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책을 손수 구매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문화 전반]

글 입력 2021.06.22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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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 수 있는 방법은 많다.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을 수도 혹은 빌릴 수도 있고, 요즘은 다양한 도서를 비치해두는 문화공간이 많으니 가서 시간을 보낼 수도 있겠다. 또는 대형서점에 들어가 이런저런 책들을 구경하며 읽어볼 수도 있을 것이고, 그것도 아니라면 책을 구매하여 읽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창작의 산물이 넘쳐나고 무한한 소비가 이루어지는 세상에서 하나의 창작물을 구매하고, 나의 공간 한편에 두어 소장한다는 의미는 도대체 무엇일까. 그중에서도 오늘날 책을 산다라는 행위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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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최근에서야 독서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고, 부끄럽지만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도 책을 그다지 가까이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책을 싫어한 것은 아니지만, 시간을 내어 가만히 글을 읽는 습관이 들지 않아 못 견뎌 했다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

 

각설하고, 이렇게 독서 초심자의 시절이 머지않은 때에 있었던 내가 가졌었던 의문이 한 가지 있었다. '얼마든지 빌릴 수 있는 책을 손수 구매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만약 그들에게 책이 읽기만을 위한 것이라면, 굳이 돈과 공간을 들여 구매하는 것은 비합리적인 행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책이라는 것은 단지 읽기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이 이치에 맞는 일 아닐까.

 

 

 

소장하고 싶은 마음


 

예술작품에 대한 소유는 누구나 열망하는 욕구이겠고, 책이라는 창작물을 구매함으로써 이러한 욕구를 해소한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애정에 기반한 일련의 수집과 같은 행위는 예술이라는 무형의 가치를 물질적으로 누릴 수 있다는 데서 큰 의미를 가지며, 소비자로 하여금 만족감과 행복을 느끼게 한다.


 

"어제는 책을 읽다 끌어안고 같이 죽고 싶은 글귀를 발견했다"

 

미인처럼 잠드는 봄날 中 , 박준

 


누구나 각자 남다르게 여겨지는 작품을 만나게 되기 마련이다. 책을 읽다 '끌어안고 같이 죽고 싶을 만큼' 좋은 작품을 만나게 될 때면, 생각보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별것이 없다. 소장용 책을 한 권 구매하거나, 필사를 해 본다거나, 마음에 묻어두는 일 쯤이 있으며, 그중 책을 구매하는 일을 통해서라면 그 작품이 마치 내 일부가 된 것인 양 마음이 든든해지기도 한다.


조금 더 깊은 애정에서 비롯될 수 있는 마음이라고 한다면, 바로 응원하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 이를테면 작가를 좋아하는 마음에서 해당작가의 컬렉션을 이루어보고자 하는 뚜렷한 목적의 수집이 될 수도 있겠으며, 혹은 지속가능한 작품활동에 대한 지지와 응원의 마음을 소비로써 나타낼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손쉽고 빠르며 가장 확실한 응원의 방식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때로는 직감과 운명에 맡기는 소비


 

상황에 흔들려 얼떨결에, 혹은 그날의 기분에 덩달아 소비를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도 그런 편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데, 가령 약속 시간이 많이 남아 들어간 서점에서 제목에 이끌리듯 구매하게 된다든지,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내고 나에게 보상하듯 한 권 선물하게 되는 책이라든지.

 

책을 고르는 데 있어서 사뭇 까다로워 조심스러운 편임에도 불구하고, 그 날의 운을 시험해보듯 선뜻 책을 사게 되는 때가 있다. 무엇을 사야겠다는 계획 없이, 오로지 직감에 맡겼던 선택이 의외로 취향에 맞았던 경험들이 잦았던 터라 쉽게 멈출 수 없는 소소한 일탈적 소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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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애호가분들은 어떤 상황에서, 혹은 어떤 책을 직접 구매하여 읽으실지 궁금하다. 장황하게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가며 분석해보려 노력했지만, 이 외에도 신간을 빨리 보고 싶어서라거나 도통 찾아보기 힘든 독립 서적이어서라든지와 같은 필자의 경우를 비롯하여 현실적이고도 다양한 의견들이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이유가 어찌 됐건 많은 선택지 중에서도 고민하여 책을 손수 구매하는 사람들의 따듯하고도 귀여운 마음씨가 세상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장현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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