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미국을 뒤흔든 부정 입학 스캔들 [다큐멘터리]

부정 입학 스캔들, '작전명 바시티 블루스'
글 입력 2021.06.28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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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 대학에 들어가는 것은 거의 모든 입시생이 가지는 궁극의 목표일 것이다.

 

2019년, 미국에서 대학 입시 스캔들이 터져 나왔다. 입시 컨설턴트로 스스로를 소개했던 릭 싱어(William Rick Singer)를 중심으로 명문 대학 스포츠 팀의 코치, 시험 감독관, 유명 배우와 패션 디자이너, CEO 등이 연루된 이 스캔들은 의뢰 학부모를 포함해 가담자 50인을 기소한 대형 입시 비리 사건으로, 미국의 대학 입시 제도의 허점에 대한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이 사건을 다큐멘터리로 만든 <작전명 바시티 블루스: 부정 입학 스캔들>(Operation Varsity Blues: The College Admissions Scandal)의 감독 크리스 스미스(Chris Smith)는 입시 비리 사건을 실제 통화내역과 재연 배우를 활용한 재연, 인터뷰 등의 방식을 통해 재구성하였다.

 

미국 내의 입시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사건이며, 상류층 부모가 부를 이용해 자녀를 좋은 대학교에 입학시켰다는 황금만능주의를 드러낸 스캔들이니만큼 국민적 분노가 엄청났을 것이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는 배우들의 재연과 실제 사진 및 인터뷰, 녹취록 등을 적절히 배치하여 영상을 보는 우리가 궁극적으로 생각해보아야 할 지점이 무엇인지 제시한다.

 

다큐멘터리는 “The Conversations in this film are real.”(영상에 담긴 모든 대화는 실제입니다.)이라는 설명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전개를 시작한다. FBI가 릭의 전화를 도청하여 얻어낸 실제 의뢰인과의 대화와 진술서를 바탕으로 한 재연이 다큐멘터리 연출의 주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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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의 재연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단조로울 정도로 반복되는 릭의 일상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릭과 의뢰인과의 공모와 로비 등을 담담하게 그려냈다는 것이다.

 

재연 장면 중에서도 전화를 주고받는 것이 대부분을 이룰 정도로 과장되지 않은 재연을 구성해냈다. 학부모와 돈을 주고받거나, 비밀스럽게 무엇인가를 공모하는 등 우리에게 익숙한 자극적 이미지보다, 자신의 집이나 대학을 돌아다니며 전화기를 통해 학부모를 설득하는 릭의 모습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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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일상을 상상해볼 수 있도록 하는 이미지들은 그가 저질러 온 비리의 과정의 생생함을 전달하는 동시에 릭과 그의 의뢰인, 가담자들이 수화기 너머로 나누는 대화에 집중하도록 만든다.

 

릭의 과거를 증언하는 영상에서의 재연 방식 또한 눈에 띈다. 릭이 대학 농구팀 코치 시절부터 입시 컨설턴트로 변모하는 과정과, 그가 직업에 대해 거짓말을 쳤다는 소문 등 그의 무성한 과거에 대한 재연 또한 건조하게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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릭이 자신을 ‘스타벅스 이사’라고 소개했다는 소문 등 사실이라고 판명되지 않은 일을 마치 실제인 것처럼 재연하지 않고, 릭이 운동을 하고 농구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거나, 코치로 있었던 팀을 떠나는 모습 등 실제 릭의 일상의 모습과 유사한 재연이 구성되었다.

 

인터뷰이들이 증언하는 릭의 옷차림이나 표정, 성격 등을 녹여낸 재연 배우의 연기와, 릭이 사용했던 명함 등의 자료가 그 생동감을 더한다.

 

중간에 삽입되는 FBI 요원의 도청 장면이나 서류 등이 실제와 재연 사이의 경계를 흐리는 효과도 느낄 수 있었다. 요원을 연기하는 배우가 전화 내용을 듣고 그것을 그대로 받아 적는 장면이나, 배우들의 목소리로 읊어지는 대사가 실제 서류처럼 보이는 자료에 똑같이 서술되어 있는 등의 예시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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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다큐멘터리가 시작하기 전 언급했던 ‘실제 대화’와 배우들이 말하는 대사 사이의 혼동이 생기기도 했고, 화면에 등장하는 문자나 서류, 메일 등이 실제 문서인지 아니면 그것을 흡사하게 재구성한 것인지 혼란이 생기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리고 중간에 삽입되는 비리 당사자이자 이름을 날리는 셀러브리티인 올리비아 제이드(Olivia Jade)의 브이로그라던가 팬들의 반응, 뉴스와 토크쇼 등 실제 영상이 재연 영상보다 자극적이고 분노를 일으킬 정도라고 느낄 만큼 재연 영상은 건조하게 그려졌다.

 

그렇다보니, 불합격 통보를 받고 우는 학생의 영상과 그와 비교해 여유롭고 즐거운 일상을 보내는 올리비아 제이드의 브이로그 영상이 교차되는 장면, 팬이 제이드의 유튜브 구독 취소를 하는 영상 등 감정적 분노를 불러일으키지만 개인에게 화살이 돌아갈 수도 있을만한 이미지가 구성된 것은 아쉬움이 느껴진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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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다큐멘터리는 도청이나 몰래 찍은 영상을 재연하는 이미지 등을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이미지를 활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FBI 도청 방식이나 릭이 수사에 협조하기 위해 함정 수사에 가담한 점, 그가 의뢰인들 몰래 그들을 카메라로 찍는 장면 또한 삽입하며 이러한 수사 방식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끔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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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다큐멘터리가 결말의 매듭을 올바르게 짓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가담자들과 의뢰인들이 체포되는 장면 뒤, 그들은 체포되었지만 여전히 과열된 입시 경쟁을 만든 사회 분위기와, 입시 제도의 허점을 만들어낸 장본인인 대학은 변한 것이 없으며 시스템의 현실이 노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개선할 의지가 없다는 것이 드러난다.

 

그리하여, 그러한 허점을 이용한 릭과 의뢰인들에 대한 비난을 넘어 미국 사회 내 분위기와 명문 대학 타이틀을 중시하는 맹목적 동경에 대한 비판을 제시한다.

 

미국을 뜨겁게 달구며 국민들의 공분을 샀던 릭 싱어의 입시 비리 스캔들을 다룬 <작전명 바시티 블루스: 부정 입학 스캔들>은 표면적 ‘가해자’인 릭 싱어의 일상과 비리 행태를 재연을 통해 담담하게 과장하지 않고 그려내며, 동시에 실제 가담자들의 사진이나 영상 등을 적절히 교차하여 생생함을 놓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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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요소에서 개인적 아쉬움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다큐멘터리가 결말을 통해 전달하는 미국 사회 구조가 가지는 치명적 허점은, 스캔들에 대한 개인적 분노와 비난을 넘어 사회에 대한 비판을 이끌어내며 진정으로 부정 입학 스캔들을 만들어낸 원인은 무엇인지 시청자들에게 메시지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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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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