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진정한 교육적 평등을 이루기 위하여

우리의 교육은 언제나 불평등할 수밖에 없는가?
글 입력 2021.06.17 13:28
댓글 2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크기변환]2.jpg

미국 뉴욕 JFK 국제 공항

 

 

영어로 간단한 의사소통만 가능했던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버지께서 미국 주재원으로 파견되셔서 뉴욕에 가서 2년 동안 살게 되었다. 출국하기 이전에는 외국은 처음이었기에 마냥 설레고 기대되기만 했다. 하지만 미국 뉴욕의 JFK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설렘은 온전한 두려움으로 바뀌었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영어와 한국과는 차원이 다른 미국 12월의 추위가 나를 더 얼어붙게 했었다.

 

우리 가족이 살게 된 Fishkill이라는 마을은 흔히 알려진 화려한 뉴욕과는 정 반대로 조용한 시골과 가까웠다. 어렸을 때부터 고층 아파트에 살다가 전형적인 미국의 2층의 주택에 살게 되었다. 집의 바닥이 나무나 대리석이 아닌 카펫으로 만들어졌기에 신기했고 또 낯설었다. 미국에 도착한 지 한 달 정도 지나고 국제학교가 아닌 공립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나는 학교에서 유일한 한국인이었고 미국 학생들의 관심을 듬뿍 받게 되었다.

 

하지만 기본적인 영어만 할 줄 아는 나에게 아이들의 관심은 부담스러웠다. 새로운 아시안 친구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던 친구들은 여러 가지 질문을 해주었지만 나는 알아듣지 못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웃고 알아듣지 못했다는 신호를 보낼 뿐이었다.

 

워낙 말이 많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은 좋아하던 나에게 미국의 초기 생활은 굉장히 어려웠다. 그리고 그 원인은 당연히 '언어'였다. 나는 그야말로 살아남기 위한 서바이벌 잉글리시를 습득했다. 영어를 빠르게 습득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미국 ESL의 개별화된 교육 덕분이었다.

 

 

esl - 복사본.jpg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1학년 때까지 다른 친구들이 제2외국어로 스페인어를 배울 때 나는 ESL(English as Second Language) 반에서 영어를 배우게 되었다.

 

ESL 수업이란 나처럼 타국에서 온 학생이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게 될 경우 영어를 제2외국어로 배우게 되는 수업이다. 나의 제2외국어 선생님이셨던 Ms. Liccetti는 정말 온화하고 또 상냥하신 분이셨다. 매일 나의 이해도를 확인하고자 노력하셨고 그에 맞춘 학습 자료를 준비해 주셨다. 선생님의 노력 덕분에 나는 영어를 빠른 속도로 습득할 수 있었고 친구들과도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었다. ESL 반을 마친 후 일반 스페인어 반으로 옮긴 후에도 선생님께서는 꾸준히 나의 안부를 물어봐 주셨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날에는 선생님께서 직접 만드신 팔찌를 선물 받았다. 핸드메이드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고 예쁜 비즈 팔찌였다. 그리고 선생님께서 마지막으로 해주신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배움을 즐거워하는 네가 앞으로도 원하는 분야에서 깊은 배움을 얻고 꿈을 펼쳐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이 말은 들은 순간 나는 선생님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단지 지식만을 전달하는 선생님이 아니라 학생의 심리적/정의적 측면까지 돌봐줄 수 있는 교사를 꿈꾸게 되었다.

 

[크기변환]1.jpg

 

교사를 꿈꾸게 된 후 나는 영어를 잘하지 못하던 내가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수업을 따라갈 수 있었듯이 학업을 어려워하는 친구들에게 동등한 공부의 시작성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중고등학생 때 주변 친구들을 도와주면서 큰 뿌듯함을 느꼈고 목표를 충분히 이룰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한국 교육의 실상을 마주한 것은 대학교를 입학한 후였다.

 

사교육을 듬뿍 받고 도심의 중학교, 특목고를 졸업한 나는 사실 교육 격차를 크게 느끼지 못했었다. 입학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중학생 2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시연을 준비했었는데 중학생 2학년에게 어렵다는 지적을 받았었다. 그저 의아했다. 다들 이 정도는 기본으로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의문점을 해소하고자 교육봉사를 시작했다. 실제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서 평균적인 영어 수준을 알아보고 싶었다. 그리고 첫 교육봉사는 그저 충격적이었다.

