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게 와줘서 고마워 [동물]

내 삶 속의 행복이자 위로인 존재에 대하여
글 입력 2021.05.26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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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조금 색다른 글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특정 책이나 문화현상과 관련된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던 나의 일반적인 글에서 벗어나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나의 삶의 큰 터닝포인트가 되어주었던, 지금 내 옆에서 코를 골며 자고 있는 이 생명체를 어떻게 만나게 되었고 지난 3.5년 간 나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하나씩 풀어내보겠다.

 

 

 

4년의 고민, 그리고 만남



반려묘 혹은 반려견을 새로운 가족으로 맞이하는 것은 한 생명체에 대한 온전한 책임의식이 필요하다. 이전까지 동물을 키워본 경험이 없던 우리 가족은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생명체를 책임질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을 거듭했다.


가장 큰 고민은 집에 홀로 두는 시간이 많아질까 봐였다. 반려동물을 데려와 외로운 환경에서 크게 하고 싶지 않았다. 한 생명체를 온전하게 책임진다는 것은 의식주를 책임지는 것뿐만 아니라 동물의 심리적 측면까지 충분한 사랑으로 돌봐주는 것을 의미한다. 단지, 밥을 제때 챙겨주고 필요한 접종을 모두 마쳤다고 해서 책임이 끝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우리 가족은 반려동물의 행복을 먼저 고민해 줄 수 있을 때 맞이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을 했고 맞이하기 위해 그런 환경을 만들었다.

 

반려동물과 항상 같이 있어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 후 다음의 고민은 반려묘와 반려견 중 선택하는 것이었다. 강아지와 고양이의 상반된 매력을 모두 알고 있기에 아침에는 "강아지!"라고 외치고 저녁에는 "고양이!"라고 외치는 나날이 반복되었다. 그러다 결국 반려묘를 선택하게 되었다.


최종적으로 반려묘를 선택한 이유는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혹시 우리가 데려온 강아지가 이웃에게 소음 문제를 주지 않을까를 우려하여 해당 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고양이를 선택하게 되었다.


긴 고민을 끝내며, 2017년 12월 4월, 우리는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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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처음 보고 난 말 그대로 "굳어버렸다."

 

굳어버린 첫 번째 이유는 새끼 고양이의 사랑스러움 때문이다. 강아지를 키우는 친구가 있어서 강아지를 보러 간 적은 몇 번 있었다. 하지만 고양이를 키우는 친구는 없었기에 새끼 고양이를 가까이에서 본 것은 처음이었다. 나의 손바닥만 한 몸을 갖고 있는 작고 작은 생명체 앞에서 나는 발걸음을 옮기는 것조차 매우 조심스러웠다. 고양이가 움직일 때마다 그 사랑스러움에 나는 그저 굳어버렸다.

 

두 번째 이유는 무거운 책임감이 더욱 가깝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한 생명을 반드시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굳은 마음가짐을 한 후 고양이를 맞이했지만 실제로 데려오니 그 책임감이 더욱 무겁게 다가왔다. 아마 처음 데려왔을 때 고양이의 기관지의 상태가 좋지 않아서 더욱 조심스럽기도 했던 탓도 있을 것이다. 책임감으로 마음이 무거워졌지만 그래도 고양이를 만났다는 행복함으로 그런 무거움을 덜어낼 수 있었다.

 

 

 

GUCCI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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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밝혀보자면 내 생에 첫 고양이의 이름은 '구찌'이다. 흔히 알고 있는 명품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 맞다. 하지만 이름을 짓는 과정에서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여 지어준 이름이다.

 

"난 명품 GUCCI는 없지만 고양이 GUCCI는 있지."라는 자랑스러움으로 이름을 지었다. 학생의 신분이었던 나는 유명한 브랜드의 가방을 살 바에 해외 여행을 한 번 더 가자는 마인드였기에 명품을 구매하지 않았다. 하지만 브랜드의 고급스러움을 보고 놀랐던 적은 몇 번 있었다. 대중을 사로잡는 '우아함', '고급스러움'을 제품 속에 잘 녹여내는 대표적인 브랜드가 구찌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의 첫 번째 반료묘 역시 만인을 사로잡을 수 있는 외모를 갖고 있다.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홍채의 색 부터 아메리칸 숏헤어의 상징인 고등어 무늬까지 그저 아름답다. 뛰는 모습은 마치 사슴을 뒤 쫒는 치타같고, 걷는 모습은 정글을 군림하는 사자같다.

