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꿈

글 입력 2021.06.27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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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좋은 기운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마스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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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를 시작한 지 한 달. 아직 모든 동작이 어렵고 몸은 아프기만 하다. 매시간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다. ‘난 왜 유연하지 않지’, ‘왜 하필 요가를 선택했을까’ 등의 후회가 수업 1시간 내내 머릿속을 맴돈다.


강사님이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강사님은 10초를 왜 20초처럼 세는지, 3세트가 왜 어느새 4세트, 5세트가 되어 있는지, 강사님과 ‘나’의 셈법이 왜 다른지에 대해 의문이 따른다.


하지만 1시간의 수련을 끝낸 후, 각종 원망과 후회를 말끔히 씻어내는 한 마디가 귀에 들어온다.


“오늘도 좋은 기운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마스테”


처음에는 어색했다. 좋은 가르침을 받은 건 필자고, 에너지는 강사님이 주셨다. 그런데 필자가 에너지를 줬다고?


그리곤 강의를 몇 번 겪고 깨달았다. 모든 일은 일방적이지 않다. 강의를 듣는 수강생-강사, 수강생-수강생은 한날한시, 우연히 같은 공간에 모였다. 그리고 몸의 속도를 맞추고 함께 호흡하며 몸에 쌓인 나쁜 기운은 빼내고 서로의 기운을 나눈다.


집으로 돌아갈 땐 가벼운 몸과 마음이다.


약간은 맥락에 벗어난 이야기를 하자면, 요가의 기원인 인도는 3,000가지가 넘는 신이 존재한다고 믿기에 상대방도 신처럼 여긴다. 따라서 ‘나마스테’는 ‘나는 당신을 신으로 여긴다’라는 뜻을 함의하며 모든 만남과 인연을 소중히 여긴다는 의미가 된다.


짧으면 짧고 길면 긴 삶을 살아오며 사람의 중요성을 느꼈다. 모든 일의 근본은 사람이다.


그리고 이제는 상대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좋은 사람이 되는 것’. 필자의 꿈이다.

 

 

 

아부의 신?



한번은 누가 필자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좋은 사람이 되는 거, 그거 아부 잘하는 사람 아닌가?’


그땐 조금 충격이었다. ‘내가 가식적인가’, ‘아양을 잘 떠는 사람인가?’


하지만 ‘좋은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전제는 상대도 나를 존중해주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가 필자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뜻대로 조종하려 한다면, 굳이 그에게 나의 한정된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가.


또한 아부는 상대를 단편적으로 얕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즉, 상대의 장점‘만’ 받아들이는 것이다. 인간은 양면적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이다. 또한 아부는 ‘나’의 이득을 위해 하는 행동이다. 상대가 아부인 것을 눈치채지 못한다면 그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필자는 상대의 장단점을 모두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한다. 물론 인간관계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기브앤테이크가 중요하지만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은 아부와 달리 물질적인 이득을 위함이 아니다. 그저 긍정적인 에너지를 나누기 위함이다.


무엇보다, 상대방이 필자를 만나고 집 또는 일상으로 돌아가는 길에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고, 그에게 좋은 기운과 여운을 남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필자를 떠올렸을 때 좋은 에너지가 느껴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같은 생각을 한 지는 오래전부터다. 하지만 최근에 또한번 깨달았다.

 

 

 

카톡이 준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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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22일 밤 10시.


똑같았다. 퇴근하고 간단한 식사를 마친 뒤 역류성 식도염을 걱정하지만 어김없이 침대에 그대로 누워버렸다.


유튜브나 예능 따위를 보는 일의 반복. 하지만 ENFP에게 싫증은 금방 찾아온다. 유튜브를 끄고 SNS를 뒤적거리다, 카카오톡을 켠다. 그리고 친구 목록을 본다.


친구 목록에는 아직 연락하는 사람과 어떠한 이유로 더 이상 연락하지 않는 사람, 두 분류로 나뉜다.


프로필 사진과 저장된 이름을 본다.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보는 이름이 보였다. 그리곤,


‘아!!’


