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의 여름, 맘마미아! [영화]

여름을 맞이하는 길목에서 다시 한번
글 입력 2021.05.27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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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여름의 초입이다. 이상기후 탓에 기온은 오전과 오후 할 것 없이 널을 뛰는 데다가 첫 번째 장마 한가운데에 놓여 있지만, 여름이 코앞까지 닥쳐왔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제 곧 우리는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여름을 싫어한다.


더위를 많이 타는 나에게 여름은 꽤 곤혹스러운 계절이다. 지난 여름에는 한 번 잠들면 웬만해서는 잘 깨지 않는 내가 더워서 한밤중에 깬 적도 있다. 내리쬐는 태양, 습한 공기, 발이 푹 젖을 정도로 내리는 비, 하나같이 나만 물어뜯는 것 같은 모기들까지. 여름은 정말이지 최악이다.


그런데 모순적이게도 여름은 예쁜 계절이다. 되돌아본 예쁜 추억들은 대부분 여름에 분포한다. 그런 추억을 회상할 때면 언제나 여름은 파릇파릇하고 싱그러운 느낌으로 기억된다. 이렇듯 상당 부분 미화되는 여름의 기억들은 ‘-여름이었다.’라는 밈이 괜히 등장한 게 아니라는 걸 알게 해준다. 나 역시 여름의 상당한 부분을 마음에 안 들어 하지만. 여름이 예쁜 계절이라는 데는 동의한다.


그럼 이제 여름의 긍정적인 모습들을 한 번 생각해보자.


시원한 평상에 누워서 선풍기 바람을 맞으며 좋아하는 노래 듣기. 에어컨 바람 앞에서 먹는 수박. 그늘에 앉아서 바라보는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풍경. 푸른 파도를 가득 담은 바다. 내 기억 속 예쁜 장면들만 꺼내 보니 이 정도가 되겠다.


그리고 떠오르는 것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내가 기억하는, 그리고 선망하는 여름의 집합체이다. 여름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생각이 나는 것.


영화 <맘마미아!>이다.

 

 

 

등장인물들의 자유로움


 

 

 

<맘마미아!>는 내가 이 영화를 처음 만났던 초등학생 시절부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이다. N차라는 말이 없었던 그때 나는 영화관에서만 이 영화를 3번을 봤다. 핸드폰이나 mp3도 없었던 나는 OST CD를 구입해 온종일 CD 플레이어로 OST를 듣기도 했다. OTT 서비스를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는 현재도, 플랫폼 넷플릭스를 통해 <맘마미아!>를 몇 번 감상했다. 그 후 개봉했던 2편까지 영화관에서 볼 정도로 나는 <맘마미아!>를 좋아한다.


<맘마미아!>를 보면 내 가슴이 뛰는 이유는 당연 등장인물들의 자유로움이 아닐까 싶다. 물론 그들은 개인적으로 억누르고 사는 것들이 하나씩 있지만, 영화의 배경이 되는 그리스의 작은 섬에서는 모두가 자유롭다. 주인공 도나는 섬을 방문한 오랜 친구 로지, 타냐와 함께 젊은 날 불렀던 노래를 함께 부른다. 도나의 딸 소피가 친구들, 남자친구와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도 영화에 담겼다.


그뿐 아니라, 섬 사람들이 주인공들과 함께 음악을 즐기는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뮤지컬 영화라는 특성상, 앙상블의 존재가 큰 역할을 하기에 포함된 장면들인데, 그 장면들은 자유로운 섬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특히 'Dancing Queen' 넘버를 부르는 장면에서 그런 분위기가 가장 잘 드러난다. 도나와 로지, 타냐를 선두로 하여 섬 사람들은 하고 있던 과업을 잠시 뒤로 하고, 경쾌한 멜로디에 몸을 맡긴다. 함께 즐겁게 뛰고 노래를 부르는 자유로운 분위기는 정말이지, 나도 그 그림의 한 요소가 되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한다.

