이 있고, 누군가는 그런 일을 하면서 산다는 게 내 마음을 들뜨게 한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몰입했고, 함께 울고 웃으며 행복했다. 녹록지 않은 현실에도 예술을 해야 하는 이유는 있다. 예술에 대한 낭만을 나는 여전히 믿게 되었다.

 

 

 

박경원 컬쳐리스트.jpg

 

 

[박경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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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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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띠로리
    • 잘읽었어요. 좋은 글이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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