그에 대한 정확한 이미지, 말투, 성격 등은 기억나지 않지만 ‘좋은 사람’이었던 만은 분명했다. 기억이 미화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좋은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사람도 있다. (기운이라는 말은 반복하니 이상한 종교의 신자 같기도 한데 딱히 표현할 말이 없다)


존재자체만으로도 좋은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사람. 참 어렵다.


그 사람은 과거, 특정한 상황이나 대화 등으로 필자에게 좋은 향기를 남긴 사람일 것이다.


장기적인 인간관계든 단발적인 인간관계든 필자도 오랫동안 좋은 인상과 향기를 남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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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주 옛날부터 꿈은 ‘세계여행’이었다.


하지만 취직을 하고, 한 번의 이직을 하니 ‘현실에 치여 휴가도 못 가는 판에 세계여행은 갈 수 있을까?’라는 회의감이 든다. 사실 직업 만족도가 높아 지금으로서는 커리어를 쌓고 싶은 마음에 잠깐, 아주 잠깐 세계여행의 꿈은 미뤄둔 걸 수도 있다.


그리고 어느샌가 ‘꿈’이라는 말이 거창하게 느껴진다. ‘꿈’은 아주 먼 미래를 동경하는 단어 같다. 그래서인가. ‘꿈’에 대해 생각해보면, 10년 뒤 세계여행, 신혼여행은 미국 등의 미래지향적인 목표만 떠오른다.


오히려 하루하루를 만족스럽게 보낼만한 ‘꿈’은 없을까. 라는 생각하다 보니, 나의 일상을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존재가 있었다. 바로 ‘사람’이었다.


항상 사람이 모든 일의 근본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사회생활을 하니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걸 너무나 깨달아버렸다. 물론 학교생활을 하면서도 성향, 성격 또는 크고 작은 권력에 따라 ‘파벌’이 나누어지면서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것도 알았다.


그러면서 최근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이 쌓여갔다. 모든 이와 좋은 관계를 형성할 수는 없을까. 내 안에 있던 평화주의자 기질이 흐려지고 있었다.

 

 

 

좋은 기운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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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기운이라는 말이 참으로 추상적이다.


단적인 예를 들어본다면, 한번은 황금 같은 주말에 오래된 친구 A와 만났다. 가치관과 대화 주제가 잘 맞아 A와의 만남을 좋아했다.


그날은 연락은 자주했지만 각자 생활로 인해 오랜만에 만난 날이었다. 하지만 A는 변해있었다. 만나기 시작한 오후 1시부터 헤어진 오후 6시까지 A는 대화를 통해 자신에게 스스로 훈장을 달아주고 있었다.  A를 소개해주려 데려간 친구 B에게 미안할 정도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상쾌하지 않았다.


또 한 번은 친구와 연락을 하다가 ‘지친다’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 후로는 연락을 피하게 되는 친구가 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항상 그 친구는 ‘힘들다’, ‘죽을 것 같다’ 등의 말을 늘어놓았다. 그리고 SNS에는 행복하고 즐거운 사진들을 업로드했다. 필자는 감정쓰레기통이 되어있었다.


지금은 두 친구와는 ‘사회적 거리두기’ 중이다.

 

 

 

좋은 에너지 갖기



만나는 사람마다 좋은 에너지를 주기 위해서는, 또다시 전제조건이 붙는다.


‘내가 좋은 에너지를 갖고 있는가?’


이를 위해서 내가 나를 사랑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했다. ‘나’에게 여유가 없으면 사람과의 상호작용도 귀찮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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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요가를 통해 몸을 건강히 하고, 충분한 휴식을 통해 스트레스를 낮추고, 업무와는 전혀 상관없는 친구들과 소소한 대화를 나누고, 자기 전에 간단히 책을 읽고, 좋아하는 영화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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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최근 가장 빠져있는 ‘반려동물 유튜브’ 시청이 필자에게 가장 선한 에너지를 채워준다.


사람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남기기 위해 내일도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고, 1분이 2분 같은 요가를 하러 간다. 잠깐은 강사님을 원망하겠지만 말이다.


“오늘도 좋은 기운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마스테”

 

 

[신재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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