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문과가 마주한 이과의 시각 - 우리 인간의 아주 깊은 역사

글 입력 2021.06.10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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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처음 편 순간 느꼈다. 내가 내 손으로 넘지못할 크나큰 산을 선택했다는 것을.

 

인간의 존재에 관하여 철학적인 내용만을 접하다 신경외과의가 바라보는 인간의 존재와 역사가 궁금하여 호기심을 느껴 이번 향유를 진행하였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놓친 점이 있다. 바로 필자는 뼛속까지 문과인이고, 저자는 이과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는 의사라는 점이다. 작은 호기심으로 시작한 향유가 내게 이토록 큰 동공지진과 내적지진을 불러올 줄은 몰랐다.


책을 읽으며 느낀 감정은 마치 문과출신인 내가 이과 전공을 선택 후 첫 전공 수업을 들었을 때의 느낌, 사람의 심리가 궁금해 교양수업으로 심리학개론 수업을 선택했다 생물심리학을 마주했을 때 느꼈던 생경한 느낌과 같았다.


사실 나의 이런 걱정과는 달리 책은 신경외과의가 저술했음에도 친절했다. 뒤로 갈수록 전문적인 내용을 담겨 있어 책을 읽고 이해하기까지 보다 많은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조금만 집중하여 책을 읽는다면 시간은 오래 걸릴지언정 책을 얼추라도 받아들일 수는 있었다.

 

책은 총 15부로 이루어져 있으며 전반부는 전체적으로 생물의 진화를 다루고 있으며, 후반부부터는 본격적으로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책에서 첫 번째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인간에 대한 작가의 관점이었다.

 

 

우리 종은 생명이란 나무의 가지 하나에서 뻗어 나온 잔가지 하나에 불과하다. 우리는 이 가지에 특별한 관심이 있으며, 거기에서 생명의 역사를 바라본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자연의 질서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은 아니다. - p.37

 

 

인간은 종종 우리의 존재가 가장 상층에 자리하고 있다고 착각을 하곤 한다. 인간은 감정이 있고, 도구를 사용하며, 문명을 만들어 왔다는 점에서 우위에 섰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모두 다른 생명체를 밟고 그 위에 선 것이나 다름없다. 지구의 시간을 24시간으로 환산했을 때 인간이 출현한 시간은 굉장히 짧다고 한다. 인간은 그 짧은 시간동안 수많은 환경과 생태계를 파괴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은 생각치 않고 인간이 생태계의 꼭대기에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책의 초반부터 저자가 얼마나 인간 중심적 사고를 경계하는지 알 수 있다.  저자는 인간을 생태계의 가장 꼭대기에 두는 것을 거부하며, 하나의 생물체로 봐야한다는 견해를 지속하여 언급한다. 인간 또한 다른 생물체처럼 인간만의 특징을 가진 수많은 생명체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한다. 계속하여 반복되는 그의 의견을 마주하고 있자면 책의 내용과는 별개로 어느새 '인간'이란 존재를 생각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며, 우리 인간의 존재가 특별한 것이 아닌, 하나의 생물체임을 상기하게 된다.

 

 

우리인간의아주깊은역사_입체.jpg

 

 

과거 한 프로그램에서 '짜증난다'라는 표현을 지양해야 된다는 강의내용을 보았다. 우리 인간이 가진 다양한 감정을 가지는데 이 '짜증난다'라는 표현은 우리의 감정을 하나로 모아 정확한 감정을 인지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책의 마지막 파트에서 이와 비슷한 내용을 발견할 수 있다. 책에 따르면 감정은 우리가 가장 관심을 가지는 의식적 경험으로 감정을 과학적으로 연구하기란 특별히 더 까다로웠다고 한다. 저자는과학자들이 과학적 구성물로서의 '감정'을 설명하기 위해 상당 부분 일상 용어에 의존해왔기 때문이라 생각하는데, 이에 대한 예를 '공포'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설명한다. '공포'와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선 이를 설명해야되는데, '공포'라는 이름을 지어 설명하게 되면 선입견이 생겨 연구가 잘못된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1602년 프랜시스 베이컨도 과학자는 대상에 해당하는 용어를 가지고 있다는 단순한 이유만으로 그것에 암묵적으로 실재를 부여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는 다시 말해, 우리가 어떤 대상에 이름을 부여할 때 우리는 그것을 구체화하게 되고, 그 대상에게 붙여준 이름이 암시하는 속성을 그 대상에게 부여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평소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단어와 말이 인간의 감정과 연결됨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


우리의 깊은 역사를 마주하고 에필로그를 읽으면, 왜 저자가 그토록 인간의 인지를 중점으로 파헤쳤는지를 알 수 있다. 저자는 우리가 종으로서 존속해야만 개체로서도 존속할 수 있다고 말한다. 생물학적 진화보다는 인지적, 문화적 진화와 같은 좀 더 빠른 변화 방안을 모색해야 하며, 이는 다시 우리의 자기주지적인 뇌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기에 그는 결국, 우리가 믿고 기댈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의식밖에 없다고 믿기에 우리 인간의 아주 깊은 역사를 연구하고 저술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지금, 아직까지도 머릿속이 복잡하다. 흥미로우면서도 어려운, 이해한 듯 하지만 하지못한 새로운 내용들이 내 안을 빙글빙글 돌아다닌다. 앞서 고백했듯이 내 자신이 내용을 잘 소화했는지, 제대로 이해를 한 것은 맞는지 인간의 아주 깊은 역사에 대한 질문 외에도 많은 질문들이 떠다닌다.

 

책의 주제와 관련하여 호기심은 있지만 기본적인 베이스가 부족하여 독서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책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도전의식 또한 가지게 되었다. 책을 통해 인간의 존재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정보를 얻은 것도 사실이다.

 

평소 인간과 뇌에 관심이 있는 사람. 신경계와 뇌의 발달이 어떻게 유기체의 생존과 번성을 이끌었는지, 우리의 의식과 감정은 어떻게 출현했고, 왜 인가만의 고유한 특성인지, 생명의 진화사는 무엇인지에 대한 관심이 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이 그 호기심에 도움을 줄 것이다. 또한 생명체와 인간의 뇌와 관련하여 새로운 시각을 접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이 책은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우리를 지금의 우리로 만든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고자 마지막장을 덮은 책의 첫번째 장을 다시금 열어본다. 이번엔 부디 책이 호기심으로 인한 섣부른 선택이 아닌, 호기심을 풀어줄 올바른 선택으로 다가오기 바란다.

 

 

[김히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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