 

나는 철저히 매료되었고 그는 GUCCI PARK이 되었다.


 

 

네 덕에 우리가 변할 수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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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화목하지만 표현을 잘 하지 않았다. 자상하지만 동시에 엄격하신 아빠와 사랑스럽지만 누구보다 무서운 엄마의 밑에서 자란 나는 항상 부모님께 감사함을 느끼지만 표현을 잘 하지 못했다. 학교 주변에서 자취를 하면서 필수적인 연락 외에는 잘 연락하지 않았고, 부모님께 연락이 오면 그때서야 근황을 말씀드리곤 했다.

 

그러나 구찌가 가족이 된 후에는 구찌를 중심으로 가족이 하나가 되었다. 하루에 구찌의 일상으로 아침을 공유하며 구찌의 성장을 나누며 하루를 마쳤다. 이런 새로운 일상이 처음에는 다소 낯간지럽고 또 익숙하지 않은 간질거림으로 다가왔었다. 그러나 이 또한 내게 뉴노멀이 되었다.

 

3.5년이 지난 우리가족의 톡방은 여전히 구찌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하지만 그 속에 서로의 이야기를 전하고 또 격려를 하는 메세지 역시 포함된다. 구찌로 시작된 이야기가 어느새 서로의 이야기로 이어지면서 우리가족은 대화를 하게 되었다. 물론 이전에도 화목했지만 서로의 깊은 속내를 이야기하는 것을 어려워했었다. 모든 것이 그렇듯이 대화의 '시작점'을 찾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시작점을 찾았고 우리 가족은 변할 수 있었다.

 

 

 

무한한 사랑을 주는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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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무한한 사랑을 주겠노라 구찌를 데려왔건만, 나는 매일 무한한 사랑을 받고 있다.

 

사람을 정말 좋아하는 구찌는 집사들이 뭘 하는지 항상 궁금해한다. 정말 잠을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집사가 뭘 하는지 하나하나 귀여운 참견을 한다. 밤 10시가 되면 어서 자러 들어가자고 시위라도 하듯이 가족들을 기다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가장 먼저 들어가는 사람은 그날 구찌와 함께 자게 된다.

 

어떻게 보면 사랑을 원하는 고양이이지만 나에게는 반대로 우리 가족에게 끝없는 사랑은 주는 구찌로만 느껴진다. 그리고 그런 존재를 만날 수 있었음에 매우 감사한다. 반려동물을 진정한 가족으로 사랑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지난 4년의 고민은 한순간에 날라갔다.


그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며 어떤 순간에도 격려와 위로가 되는 생명체이다. 구찌와 함께한 지난 3.5년간 뛸 듯이 기쁜 순간에도, 심리적으로 너무나 열악하던 순간에도 우린 함께였다. 행복한 순간에는 구찌를 안으면서 웃었고, 힘들었던 순간에는 구찌가 먼저 다가와 온기를 나눠주었다.

 

우리는 이렇게 서로에게 무한한 사랑을 주는 관계가 되었다.

 


 

고민을 하는 예비 집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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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반려견만큼 반려묘 역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분명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에 예비집사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한다. 곧 집사가 되실 분들께 딱 하나를 전하고 싶다. 고양이에게 맹목적인 사랑을 받길 원하기보다는 자신이 무한한 사랑을 주는 것에서 행복함을 찾을 수 있다.

 

분명 고양이는 집사의 사랑을 인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한다. 그러나 집사가 먼저 충분한 사랑을 베풀어야 이러한 관계가 시작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온전한 사랑을 줄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을 때 간택을 받으라. 그것이 고양이와 본인이 모두 행복해질 수 있는 길임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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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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