 

영화를 몇 번이고 볼 때마다 돌려보는 장면은 앞에서 언급한 ‘Dancing Queen’이다. 새롭게 시작된 한 해가 슬슬 힘에 부치기 시작할 때, 어디론가 훌쩍 떠나서 저렇게 뛰놀고 싶다는 생각이 샘솟는 장면이다. 섬 주민들이 전부 모여 함께 자유의 시간을 즐기는 모습이 내게 일종의 해방감을 주는 것 같다. 너도 춤 출 수 있어. 인생의 시간을 즐겨봐, 라는 가사는 언제 들어도 내 가슴을 뭉클하게 하며 자유롭고 행복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자신들의 감정에 솔직해지는 과정도 이 영화의 매력이다. 사랑과 열정, 심지어 과거의 상처까지 주인공들은 스스로의 감정을 영화 속에서 솔직하게 표현한다. 평소에는 그렇게 하지 못했지만, 영화가 펼쳐지는 그리스 섬에서는 다들 조금씩 스스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Lay All Your Love On Me’ 넘버에서 소피와 스카이가 서로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장면에서도 그들은 사랑에 대한 열정을 남김없이 표현한다. ‘SOS’ 넘버에서는 샘과 도나가 과거 받았던 상처에 대해 노래하기도 한다. 이렇듯 주인공들의 솔직한 감정은 나를 동요하게 만든다.

 

 


눈부신 바다의 미장센


 

 

 

<맘마미아!>의 배경은 그리스의 작은 섬이다. 뮤지컬은 극장의 무대라는 규모가 한정된 배경에서 극을 진행해야 하지만, 영화는 그보다 배경의 선택이 자유롭다. 그 덕에 영화는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촬영될 수 있었다. 제작진은 배경을 찾기 위해 그리스의 섬을 한 달 동안이나 물색했다고 한다. 그 결과 그리스의 작은 섬, 스포라데스 제도의 스키아토스 섬과 스코펠로스 섬, 다무하리 섬에서 주요 바닷가 장면들을 촬영할 수 있었다고 한다.


바닷가의 반짝이는 미장센은 극의 몰입을 돕는 역할을 한다. 소피가 아빠 후보 3명인 샘, 빌, 해리와 시간을 보내는 ‘Our Last Summer’ 넘버의 장면은 유독 아름다운 바다의 모습이 잘 담긴 장면이다. 반짝이는 윤슬과 시원한 파도가 주는 아름다움은 등장인물들이 그려내는 이야기에 미적인 아름다움을 더한다. 이 장면은 별다른 대사 없이 배 위에서 네 사람이 보내는 평화로운 시간을 담고 있는데, 잔잔하면서도 감성적인 장면에 드넓은 바다가 더해져 시너지 효과를 낸다.


바다뿐 아니라, 소피의 결혼식이 진행될 예정이었던 절벽 역시 인상 깊은 미장센이다. 이 절벽의 풍경은 도나와 샘의 ‘The Winner Takes It All’ 넘버가 펼쳐지는 배경이 된다. 이 장면에서 도나는 샘에 대한 상처를 담담히 풀어내다가도 감정에 북받쳐 노래한다. 두 사람 사이의 아슬아슬한 감정선은 아름답지만 까마득히 높은 절벽과 대비되어 절절한 느낌을 극대화한다.


내가 여름을 좋아하는 몇 안 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여름의 바다이다. 영화라는 장르의 장점을 살려 풍성하게 담은 <맘마미아!>의 미장센은 더운 여름, 실내에서 시원하게 그리스의 바다를 감상할 수 있도록 해준다. 등장인물들이 머무는 호텔의 정겨운 모습도, 그들이 이곳저곳 누비는 섬의 자연환경의 미장센이 한 번도 가본 적 없던 그리스 섬이 낯익게 느껴질 만큼 영화를 보게 만든 것 같다.

