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Sorry, we missed you. 원제의 의미가 다가오는 - 미안해요, 리키 [영화]

글 입력 2021.06.01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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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와 동시에 요리를 시작했다.

 

평생 요리에는 재주도 흥미도 없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역시 사람은 뭐든 닥치면 알아서하게 되어있다는 생각을 다시금 되새기는 우연한 기회이기도 했다. 그렇게 스스로를 위한 일인분의 요리를 시작한지도 시간이 꽤 흘렀다. 흐른 시간동안 나는 이전에는 관심도 없던 새벽배송의 단골 소비자가 되었다.

 

어느 정도 질이 보장된, 좋은 식재료를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지만 장을 보기 위해 애써 장바구니를 챙기고 이동하는 시간을 들여 고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새벽배송, 총알배송. 그러한 문구들의 이면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의미를 나는 보지 못했다.

 

그러다 일전에 19년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봤던 영화를 다시 한번 볼 기회가 생겼다. 택배노동자의 현실을 이야기하는 작품이었다. 관람했던 당시에도 담담한 어조로 씁쓸한 현실의 이야기를 들려주던 영화였다. 그래서였을까 분명 그 영화의 씁쓸한 뒷맛과 충격을 한동안 잊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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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는 블루칼라의 시인이라고도 불리는 영국의 거장 켄 로치 감독의 영화 '미안해요, 리키'였다. 그 영화를 보고 느꼈던 혼란스럽고 잊을 수 없었던 충격. 나는 그 때의 충격을 그새 지워버린채 현실을 살았다. 그리고 택배노동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는 불합리한 현실들을 잊은채 새벽배송의 단골 소비자가 되어있었다.

 

이 영화를 두번째로 다시보게 되면서 영화를 보며 내가 느낀 것들의 가치는 과연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러한 가치들은 무슨 힘이 있었는지. 허무하고도 부끄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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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최대한 장바구니를 챙기고, 걸음을 내딛어 장을 보곤 한다. 물론 택배라는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택배사의 새벽배송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은 자제하고 있다.

 

새벽배송과 총알배송. 지나친 과업으로 인해 일어나는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를 포함한 사건사고 소식에는 늘 이 두 단어가 함께 따라다닌다. 내가 자고있는 새벽 동안에 물품이 총알처럼 빠르게 도착한다는 사실은 참 매력적이다. 그러나 그러한 편리함은 물건에 발이 달려 자동으로 집앞까지 오는 것이 아닌 이상, 누군가의 노동력에 기인한다.

 

문제는 총알처럼 빠르게 와야하며, 사람이 자야 할 시간에 온다는 것이다. 그 이면의 메시지를 나는 왜 모른척하고 사용을 했는지. 안일하고도 나태했다는 죄책감이 들었다. 택배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이 개선되는 것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실질적인 행동으로 실천할 필요성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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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다시금 생각을 하게 해준 영화, 미안해요 리키의 원제는 사실 'Sorry, we missed you.' 이다. 이는 영화 속에서 택배를 수신하는 이가 부재할 경우, 택배 기사가 남기는 메시지 카드의 문구이기도 하다.

 

이 원제는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 다시 읽게 되면, 묘하고도 복잡한 감정을 전달한다. '미안해요, 우리가 당신을 놓쳤어요.' 가정에 충실할 수 없는 리키의 상황과도 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문구이다. 그렇지만 현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하는 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여러모로 중의적이고 되새김질하게 되는 원제. 그래서일까 원제를 계속해서 읽어보며 여운을 되새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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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사정상 기존의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찾아나선 뒤, 택배 노동자의 길을 걷게 된 주인공의 리키 이야기이다. 기업은 택배 노동자들에게 허울 좋은 갑질을 행한다. 기업과 각 택배 기사들은 갑을의 관계가 아닌, 개인 사업자로서의 동등한 관계, 즉 협약 관계라며 번지르한 말로 계약을 체결한다.

 

실제 한국의 택배 노동자들 또한 대부분 개인 사업자로서 계약을 체결한다고 알고 있다. 어느 나라건 불합리한 현실은 만국공통이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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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을 관계가 아니니 기업이 노동자들에게 신경써야 할 보험과 같은 복지 시스템은 전무하다. 노동환경에서 있어야할 최소한의 안전장치와 울타리가 없게되니 택배 노동자들의 책임만 있고 권리는 사라진다.

 

이렇게 열악한 환경을 영화는 여실히, 그렇지만 조금은 한 발짝 멀리 떨어져 리키와 그의 가족들을 담담히 바라보게끔 보여준다. 그럼으로써 비극의 원인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이 사회의 부조리함을 되려 정확히 짚어낸다.

 

개인이 감당하기에 너무나도 과도한 택배 업무를 겨우겨우 버텨내보지만 왜인지 노력의 정도와 반비례하게 빚은 늘어만 간다. 우연히 찾아온 불행을 막아주지 않는 사회와 기업. 그러한 것들을 온전히 홀로 감당해야하는 개인. 그 과정을 지켜보는 관객으로써 그저 많은 생각만 할 수 밖에 없었다.

 

최근에도 한 택배 노동자의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사람은 죽어나가는데 그에 비에 사회적 인식과 시스템은 과연 이러한 심각성을 감지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그들 중 한 명이 나였기에, 좀 더 조심스럽고 부끄럽다. 내가 살아가면서 최소한 지켜야 할 신념들이 무엇인지, 여러번 되새겨보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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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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