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위왓치유 - 디지털 성범죄자 검거 프로젝트

#WeWatchYou
글 입력 2021.06.03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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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집처럼 꾸며진 3개의 세트장, 12살로 설정한 페이크 계정을 만들고 컴퓨터 모니터 앞에 선 배우들.

 

계정 계설과 동시에 전 세계 남성이 접촉해왔으며 열흘 간 나체사진 요구, 가스라이팅, 협박, 그루밍 등을 시도하는 남성은 총 2,458명이었다. 그리고 우린 그 중 21명과 대면하게 된다.

 

범죄의 형식이 온라인으로 확산된 언택트 시대. 성에 대한 가치관이 형성되지 않은 아동·청소년들에게 일어나는 충격적인 디지털 성범죄를 추적한다. 그리고, 가해자들의 처벌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

 

<위왓치유>는 20 대 3명의 배우가 12세 소녀를 연기하며, 페이크 계정을 만들어 랜덤 채팅에 참여해 아동, 청소년에게 접근하는 디지털 성범죄자들을 좇고 검거까지 나서는 과정을 담은 체코의 리얼 다큐멘터리이다. 실제로 체코에서 <위왓치유>가 개봉한 후, 채팅에 참여했던 실제 범죄자들의 경찰 수사까지 이끌어낸 작품이라고 한다.

 

최근 대한민국을 흔들었던 N 번 방 사건과, 팁페이크, 불법 촬영 등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피해와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가운데 <#위왓치유>가 전할 강렬한 경고의 메시지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N번방 사건을 지나 딥페이크, 몰카 등 불법 촬영 그리고 디지털 성범죄에 관한 뉴스들을 보면서 경악을 멈추지 못했다.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암암리에 지속되는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을 깨닫고 국민들은 분노를 참지 못했다. 게다가 아동부터 성인까지,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들의 나이대는 다양했고, 아직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까지 범죄의 대상이 되는 것이 사람으로서는 감히 상상도 못할 일들이었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너무 힘들었다. 속이 울렁거리고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그럴수록 마음을 다잡고 두 눈을 더 똑바로 뜨려고 노력했다. 힘들고 믿기 싫은 일들이지만, 피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오히려 하나부터 열까지 똑바로 상황을 직시하고 온 마음을 다해 분노해야 한다. 그동안 많은 범죄들을 접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짧게 분노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바꾸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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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들은 주로 심리적으로 예민하고 약한 아이들에게 접근한다. 아이들의 마음을 이용해서 본인들의 이익을 위해 멋대로 그들을 조종하고 주무르려 든다. 아이들의 약점을 잡고 협박해서 아이들이 절대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다. 게다가 본인들이 어떤 잘못을 하고 있는지 전혀 의식조차 없는 듯했다. 강자에겐 덤비지 못하고 약자인 아이들을 표적으로 삼아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모습. 그런 장면들을 직접 보고 있자니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N번방 사건과 더불어 불법 촬영 범죄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피해자의 사진을 찍어 친구들, 부모님,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으면 시키는 대로 하라는 강제성을 부여한다. 그리고 점점 더 수위를 높여 그들이 절대로 그 검은 손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본인을 자책하게 되고, 주위에 도움을 청하지 못하게 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용기를 내서 피해를 알려도 금방 묻혔고, 오히려 피해자는 2차 가해를 당했다. 그에 비해 범죄자는 교모하게 빠져나가거나, 처벌을 받더라도 범죄는 끊기지 않는다. 또 다른 범죄자가 범죄를 대물림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여러 사건들과 피해자들의 용기로 조금씩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지만 상황은 그리 호전되지 않은 듯하다.

 

실제 영화 속에서 10대를 연기한 3명의 배우들은 심적으로 매우 지쳐갔고, 그들의 심리 변화가 화면 밖에 있는 나에게까지 전달되었다. 분명 연기를 하는 상황이고, 그 점을 인지하고 있지만 범죄자들의 범죄 행위는 그 틈을 파고 들어서 마음을 갉아먹고 있었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는 감독들과 제작진들도 점점 낯빛이 어두워져 갔고, 범죄자들은 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한 채 뻔뻔하게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연기이고, 우린 화면 밖에서 이들을 지켜보고 있지만 실제 범죄에 노출된 피해자들의 심정이 어땠을지 정말 상상도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용기를 내고 피해를 알리려고 노력한 그들에게 정말 고마웠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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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끝나고, 한겨레 신문의 기자님들과 영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기자님들은 실제로 N번방 사건을 취재했었던 분들로, 당시의 상황과 N번방 사건에 관하여 많은 것들을 알려주셨다. 코로나로 인해 질의응답은 오픈 채팅방을 통해 이루어졌다. 영화에 관한 감상이나, 질문들을 자유롭게 주고받았고, 영화관 속의 사람들은 모두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그 공간에서 사람들은 하나가 되어 같은 목표를 바라보고 있었다. 영화를 보면서 각자 느낀 바는 다르지만 지향하는 점은 같았다. 그래서 많은 힘이 되었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연대한다면 디지털 성범죄도 언젠가는 사라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보였다. 솔직히 말해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분노해도, 결국 범죄자들은 잘 먹고 잘 사는 모습을 많이 봐왔고, 어떠한 거대한 힘 앞에 무력함을 느끼기도 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며 많이 지쳤고, 오늘만 무사히 지나면 된다는 마음가짐이 조금씩 늘어갔던 것 같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모여 목소리를 낸다면 언젠간 바뀌지 않을까. n번방 사건은 정말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세상에 민낯을 드러낼 수 있었다. 처음 기자님들이 n번방을 취재할 당시만 해도, 그렇게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고 하셨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을 알리려고 노력하고, 목소리를 냈기 때문에 만천하에 드러날 수 있었고,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무기력하고 힘에 부치지만, 조금이라도 세상을 바꾸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목소리를 내고 싶다. 그 힘은 결국은 공동체에서 나오는 것 같다.

 

나에겐 평범한 일상이지만, 지금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디지털 성범죄는 발생하고 있을 것이다. 더 이상 모른척할 순 없을 것 같다. 괴롭고 힘들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알려야 한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요즘 같은 디지털 세상에서 나도 언젠간 표적이 될 수 있다. 그걸 명심해야 한다.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영화였다. 앞으로 이런 영화를 많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둠을 외면하지 않고 똑바로 직시해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정윤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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