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기억에 대한 연극 - 서교동에서 죽다

글 입력 2021.06.19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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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다양한 작품으로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은 극단 백수광부가 신작 연극 <서교동에서 죽다>로 돌아왔다.

 

나 또한 백수광부의 이전 정기공연 <다방>을 관람하면서 근현대사의 풍파를 거치는 소시민의 모습에 감명을 받았기에, 이번 공연에서도 어떤 감상을 얻게 될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중이다.


<서교동에서 죽다>는 제6회 벽산희곡상을 수상한 작가 고영범의 신작이다. 고영범 작가는 이 작품에서 자신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유년 시절의 기억을 소환하여 현재를 규명하는 독특한 글쓰기 방식을 활용했다.

 

그는 우리가 잊고 싶은 기억, 잊어버린 기억을 무대 위로 소환하여 관객과 직접 대면하게끔 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다.

 

 

서교동 본 포스터.jpg

 


본 작품에서는 고영범 작가와 <에어콘 없는 방>, <오레스테스> 등을 함께 만들어온 이성열이 연출을 맡았다.

 

국립극단 예술 감독을 역임하며 <오슬로>, <화전가> 등 굵직하면서도 섬세한 연출로 호평을 받은 이성열 연출은 <서교동에서 죽다>를 통해 주인공 진영의 어둡고 가려진 기억의 방을 거닐며 개인의 기억을 넘어 한 시대를 되짚어보려 한다. 즉, 이 연극은 시대와 기억에 대한 연극이다.

 

작품의 간략한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미국에 사는 진영은 누나의 병문안을 위해 수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다. 누나는 암으로 투병 중이고 어머니는 치매를 앓고 있다. 진영은 조카 도연과의 대화를 통해 마음속에 묻어 둔 아픈 과거와 만난다. 


어릴 적 진영은 아버지의 사업 실패 후 부촌인 서교동에서 가난한 화곡동 시장통으로 이사하게 되고, 어머니는 간경화로 몸져누운 아버지를 간병하며 구멍가게로 생계를 이어간다. 하지만 아버지는 가족들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건강을 되찾기를 포기하고 술 마실 돈을 마련하기 위해 진영에게 심부름을 시킨다.

 

진영은 아버지 심부름을 하기 위해 지하실에서 연탄 가는 일을 어린 동생 진수에게 맡기고 집을 나선다. 그런데 그만 진수에게 사고가 터지는데....

 

*


<서교동에서 죽다>에서는 그간 여러 무대에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박완규 배우가 주인공 ‘진영’으로 분해 과거와 현재, 서교동과 화곡동을 누비며 이야기를 이끈다.

 

개인적으로 연극 <파우스트 엔딩>에서 메피스토펠레스를 맡아 관객의 몰입도를 한껏 높이는 연기를 보여주었던 그의 모습이 아주 인상 깊었는데, 박완규 배우 특유의 깊고 웅숭깊은 음색과 강렬한 눈빛이 이번 공연에서는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하다.


작가의 언어를 빌리자면, 이 작품은 소위 한국 사회의 386세대라고 불리는, 초라한 50대 후반 사내의 배후를 들여다보려는 의도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렇듯 현대 사회를 들여다보는 연극은 자칫하면 놓치기 쉬운 우리 주변의 일상적 존재를 섬세하게 들여다보려는 시도에서 출발한다.

 

 

13.jpg

 


애써 외면하고 싶을 정도로 볼품없어 보이는 한 명의 인간은 어떤 과정을 거침으로써 현재에 도달한 것일까? 그는 어떻게 오늘에 머무를 수 있었을까? 작가는 이와 같은 질문을 던지면서 작품을 집필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선뜻 답하기에는 어려운 질문이다. 나 또한 이 공연이 나에게 어떤 답변을 줄지 예상하기 어렵고, 그래서 더욱 기대된다.


이번 공연에서는 윤시중(극당 하땅세의 연출)과 김채연이 무대미술가로 합류했으며, 연극 <에어콘 없는 방>에서 이성열 연출과 합을 맞추었던 조만수가 드라마터그를 맡았다. 또한 최보윤과 이수원 디자이너가 각각 조명과 의상을 맡았다.


<서교동에서 죽다>는 대학로 씨어터 쿰 소극장에서 2021년 6월 20일부터 7월 4일까지 공연된다. 티켓 예매는 인터파크 및 백수광부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이남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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