 

 


공감의 여지가 풍부한 서사


 

 

 

영화의, 그러니까 <맘마미아!> 작품 자체가 가지는 이야기의 매력적인 서사는 반복적인 감상의 큰 이유이다. 이 작품은 미국의 스웨덴 출신의 보컬 쿼테트 그룹인 ABBA의 노래를 넘버로 선정해 스토리를 구상한 작품이다. 어떻게 한 그룹의 곡들로만 이렇게 짜임새 좋은 스토리를 구상했는지 신기할 정도로 스토리는 신선하고, 또 다양한 감정이 공존한다.


다소 복잡한 가족사를 다루면서도 작품에는 가벼운 웃음이 터질 포인트가 곳곳에 숨어 있다. 그로 인해 관객들은 한층 가볍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그러다가도 진지한 넘버로 긴장감을 조성하다가, 소피와 도나 모녀의 감정선에 집중하면서 감동을 주기도 한다. 도나와 소피의 넘버, ‘Slipping Through My Fingers’는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마지막에는 등장인물 전부의 해피 엔딩을 예고하면서 기분 좋게 마무리 할 수 있도록 한다.


관객들은 다양한 인물의 감정에 이입할 수 있다. 꿈이 있었지만 그 꿈을 포기하고 소피라는 새로운 꿈을 가꾼 도나, 작은 섬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진취적인 소피, 자신의 인생을 풍성하게 채워나가는 로지와 타냐, 그리고 내면의 목소리에 이제야 솔직해지게 된 샘과 해리. 다양한 등장인물들은 각각 다른 감정을 보여주고 있고, 그 감정들은 풍부한 공감을 이끌어내면서 <맘마미아!>는 다양한 연령층에게 인기 있는 이야기로 자리매김했다.


소피의 결혼식으로 시작한 이야기가 소피와 스카이가 자유로운 삶을 찾으러 떠나는 것으로 끝을 맺는 구조도 인상 깊었다. 아버지를 찾아 결혼식에 함께 입장하고 싶었던 소피가 진정으로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을 찾아내는 것이 의미 있는 결말을 만들어내지 않았나 싶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넘버 ‘I Have A Dream’은 수미상관의 구조로 완벽하게 서사를 정리한다. 꿈을 가졌던 도나, 꿈을 가진 소피. 그들의 꿈이 존재하고 펼쳐졌던 그리스의 섬을 떠나는 소피와 그의 성장을 담은 넘버로써, ‘I Have A Dream’은 완벽한 마무리를 했다고 본다.

 

 

 

Mamma M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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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마미아!>는 정말 오랜 시간 동안. 내 인생의 여러 부분을 채웠다. 초등학교 때 이 작품의 넘버로 반 전체가 학예회 무대를 꾸몄던, 절대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의 한 부분에도 <맘마미아!>가 있다. 아직도 손에 꼽는 여행 중 하나인 사이판 여행에도 <맘마미아!>가 있다. 수영장에 둥둥 떠 별이 수 놓인 밤하늘을 바라보면서 들었던 어떤 밴드의 ABBA 노래는 절대 잊지 못하겠지.


그리고 나의 여름. 여름이 <맘마미아!> 안에 있다. 매년 여름이 돌아오면, 이 영화의 장면들을 곱씹게 된다. 핸드폰에 저장된 OST를 재생하고, 유튜브로 영화의 한 장면을 돌려본다. 이상하게 여름 냄새만 나면 나는 <맘마미아!>를 떠올린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내 여름이 되어준 <맘마미아!>는 앞으로도 내 여름이 될 것이고, 이 영화로 인해 나는 올해 여름도 힘을 내어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여름 냄새가 나는 오늘, 나는 다시 한번 <맘마미아!>를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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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시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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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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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자유롭고싶어
    • 맘마미아의 따스하고 유쾌한 노래들이 떠오르네요. 좋은 이야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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