 

중학생 시절 교과서를 달달 외워서 시험을 보는 게 일상이었던 나에게 교과서가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친구들과 함께 학원을 다니면서 사교육으로 토플이나 텝스를 공부했기 때문에 교과서를 어려워했던 친구들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내가 첫 교육봉사로 만난 아이들은 중학생임에도 불구하고 간단한 인사인 Bye의 스펠링조차 모르는 친구도 있었다. 교과서를 읽는 것은 당연히 어렵고 가장 까다로운 부분인 문법 파트는 이해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이때 당당하게 교사가 되겠다고 외치던 내가 너무나도 부끄러워졌다. 한국 교육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했으면서 교육의 동등한 시작점을 만들어주겠다는 목표를 가졌다는 점을 반성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더욱 많은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지속적으로 교육봉사를 하게 되었다. 지난 몇 년 동안 많은 교육봉사에 참여했고 언제나 교육 편차의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전의 나처럼 고도화된 사교육을 받은 아이들과 기초적인 교육을 따라가지 못하는 아이들이 한 반에 있는 경우 수업 자체가 어려웠다. 평균 난이도를 잡아도 여전히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쉬웠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어려웠다. 결과적으로 그 누구도 만족할 수 없는 수업이 되었다.

 


7.jpg

 

 

이런 문제를 과연 교사가 되어서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작년 교생실습에서 공교육이 이루어지는 실제 현장을 경험하고 나만의 답을 내리게 되었다. 나는 나의 모교인 특목고에 영어 교육 실습생으로 다녀왔다. 영어를 잘하는 아이들을 선발한 학교였기에 학교이 기대하는 학생의 학업 기준은 상당히 상향 평준화되어 있었다. 하지만 모든 아이들이 학교의 기준을 따라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외국에서 다년간 거주한 친구들은 자신 있고, 즐겁게 수업에 참여하는 한 편 많은 아이들은 수업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수업의 난이도는 어려웠고 진도는 빨랐다.

 

나 또한 고등학교에서 어려움을 겪었었기에 아이들의 고충이 안타까웠다. 하지만 교사가 된다면 아이들에게 부담이 되는 수업을 해야만 할까 심히 고민이 되었다. 학교의 수업 자료는 개인이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장, 동료 교사와의 토의 하에 선정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나 혼자 판단하고 자료를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이러한 생각 아래 내가 이루고자 하는 진정한 교육적 평등에 조금이라도 더 기여하기 위해서는 교사가 아닌 교육 문화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원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20210617132342_xxdpprqq.jpg

 


대학을 졸업한 후 교육 편차를 해소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대학원 입시를 준비하고 있다. 교육 및 사회적 문제를 직접 분석해보고 실제적인 해결책을 도출하기 위해 새로운 분야의 공부를 겸하고 있다. 바로 교육과 접목할 수 있는 인공지능 분야를 전공으로 공부하기 위해 데이터 분석의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누군가 보기에는 다소 무모하다는 공부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단지 사범대를 졸업했다고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발굴하는 길이라는 점이 매일 나를 설레게 만든다. 나에게 평등한 시작점을 만들어 주신 Ms.Liccetti 선생님처럼 나도 많은 아이들에게 학업적 부담을 덜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

 

교육적 소외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학생들은 생각보다 굉장히 많다. 올바르게 배우지 못한다면 학교를 가는 것은 단지 고통스럽고 수업을 지루할 뿐이다. 오랜 기간 동안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별화 교육이 강조되어 왔지만 사실상 공교육 현장에서 온전한 맞춤형 수업이 진행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수업과 더불어 떠오른 에듀테크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다면 바로 이 문제의 해결점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아직 시작 단계이기에 과연 어떤 단계까지 개발해낼 수 있는지는 미지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분야의 발전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학생들의 개별적 수업을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또 이를 실현하여 미래의 학생들이 개인에게 가장 필요한 수업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이를 통해 꼭 동등한 교육의 시작점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박세윤.jpg

 

 

[박세윤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87937
댓글2
  •  
  • 스페셜스튜핏
    • 에디터님의 열정을 응원합니다! 에디터님이 먼 곳에서 받았던 도움이 주변의 도움으로 이어지길 기대할게요ㅎㅎ
    • 1 0
    • 댓글 닫기댓글 (1)
  •  
  • 박세윤
    • 스페셜스튜핏응원 감사합니다!
    • 0 0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1.07.25, 22시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부일로205번길 54 824호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1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