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해 여름으로 오래 기억될, 신인류 [음악]

5인조 밴드 신인류의 음악
글 입력 2021.06.02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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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여름은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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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 잡은 지난 여름과 다가올 여름에게

사랑의 추억 이야기를 들려줄게요.

가사를 따라가다보면

그림이 완성되어 있을 거예요, 조금 느리게”

 

- 신인류

 

 

‘여름이었다’라는 말을 붙이면 어떤 말이든 청춘 감성으로 변하게 된다는 재미있는 표현이 있다. 아마 ‘여름’ 하면 떠오르는 청량한 분위기 때문에 만들어진 문장일 것이다.

 

최근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채널이 많이 등장하면서, 감성적인 음악을 모으는 유튜버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그 영상 아래에는 이러한 표현들이 종종 등장하곤 한다. 그리고 ‘여름’을 주제로 플레이리스트를 만든다면 꼭 들어줘야 하는 노래들이 있다.

 

바로 ‘신인류’ 밴드의 노래들이다. 신인류의 리더는 보컬 ‘신온유’, 드럼은 이예찬, 키보드는 하형언, 기타는 이지훈, 베이스는 문정환으로, 5인조로 구성되어 있다. 그들은 대학 동기들이었고, 리더 신온유의 이름에서 팀명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또 ‘음악으로도 새로운 것을 항상 추구해보자’라는 신념으로 ‘신인류’라는 팀이 결성되었다.

 

신인류의 곡들을 듣게 되면 파랗게 물들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한다. 본 글은 2019년 발매된 <우리에게 여름은 짧다> 앨범의 일부 수록곡을 중심으로 그들의 음악을 살펴보려 한다.

 

 

 

파랗게 질려버렸어 (feat. 수진)



어둑한 밤 하늘에 솜구름이 끼면 기억을 넘어가는 밤하늘이라고 말해요. 자리 잡은 기억 모두가 구름배를 타고 어디로 떠나는 것 같았거든요. 그중엔 잡고 싶은 기억도, 흘려보내고 싶은 기억도 섞여있구요. 그러다 희미해지면 수놓은 별들과 머리를 맞대고 잠이 들고 말아요. 파랗게 질려버릴만큼 행복한 꿈을 안고.

 

- 곡 소개 中

 

 


 

 

유난히 잠 못 드는 밤이 있다. 풀리지 않는 고민의 매듭을 짓지 못해서 뜬눈으로 밤을 새고 나면, 새벽 시간대의 푸른 빛을 마주할 수 있게 된다. 멍하니 앉아 창밖의 고요한 빛을 바라보고 있을 때면, 여러 가지 감정이 든다. 이 곡은 그러한 감정 색인 푸른 빛을 담았다.

 


“기억을 넘어가는 밤하늘 바라보면 그리 막 어둡진 않은데

망설임 하나 없이 내 맘을 가져가면 더 이상 줄 것도 없겠지”

 

 

라는 구절을 듣다 보면,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기억을 세는 한 인물의 모습이 그려진다.

 

특히 “희미한 우리의 미래보다 나은 게 있어. 지금 이렇게 가만히 누워서 가는 시간 잡지 않아도 편안한 세상 어디 또 있을까?”라는 구절을 들으면서는 각자의 추억마저 떠올리게 된다.

 

누군가 만든 음식은 먹었을 때, ‘무슨 재료를 넣어 만들었을까?’를 떠올리기보다, 예전에 유사한 요리를 맛있게 먹었던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면, 그 요리는 정말 좋은 요리라고 들은 적이 있다. 이처럼 이 곡을 듣는 청취자 역시 자신만의 경험을 상기해볼 수 있으므로, 신인류의 음악은 좋은 맛을 내는 요리라고 생각한다.

 

드리마 ‘멜로가 체질’의 OST였던 <작가 미정>을 담은 유튜브 영상의 댓글만 보아도 각자의 감성과 추억으로 가득 차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파란 분위기 속 듣는 사람을 곡 안으로 끌어들이는 신인류의 음악은 특별한 매력이 있다.

 

 


 

 

 

한여름 방정식


 

 

“그날의 우린 사랑을 말하고서 왜 다시 고민할까?”


 

곡 <한여름 방정식>의 첫 가사이다. 리더 신온유는 “여름을 생각하면 떠올라지는 것들”을 생각하며 곡을 수록했는데, 특히 위 곡은 소나기가 엄청나게 쏟아지던 밤을 떠올리면서 쓰게 되었다고 한다. 비가 내리는 날 이러한 가사를 쓰다니, 꼭 영화 <클래식>에서 배우 손예진이 비를 맞으며 달려 나가는 장면이 떠오른다.


이렇게 로맨스에서 사랑과 열정의 계절, 잠시 쉬어감을 선사하는 ‘비’처럼, <한여름 방정식>은 여름의 고민, 사랑의 기억을 선사한다. ‘한여름’에 꼭 풀어야 할 방정식을 우리는 기간 내에 다 풀 수 없을지라도 ‘울지 말아요’라고 이야기하는 이 곡은 듣는 이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토닥이고 있다.

 

 


 

 

 

꽃말


 

신인류 유튜브 채널에서 리더 신온유는 곡 <꽃말>의 의도를 밝혔다. 그는 오래 음악을 하고 싶었다고 밝혔는데, 그 말에서 팀원과 꿈에 대한 분명한 사랑이 느껴졌다.

 


“우리의 청춘이 그늘져도 그게 빛이 없는 게 아니라, 

그늘이 지면 쉴 곳이 있어서 행복하다는 의미에서 

신인류 친구들과 그늘에서 쉬고 싶다.”

 

- 신온유

 

 

청춘이라도 매일같이 푸르를 수는 없고, 그늘이 생기기 마련인데 그 어두운 그늘을 감추는 게 아니라, 그늘 자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게 놀라웠다. 빛이 없는 어둠이 절망적이지 않고 그늘이라 여기는 그의 태도는 노래 가사에도 충분히 묻어난다.

 

 


 

 

온종일은 꽃가루가 날리고

녹음은 빛 등지고 살아가

우리의 낭만도 하나뿐인 꽃말이 될 거야


누군가의 말을 빌리자면

애정은 선명히 물든다네요


 

애정은 선명히 물든다고 표현하는 그들의 가사처럼, 신인류의 음악은 서서히 스며들어 선명히 빠져들게 만든다. 지나간 시간이 버려지는 게 아니라, 마음 어딘가에 쌓여서 꽃말처럼 기억될 거라는 이야기는 글로만 읽어도 아름답다.

 

 

 

꽃말처럼 기억될 그들의 노래




 

 

하지만 아쉽게도 서정적인 가사와 멜로디를 더는 들을 수 없게 되었다. 신인류는 2020년 6월 30일을 기준으로 음악 활동을 마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꽃말처럼 오랫동안 <신인류>의 음악은 삶 곳곳에서 기억될 것이다.

 

 

“저는 신인류의 가사를 듣고 읽다 보면

우리말이 이렇게 아름답게 나열될 수 있나 싶어요.

가사에 따라 흘러가는 곡을 여러분의 인생에 빗대어

공감해주셨으면 합니다.”

 

- 신인류 베이스 문정환

 

 

자신들의 음악이 우리의 삶이 되었으면 하는 그들의 노래는 추억이 많았던 한여름 같았고, 여름의 그늘 같기도 했다. 계절마다 다시 돌아와 피는 꽃처럼, ‘신인류’라는 꽃도 언제나, 어느 곳에서나 아름답게 피어있길 바란다.

 

 

[심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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