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팝이라는 태도에 대하여, 히미츠(HeMeets) - 화성침공 [음반]

서울 비상사태 십 분 전, 오늘 지구는 일촉즉발
글 입력 2021.06.28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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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하늘에 미확인 비행물체가 등장했다. 이상한 소리가 귀에 들리기 시작하면서 외계인의 존재가 느껴진다. 검은 양복의 사내들은 주인공에게 지구를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외계인의 침략 아래 서울은 일촉즉발의 상황에 놓였다.


외계인의 침공은 SF소설이나 영화에 등장할 법한 설정이다. 하지만 음악으로 화성침공이 표현된다면 어떨까? 팝 밴드 히미츠(HeMeets)의 '화성침공'은 공상과학적인 주제를 음악으로 재치있게 풀어냈다.


'화성침공'의 몰아치는 리듬은 급박하게 돌아가는 지구의 상황을 연상시킨다. 코드 진행 또한 긴장감을 주며 드리워지는 공포를 표현한다. 신디사이저는 외계인과 교신하는 듯한 전자음이 되고, '삐삐'와 '빠빠' 같은 의성어로 더욱 장난스러운 공상과학의 느낌을 살린다.


음악에서 흔히 다루지 않는 주제이기 때문일까, 눈뜨고 코베인의 '지구를 지키지 말거라'가 연상되는 곡이다. 두 곡 모두 종말론적인 세계관을 키치함으로 표현하고 있다.


'화성침공'의 뮤직비디오는 애니메이터 트넙(TNUP)이 제작했다. 특유의 몽환적인 색채와 굵고 역동적인 드로잉은 원곡의 키치함을 살렸다. '화성침공'의 공상과학적인 소재는 애니메이션을 만나 비로소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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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침공'을 노래한 밴드는 4인조 팝 밴드 히미츠(HeMeets)다. 히미츠는 오샘(보컬), 이형구(기타), 정다운(베이스), 너구리(드럼)로 이루어졌다. '그를 만나다'라는 뜻의 이름은 목적어가 빠진 불완전한 문장으로 청자와의 만남으로 음악이 완성된다는 철학을 담았다.


히미츠는 2016년 EP 'Cecil Hotel'을 발표하며 활동을 시작해 2018년 현재의 4인조의 밴드 체재로 개편하여 부산 국제 록페스티벌, 홍콩 인디밴드페어 등 국내외 무대에 올랐다. 히미츠의 멤버들은 다양한 무대에서 세션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보컬 오샘은 '내일은 미스터트롯' 경연 본선에 진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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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10일 팝 밴드 히미츠의 첫 정규 앨범 '화성침공'이 발매되었다. '화성침공'은 독특한 스토리텔링을 밴드 사운드로 녹여낸 앨범이다.


'화성침공'은 제목부터 비범하다. 대중음악은 흔히 감정과 추상적인 관념을 노래하지만, 히미츠는 영화나 소설에서 쓰일 법한 소재를 선택했다. 서울을 침공한 외계인, 할로윈데이에 외출한 드라큘라, 설화 속 달 토끼의 이야기까지 음악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스토리텔링은 히미츠의 음악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동시에 앨범은 내밀한 경험으로 가득하다. 머물던 옥탑방의 그리움을 노래한 '홍은동 334-10', 헤어진 연인과의 이별을 세탁으로 표현한 '런드리', 사랑에 빠진 마음을 노래한 '러브 리볼버'까지,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곡들은 앨범의 작사∙작곡을 맡은 오샘의 솔직한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이야기가 특별해도 결국 음악의 본질은 사운드다. 히미츠는 사운드를 마치 이야기의 배경처럼 사용한다. '화성침공'의 다양한 이야기만큼 사운드 또한 다채롭다.


히미츠는 밴드의 범주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장르를 오간다. 첫 트랙 '복수초'는 복고풍의 신스 웨이브 사운드와 디스코 리듬이 돋보인다. 그러다 사랑에 빠진 모습을 노래하는 '러브 리볼버'에서는 낭만적인 재즈 왈츠가 등장한다. '신기루'와 '왜 눈물'과 같은 록 사운드가 들리기도 하며, 특히 '드라큘라'는 극적인 분위기로 마치 뮤지컬을 보는 듣는 듯한 느낌을 준다. 각 트랙의 사운드는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이야기의 선명한 배경이 된다.

 

*


'화성침공'의 첫인상은 장르 앨범보다는 팝 앨범에 가까웠다. 듣기 어렵지 않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게다가 유머러스한 태도는 앨범을 더욱 쉽게 즐길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앨범의 키치함과 장르적 다양성 때문에 '얕고 가볍다'는 편견을 가질 수도 있다. 음악적인 통일성이나 깊이가 장르 앨범보다 부족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만약 팝에 대한 편견이 있다면 싱어송라이터 천용성의 말을 빌려 이야기 하고 싶다. 그는 '팝은 모든 장르를 흡수하는 유연한 태도이며 원하지 않아도 즐기게 되는 무언가'라고 말했다.


'깊고 진지함'의 반대말은 '얕고 가벼움'이 아니라 '유연하고 넓음'이다. 다양한 장르를 다룰 수 있다는 사실은 뛰어난 기량을 입증하는 것이다. 게다가 원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음악은 본질에 더욱 가까운 예술이라고 볼 수 있다.


히미츠의 '화성침공'은 웰메이드 팝 앨범이다. 유연함 위에서 펼쳐지는 장르와 자연스러운 재치는 팝의 태도에 충실한 작품임을 말해준다. 독특한 이야기에 이끌려 중독성 넘치는 음악을 들려주는 일은 히미츠의 장점일 것이다.


아직도 '화성침공'의 "빠빠 빠빠 빠빠 빠빠" 소리가 머리 속에서 쉽게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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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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